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5] 메이플스토리 22년 라이브 성공기, 유저 기대에 응답하는 '자기 변화'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댓글: 9개 |


▲ 좌측부터 넥슨코리아 정현정, 구유리, 김재유 기획자

  • 주제: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 오래 가는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메이플스토리'의 시도들
  • 강연자 : 구유리, 김재유, 정현정 - 넥슨코리아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IP
  • 권장 대상 :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기획과 운영에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게임 업계에 함께 하고자 하시는 지망생
  • 관심태그 : #NDC25 #메이플스토리 #라이브서비스


  • [🚨 강연 주제] 본 발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플레이어가 갖는 기대의 독창성을 정의하고, 그것에 대응해온 '메이플스토리'의 업데이트 사례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탐구해 나갑니다.

    영화나 소설, 혹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재미는 기대를 다루는 방식에서 나온다. '엘든 링'은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하드코어한 전투를 충족시켜주며 만족감을 준다. '슬램덩크'는 산왕을 이긴 북산이 탈락했다는 충격적인 반전을 통해 큰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창작자가 재미를 주는 방법은 기대를 충족하거나, 그걸 비틀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콘텐츠와 달리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유저들의 기대를 채워나가는 장르다. 그리고 이런 유저들의 기대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장의 트렌드, 경쟁작의 등장, 플레이어의 성장 환경과 사회 분위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또 수많은 변화 속에서 게임마다 결코 변하지 않는 기대 역시 존재한다.




    22년이라는 긴 시간을 서비스해온 메이플스토리. 게임의 서비스 시간은 개발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저들의 기대와 출시 이후 꾸준히 이어지는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노력과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메이플스토리 기획실의 정현정, 구유리, 김재유 기획자는 개발진이 '변화하는 기대'와 '변화지 않는 기대'라는 거대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또 모든 라이브서비스 기획자들이 이를 어떤 자세로 대응하면 좋을지 '테세우스의 배'라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전했다.






    ■ 라이브 서비스는 변화하는 기대에 응답하는 것

    강단에 오른 구유리 기획자는 22년 동안 변화하는 유저들의 기대에 대응하기 위한 수많은 업데이트의 결과가 오늘날의 메이플스토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도 게임의 두 축인 사냥과 보스전을 중심으로 유저 기대에 맞춰 게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설명했다.

    과거 메이플스토리의 사냥은 전략적 위치 선정과 스킬 활용, 파티원 간의 역할 분담이 요구되는 밀도 높은 전투 경험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게임의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고 유저들이 강해지면서, 기대도 '효율적이고 쉬운 사냥'으로 옮겨갔다. 특히 필드의 모든 몬스터를 한 번에 정리하는 '원젠컷'을 얼마나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구 기획자는 이러한 변화를 포착한 계기로 커뮤니티의 한 밈을 소개했다. 사냥이 편한 불독 유저가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블래스터 유저에게 말을 거는 내용이다. 이는 직업 사이에 존재하는 피로도 차이가 핵심 문제로 유저들 사이에 드러나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데이터상 두 직업의 분당 몬스터 처치 수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저들은 지표로 드러나지 않는 피로감에 더 주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 기획자는 고민했다. 학습을 통한 전투야 말로 게임에서 재미를 제공하는 부분이기에 이런 전통적인 전투 기획 원칙과 피로도를 완전히 없애달라는 유저의 기대 사이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결국 개발팀은 기획 원칙 대신 유저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구 기획자는 당시 결정에 대해 "플레이어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기획 원칙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솔 야누스'다. 두 가지 형태의 자동 사출 기능의 황혼과 공간 장악 중심의 새벽 형태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모든 직업이 스펙이나 맵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제자리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 솔 야누스 업데이트는 사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동시에 유저들의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보스전의 사례도 강연을 통해 나왔다. 보스 전투에서는 합리성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개발팀은 합리적인 전투를 '플레이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전투로 정의했다.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높은 난이도가 아닌 불합리함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신궁 스킬 구조 개편도 유저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부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과거 신궁은 적과의 거리에 따라 최종 대미지가 증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미지를 높이려다 보니 파티 시너지 영역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보스의 패턴에 스스로 접근하는 형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플레이는 유저가 통제할 수 없기에 불합리한 경험을 유발했다.

