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hilosophy78&logNo=13015474565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패러디 : http://www.inven.co.kr/board/wow/5417/12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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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는 전사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몽환숲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스프리건의 시체 위에 따사로운 불기둥 자국이 남아있을 때, 대체로 전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나스리아의 음습한 냄새는 이미 끊어져 거의 일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오지 않는 잿빛 궁정. 그 궁정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는 "원딜이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쓰여 있음을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어떤 전사의 인증글. 인증글에는 이런 사연이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전사들아, 전사는 판다리아 최강이다....." 대체 최강이란 무엇이었던가. 해골, 도발, 사기의 깃발, 아니면 20초의 투신, 아니면 복수심이었을까. 이제는 그 숱한 유틸들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데, 그때의 전사는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가슴을 태웠던 것이다.
중개지의 끝없는 공간에 갇혀 이리저리 전역퀘 지역을 서성이는 한 마리 고술의 모습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레벤드레스를 왔다 갔다 하는 그 동물의 번쩍이는 연쇄 번개, 무서운 승천, 괴로움에 찬 연쇄 수확, 주무기에 서린 끝없는 절망감, 미친 듯한 거절, 이 모든 것은 우리를 더 없이 슬프게 한다.
진흙주먹의 포효, 레모르니아의 냉소.
옛 공대원을 만났을 때.
함께 잔달라 섬을 누비며 메카곤을 박살냈던 마법사를 살펴보았을 때.
그것도 이제는 그가 초고단 탑딜러, 혹은 부유한 고신화 선수의 몸이 되어, 몽롱하고 우울한 규탄을 날리는 한낱 거름밖에 될 수 없었던 우리를 보고 손을 내밀기는 하되, 시종장의 석상을 맞고 또 다시 용감하게 돌진했던 어떤 전사를 조롱할 때.
사냥꾼의 야생 영혼 앞에 죽어가는 수많은 몹들의 눈초리.
한때는 무적의 곰성병기였던 그의 손에서 쏟아지는 별똥별과 보름달.
그리고 발화의 향기.
이 향기는 항상 나에게, 천둥왕과 호드의 전 대족장이 쓰러지던 모습과, 전고힐의 위대한 흔적과, 만노로스의 임프들이 사라지던 순간과, 그리 먼 옛날이 아닌, 온몸이 유연하게 타락했던 그 때를 생각하게 한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공대장의 소식이 끊길 때. 그 또한 전사의 길을 포기하고 아제로스를 떠난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의 의욕이 다른 직업으로 옮겨가, 분노와 닥돌이 넘치는 혈기가 불기둥과 별똥별에 묻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의 마음이 악마처럼 변해 볼썽사납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런 봄날, 그는 부죽과 풍운같은 이들과 레이드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여유로운 부엉이의 날갯짓.
점프하는 마룬위의 불덩이.
공허한 징기의 응보.
토르가스트에 취한 수도사의 모습.
지진 위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티르너 사이드의 적들.
물약에 가져간 손을 거두는 도적의 장막.
어린 시절을 보내던 태양노래 농장을 다시 찾았을 때.
그곳에는 이미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얼라이언스로부터 몸을 뺄 수 있었던 농장에는 썩어빠진 수확물들이 들어서 있는 데다, 그 시절 함께 했던 공대에는 낯선 원딜의 얼굴이 내다보고, 무적을 켜고 천둥왕을 쓰러뜨리던 공대장도 이미 늙고 추해지고 말았을 때.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뿐이랴.
암시장의 만노로스의 엄니.
거만한 사냥꾼.
하늘색과 주황색과 그리고 보라색들.
타우렌 전사 <벽력대검성>의 손에 들려있는 것들. 쿠엘세라와 아지노스의 보루 방패. 대지의 수호자의 비늘.
둔하게 울려오는 쐐기돌 던전의 거절 소리 '땅'. '정원이 차서 등록이 해제되었습니다'
위대한 금고에는 하나의 아이템, 그것도 저승석으로 대체될 쓰레기밖에 없는 자.
오리보스에서 춤을 추는 열 마리의 브루토.
어제 출발한 올신화 공대 부부부부캐팟의 법드들.
홀로 조용히 생명석과 소환돌을 올리는 흑마법사.
날카로운 보이스. "전사님 그만뒤지세요."
나스리아 원정의 마지막 날
여지없이 절규날개의 망토가 세 벌.
덫 위를 쓸고 지나가는 칼날폭풍.
공허한 전투의 함성.
굶주린 무기 전사의 모습.
레벤드레스에서 몽환숲으로 이동하는 분노 전사들.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데나트리우스 앞에 선 전탱의 당당함.
나스리아의 무도회장을 가득채운 해골.
울부짖는 진흙주먹과 모두 붕괴된 성채의 기둥. 깨져버린 벽.
한때는 희망차고 날카로웠던, 하지만 이제는 무뎌진 보이스. "공대 쫑낼게요."
이 모든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