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담원도 못말린 '피넛', DRX의 파훼법은?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댓글: 38개 |



젠지와 DRX가 만난다. 두 팀 모두 쉽지 않은 8강전 끝에 결승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둔 상태다. 젠지는 또 한 번의 LCK 내전을, DRX는 오랜만에 LCK 팀을 상대한다.

각 팀의 에이스는 이번 롤드컵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젠지는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중심 축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DRX는 미드 '제카' 김건우가 힘을 쓸 때 승리했다는 공식과 같은 느낌을 계속 풍겼다.

특히, 젠지의 '피넛'이 핵심이다. 그야말로 초반에 '피넛'이 뭔가를 해내면 젠지가 무조건 승리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팀에서 많은 걸 담당 중이다. 젠지를 상대했던 팀들도 이를 알고 그를 견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담원 기아가 젠지와의 8강에서 '피넛 말리기'에 얼마나 고심했는지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캐니언' 김건부의 필살기였던 케인은 단순한 픽의 화제성 뿐만 아니라, 인게임에서 '피넛 지우기'에 담원 기아가 얼마나 많은 것을 투자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케인을 선택했던 담원 기아는 8강 1세트와 5세트 모두 '캐니언'을 '피넛' 쪽으로 밀어넣었다. 이는 '피넛'에게 적지 않은 압박을 심어줬다. 실제로 1세트와 5세트 모두 '피넛'은 초반 정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발이 묶였고 담원 기아가 착실히 스노우볼을 굴린 바 있다.

다른 세트에서도 담원 기아의 '피넛 말리기' 전략은 이어졌다. '캐니언'은 매 세트 초반부터 '피넛'을 찾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고, 라이너들도 이를 잘 도왔다. 실제로 '캐니언'은 이를 착실히 수행했고 '피넛'의 초반 동선은 담원 기아에 자주 노출됐다.



▲ '피넛'은 최대한 케인과 마주하되 스킬 교환은 피했다(출처 : 롤드컵 공식 중계)

하지만 그럼에도 담원 기아는 끝내 '피넛'을 말리지 못했고 젠지가 승리했다. 특히, 다시 한 번 '캐니언'의 케인을 상대했던 '피넛'과 젠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일품이었다. 또 다시 케인이 '피넛'을 괴롭혔을 때 '피넛'은 케인에게 1세트와 달리 변신 게이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계속 정글 몬스터를 빼앗기면서도 스킬 교환을 최소화하며 케인의 변신 타이밍을 지속적으로 늦췄다.

이는 유의미한 플레이였다. 1세트에 젠지는 '캐니언'의 케인에게 일찌감치 변신을 허락했는데 5세트엔 그 시간대를 많이 미뤘다. 이는 담원 기아에겐 뼈아픈 내용이었고 '피넛'의 노련함과 유연함이 드러났던 숨은 명장면이기도 했다.

젠지 선수들도 '피넛'이 초반에 말리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이를 막아줬다. '캐니언'의 케인이 자꾸만 '피넛'의 정글 몬스터를 강탈하려 할 때마다 젠지 라이너들이 미리 위치를 잡고 이를 저지했다. '피넛'이 성장에서 밀리지 않게 하려는 행동이었고 이 역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처럼 젠지를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젠지 스스로도 '피넛'이 초반에 말리면 젠지가 질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 DRX 역시 '피넛 말리기'에 돌입하려 할 거다. 초반 정글러 간 힘싸움이 이번에도 중요할 전망이다.




먼저, DRX가 정글 쪽에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표식' 홍창현은 기복을 보이는 정글러다. 뛰어날 땐 누구와 싸워도 밀리지 않지만, 저조할 땐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곤 한다. 확실히 '표식'에게 혼자서 '피넛'을 상대하라고 하면, 많은 이가 '피넛'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DRX가 '피넛'을 말리려면 라이너들이 힘을 내줘야 한다. 특히, 탑 '킹겐' 황성훈과 미드 '제카'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글러가 아무리 빼어나다고 해도 상체 쪽 라이너들의 힘이 약하면 정글러의 움직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카'가 워낙 이번 롤드컵에서 활약을 많이 했던 만큼, '쵸비'와의 초반 구도에서 밀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는 DRX '표식'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제카'와 '표식'의 합이 젠지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터. 물론, '쇼메이커' 허수는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하기보단 상대의 존재감을 지우는 걸 잘하는 미드 라이너였던 반면, '제카'는 힘싸움을 즐겨하는 스타일인 만큼 담원 기아가 보여줬던 '피넛 말리기'와는 또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큰 대회의 상위 라운드에선 어느 라인 할 것 없이 비슷한 힘겨루기를 해내야 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젠지를 상대할 땐 특히 '피넛'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 쪽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 DRX는 어떤 전략으로 이를 수행하려 할 지, 젠지는 또 이를 어떻게 예상하고 대비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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