    당초 신궁 거리를 시각적으로 보조하는 저징 디스턴스를 추가하기도 했으나 이는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의 변화가 아니었다. 이에 개발팀은 거리 조절 기믹 자체를 불합리한 제약으로 판단하고 과감히 삭제했다. 대신 화살을 세 번 발사하면 네 번째 화살이 강화되는 '인핸스 애로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는 강화된 화살을 유저가 적에게 잘 맞추는 게 좋은 실력인, 통제할 수 있는 구조의 난이도 요소로 재설계됐다.




    버프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했다. 전투 전 수많은 버프 스킬을 순서대로 사용하는 과정 역시 점차 실력이 아닌 불합리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됐다. 특히 버프를 사용하다가 사망하는 경험은 변신 중에 공격당하는 마법소녀나 로봇처럼 황당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개발팀은 버프를 정해진 순서대로 자동 사용하는 '스킬 시퀀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버프 여러 개를 사용하는 복잡한 준비 과정을 삭제하고, 유저가 해당 버프를 터트리는 경험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구 기획자는 변화하는 유저의 기대에 맞춰 여러 변화를 겪었고, 또 그게 때로는 기대에 맞게, 때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변화하는 기대를 나침반 삼아 저희가 세운 원칙마저 의심하고 바꾸며 전투 경험을 진화시켜 왔다'라며 플레이어의 기대에 맞춰가는 끊임 없는 변화를 강조했다.









    ■ 변하지 않는 플레이 가치 보존, 22년의 메이플스토리

    이어서 강연을 진행한 김재유 기획자는 시대적 상황과 트렌드에 따라 게임을 향한 기대는 계속 변해왔지만, '플레이 가치 보존'에 대한 기대는 메이플스토리가 서비스된 22년의 세월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았며 발표를 시작했다.

    '플레이 가치'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누적된 경험치/레벨, 재화(메소), 장비 아이템 등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메이플스토리가 서비스가 오래 이어져오고, 또 매우 오랜 시간을 들여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인 만큼, 적게는 수십 시간부터 많게는 수만 시간까지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플레이 기록이 오래될수록 유저들은 자신의 노력이 담긴 기록이 오랫동안 가치 있게 유지되기를 바란다.

    김 기획자는 장비 '트릭스터 워리어 팬츠'를 예시로 들었다. 이 아이템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활용 가능한 현역 장비이며,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거래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현실의 옷도 12년 입기 힘들다'라며 해당 장비가 주는 플레이 가치 보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여러 플레이 가치 보존 사례 중에서도 게임의 핵심 재화인 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타포스 강화 개편 업데이트와 데스티니 무기 업데이트 사례를 강연에서 설명했다.

    메소는 메이플스토리의 화폐로 캐릭터 성장, 장비 강화, 아이템 거래 등이 모두 메소로 진행된다. 이에 메소의 가치 보존이 플레이 가치 보존의 핵심이기도 하다. 다만,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며 플레이어 캐릭터가 강화되고, 메소 생산량이 늘어나며 메소 인플레이션 역시 발생한다. 기획자로서는 게임 내 메소 소모 수단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스타포스는 핵심적인 메소 소모처였다. 메소를 써 강화하고, 강화 단계가 높을수록 높은 능력치를 제공한다. 스타포스의 메소 소비 비중은 전체 25%를 넘을 정도로 높다. 다만 기존 스타포스 강화는 22성까지는 강화 비용이 조금씩 오르는 계단식 성장 구조를 취했다. 대신 23성 강화 비용이 직전 비용보다 15배나 증가했다. 이는 합리적인 강화 영역이기보다는 보존의 영역이었다. 유저가 22성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한계를 가지는 셈이다. 실제로 22성 아이템은 89만 개였지만, 23성은 960여 개, 24성은 5개에 불과했다.

    22성에 도달한 장비가 늘고, 강화를 중단하는 플레이어가 생기며 스타포스는 메소 소모처로서의 동작을 하지 못했다. 이에 시스템 변화가 필요했다. 하나는 신규 장비 세트를 추가하는 단기적인 해결 방법, 다른 하나는 23성 이상의 강화 테이블을 개편하는 장기적인 해결 방법이었다.

