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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퀘] 뻘소설은 올려야 제맛 -1- 자살 할려고 했다구..

아이콘 달콤한화중씨
댓글: 6 개
조회: 178
추천: 3
2011-02-15 15:51:48

 

-1-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겨울날. OO호텔의 옥상에 올라 갔다.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곳에 올라 올 때까지 스쳐 지나갔던 수십, 아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그들은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곳까지 올라 왔는지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오면서도 그들은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다. 엘리베이터가 가득 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자신의 일행만을 바라보며 음침한 생각에 휩싸여 있었을 테니 말이다.

 

난 주머니에서 종이 비행기를 꺼냈다.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만든 종이 비행기. 내 손을 떠난 녀석은 훨훨 아주 멀리까지 날아 갔다. 부러웠다. 내 의지로 만들어진, 내가 없었으면 절대로 태어나지 못했을 녀석인데 저렇게 잘 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리고 나도 날고 싶었다. 하지만 몇 분 뒤면 난 이 차가운 밤바람보다 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먹음직스럽지 못한 고기덩어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날 보면서 비명을 지르고, 오늘 그들이 본 것에 대해서 평생 기억할 것이다. 혹시 모른다. 뉴스에서 와서 날 찍어 간다면 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겨우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난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난간 밖으로 내밀어 보았다. 순간 불어 온 바람에 난 휘청거렸고, 나도 모르게 난간을 굳세게 잡았다. 병신 같았다. 하늘을 날기로 마음 먹었으면서 겁을 먹은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 날자.”

 

난 다시 난간 위에 올라 섰다. 다시 한번 둘러본 서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난 저 수많은 불빛 사이로 사라질 것이다.

 

끼이이익

 

갑작스러운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에 난 황급히 고개를 돌려 쳐다 보았다.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문틈 사이에 까만 머리 하나가 보이더니 얼굴, , 다리가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다. 밤이 깊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옥상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야?”

 

누군가가 이 곳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급하게 헛바람을 들이키는 정체불명의 사람은 앳된 얼굴의 소녀였다.

 

....뭐야?”

........그게..”

당장 꺼져!”

..그러니까..”

뭐야? ?”

혹시..여기서..자살하시려고?”

그래! 그렇다면 어쩔 건데?”

....”

 

뜬금없이 나에게 자살을 하려는지 물어보는 소녀. 그리고 자살을 하겠다는 대답에 내쉬는 안도의 한숨?

 

당장 꺼져! 다가오지마!”

 

난 조심스레 나에게 다가오는 소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 소녀는 계속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꺼지라니까!”

저기요!”

?”

자살하실 거면 저도 좀 같이..”

? 미쳤냐?”

뭐가요?”

자살하는 거라고. 자살!”

다른 사람들 부를 거 아니면 조금 조용하게 말씀해 주실래요? 그리고 같이 자살하자는 거에요

이런 미친년을 봤나?”

 

황당했다. 자살을 말리려는 것도 아니고 같이 자살을 하자니. 난 분명 날 말리려는 수작이라 판단했고, 무시하고 뛰어 내리려고 했다.

 

저기요!”

그만 불러! ?”

같이 하자고요

너 임마 몇 살이나 먹었어?”

왜요?”

대답 안 해?”

.. .. 당황스럽네. 저 올해 20살이요. 됐어요?”

“20살이면.. 대학교 입학하는 나이 아냐?”

맞아요

근데 왜 자살을 해? 꺼져

나참.. 자살하는데 장유유서 따지는 분이 있네..”

?”

그런 그쪽은 몇 살인데요? 나랑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구먼

....”

몇 살이나 드셨는데요?”

“26살이다!”

아아. 뭐 그쪽도 많이 먹은 나이는 아니네요

너보단 많아! 썩 꺼져!”

.. 진짜.. 그럼 전 여기서 뛸 테니까 그쪽은 알아서 뛰세요

 

소녀는 성큼성큼 내게서 얼마 안 멀은 난간을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난간 위에 올라서는게 아닌가. 난 그런 소녀가 정말로 뛰어 내릴까 봐 갑자기 무서워졌고 그녀 쪽으로 몸을 날렸다.

 

어맛!”

 

난간에 다리가 걸리면서 난 몸의 중심을 잃었고, 그 바람에 그녀와 나는 함께 옥상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으아아아악!”

 

죽을려고 한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죽고 싶지는 않았는데..

떨어지면서 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인생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 했는데, 내 눈에 보이는건 소녀의 머리카락뿐. 난 그녀라도 어떻게든 살릴 수만 있다면 살리고 싶었기에 그녀를 품안에 꼭 껴안았다. 그녀 역시 내 품안으로 파고 들어와 날 꼭 껴안았다. 젠장. 죽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렇게 죽을꺼면... 총각 딱지라도 뗘볼걸 그랬나?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시간은 멈추었고, 바닥에서 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며 우리는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그렇게 우리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시간은 흘러 가기 시작했고, 모든 사람들은 한 쌍의 남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들의 갈길을 걸어 가기 시작했다.

 

Lv70 달콤한화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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