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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사제의 심각한 힐 딜레마

검성둘
댓글: 14 개
조회: 5697
추천: 4
2019-10-04 13:52:39

나는 모든 게임에서 힐러만 고집하는 힐 클래스 매니아다.

내가 힐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박하게 출렁거리는 파티원들의 체력 게이지를 보며 특급 소방수처럼 나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화재를 진압해 내는 그 맛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여러 명이 동시에 데미지를 입어 피가 확 빠졌는데 내게 주어진 한정된 마나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어떤 순서로 누구부터 케어를 해줘야 하는지 급박한 그 순간에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해 위기를 잠재우는 그 뽕맛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와우는, 특히 이번 와우 클래식은 파티 찾기가 너무 쉬워져서 내가 생각하는 적정 레벨보다 +2렙 정도 높혀서 다들 가기 때문에 사실상 그런 맛이 아예 사라졌다.

내가 딜러로 갔을 때도 항상 힐러의 엠은 풀을 유지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내가 파티를 모아서 갈 때는 내가 생각하는 적정 레벨로 낮춰서 가는데도 나의 마나는 거의 90~100% 사이에서만 오락가락 했다.

분명히 내 기억에는 오리지날 때는 1파티 잡고 엠탐하고 1파티 잡고 엠탐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데미지 미터기로 파티원들의 능력이 향상되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한 적정 레벨도 오리지날때 모아서 간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오버 스펙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일반 구간을 지나갈 때는 당최 사제 엠을 전혀 소모하지 않는다.

물론 이럴수록 엠탐 없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니까 좋을 수도 있을 지 몰라도 스릴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 나에게 요즘 힐질은 단순 노가다일 뿐이다. 새벽에 수도원 뺑뺑이 돌면서 깜빡깜빡 존 적도 많았는데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 또 아무도 몰랐다. 힐러가 졸아도 다들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대부분의 진행 코스에서는 아스팔트 고속도로처럼 평평했다.

문제는 그러다가 애드가 3파티 정도 심하게 되거나 하면 또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 위기 수습의 상당 부분이 보조 힐러의 손에 맡겨질 때가 많다. 마치 사제의 힐은 원자력 발전처럼 기저, 베이스만 깔아주고 나머지 들쑥날쑥한 부분은 보조 힐러들이 메꿔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는 이미 만렙 드루이기도 한데, 드루이드의 위기 관리 능력은 최상에 속한다. 평소에는 표범으로 도적만큼 딜하다가도 던전 돌면서 2~3번 있는 심각한 애드 상황에서는 내가 계속 딜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제에게 자극만 주면 되는지, 딜을 잠시 멈추고 보조힐을 풀가동해야 하는지 판단하느냐에 따라 전멸 위기도 손쉽게 막아낸다. 나는 그 뽕맛을 느끼기 위해 드루이드를 먼저 만렙 찍었다.

드루이드로 할 때는 또 애드가 너무 안나서 내가 일부러 애드를 내고 싶을 정도로 근질거린다는 점일 정도다. 던전 한 바퀴 돌면서 기껏해야 심각한 애드가 1~2번 정도 나다보니 내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데 장이 잘 서지 않는다. 그래도 드루이드 키우면서 종종 놀랄만한 능력을 보여줬고 몇 번이나 수없이 사제들로부터 "정말 드루님 없었으면 전멸을 몇 번 했을 지 모르겠어요."라는 귓말을 받았다.

심지어 와우 클래식에서도 드루이드의 정신 자극을 무슨 버그인양 어리둥절하는 사제가 너무 많아서 "xx님 지금 마나 회복력이 20초간 5배 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요즘 한창 부캐로 사제를 키우고 있고, 내가 주로 파티를 모아서 가다보니 성기사, 주술사, 드루이드 같은 보조 힐러를 항상 데려가는 편인데 징기, 고술, 야드라서 나의 역할은 오지 딜이다 라는 고정관념이 딱 박혀서 오는 분들이 너무 많다.

던전 시작할 때 "애드가 심할 땐 보조힐 잘 부탁드려요"라고 시작해도 대부분 하이브리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나마 징기 성기사들은 한 두번 큰 힐 정도 넣어주는 정도고, 술사나 드루들은 아무리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도 도중에 눈에 띌 만큼 보조 힐을 하는 경우가 정말 거의 없더라.

(정말 나만큼 보조 힐 잘하는 사람 1번도 못 봤다. 거의 대부분의 드루들은 전투 중에는 기껏 자극 1방 주고 끝이고 전투 끝나면 자힐 하는 정도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해 하는 순간에 대부분의 야드들은 보조힐 대신 표범 -> 갑자기 곰탱이 되어 전사와 나눠 맞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술사들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3파티 정도 애드가 되면 나라면 마나를 최대한 아껴 모아두었다가 짬짬히 반피 이하로 빠진 전사힐이나 자힐을 해서 사제의 부담을 덜어줬을 텐데, 정말 거의 100%의 술사들은 그 아까운 마나를 폭풍같이 초반에 다 써버리고 나중에 힐 할려고 해도 마나가 없어서 하질 못했다 라고 변명해 댄다.

데미지 미터기를 2개 켜고 플레이 하는데 하나는 데미지 미터기고, 하나는 힐량 미터기인데 3파티 애드됐는데 술사가 힐을 200 했더라. 누굴 힐 했는가 봤는데 자기 자신에게 200한게 다였다. 그동안 나는 애드 되자마자 마나 물약 빨고 전투 중에 한번 더 마나 물약을 빨았는데도 말이다. 2분이 훨씬 넘는 한번의 전투에 보조힐 해달라고 데려온 술사의 힐량은 고작 200...

그래서 한번은 술사가 어그로 끌고 엄청 터지길래 힐을 하지 않고 기다려봤다. 자기가 어그로 끌다가 맞았으니 좀 빠져서 자기 힐은 하겠지 했는데 죽기 직전까지도 힐을 하지 않더라. 다행히 전투가 그 전에 끝나서 죽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 정도로 "나는 딜러다"라는 마인드로 임하는 것 같았다. 한 명이 아니다 수십 명의 술사들이 다 그런 마인드로 플레이 하더라.

상황이 이러다보니 전투의 90% 구간에서는 마나가 풀일 정도로 심심하고, 5% 정도의 2파티 정도 애드되는 약간 위기에는 그럭저럭 재미있고 할만하고, 나머지 3파티 이상 애드되는 정말 심각한 애드 상황에서는 사제 혼자서는 정말 무력하구나 라고 절감할 만큼 또 너무 속수무책이다.

부캐로 사제를 키우면서 매일 매일 나는 이런 딜레마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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