    단, 신규 장비 세트의 추가는 기존 장비 가치의 훼손이 우려됐다. 이에 장기적인 해결 방법이 실제 솔루션으로 적용됐다. 단순한 메소 소모보다는 플레이 가치 보존에 집중한 선택이었다.







    개편 후 메소 소비 비용은 강화가 증가할 때바다 더 완만한 상승폭을 그리도록 만들었다. 이에 23성 강화 비용은 85.6%, 24성 강화 비용은 99.1% 낮아졌다. 22성에서 강화를 중단한 플레이어에게 현실적인 강화 목표를 추가한 셈이다. 강화 기대 비용도 23성에서 25성, 24성에서 28성으로 각각 늘었다.

    그 결과 강화 참여 유저는 15배 증가했고 1인당 메소 소모량도 33% 늘어나면서 강화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했다. 동시에 최상위 아이템의 가치를 지켜내며 가치의 충돌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냈다.




    이렇게 유저들의 기대에 맞춘 변화를 선택하지만, 처음부터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제네시스 무기'는 오랜 기간 메이플스토리의 최종 무기로 획득에만 최소 8개월이 소요되고 높은 수준의 캐릭터 성장을 요구하는 엔드 콘텐츠였다. 하지만 여러 업데이트를 통해 캐릭터 스펙이 높아지면서 2024년 2월에는 전체 액티브 유저의 10% 정도가 해방을 완료했다. 더이상 엔드 콘텐츠가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개발진은 새로운 엔드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채우는 동시에 효과적인 메소 소모처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스티니 무기 추가를 결정한다. 초기 기획은 기존 제네시스 무기의 강화 상태를 그대로 이전한 뒤, 추가 강화를 통해 최종 무기에 도달하게 하는 일반 전승 방식을 선택했다. 최종 상태 그대로 전승하는 상향 전승을 선택하면 기획 의도인 메소 소모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를 알린 쇼케이스 발표 이후 유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그리고 개발진 역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했다. 하나는 극소수의 유저들만 달성 가능한 데스티니의 무기의 해방 전까지 최종 강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유저들이 최종 장비인줄 알고 강화한 제네시스 무기가 한순간에 중간 단계가 되어버려 플레이 가치 하락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3개월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개발팀은 기획 방향을 180도 전환했다. 메소 소모처 기능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네시스 무기의 강화 상태를 최종 단계까지 그대로 이전해주는 상향 전승으로 기획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김 기획자는 단기적인 재화 가치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22년간 쌓아온 '플레이 가치 보존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그것을 지키고 있는 것이 메이플스토리를 'One and Only'한 게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 라이브서비스, 자기 변화의 노력

    다시 강단에 오른 정 기획자는 22년간 끊임없이 변화해 온 게임의 정체성을 '테세우스의 배'라는 철학적 질문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라이브 서비스의 생명은 서버 종료가 아닌, 유저의 기대가 사라지는 순간 끝난다'며, 게임의 본질은 유저의 관심과 믿음에 있다는 개발 철학을 밝혔다.

    정 기획자는 변화하는 기대와 변치 않는 기대에 응답해 온 지난 업데이트 과정이 단순히 유저의 요구를 수용한 것을 넘어, 개발팀 스스로의 기준을 반문하고 수정하는 '자기 변화의 노력'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의도대로 잘 동작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라이브 서비스는 플레이어의 기대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러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메이플스토리는 태초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 되었다. 정 기획자는 누군가는 과거의 메이플스토리가 더 재미있고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이야말로 라이브 서비스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발 철학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는 강연의 제목이기도 한 '테세우스의 배' 비유를 꺼내 들었다. 모든 부품이 교체된 후에도 그것이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지 묻는 이 철학적 질문은 메이플스토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질문의 핵심을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지, 믿는 사람이 있는지를 꼽았다. 아무도 이 배가 테세우스의 배인지 궁금해하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면 이 질문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저들이 '이렇게 바뀐 메이플스토리가 여전히 메이플스토리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게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이 메이플스토리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기획자는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라는 만화 '원피스'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라이브 서비스의 본질을 정의했다. 모든 플레이어가 '이 게임은 이제 변하지 않을 거야', '내 기대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도 게임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순간 라이브 서비스의 생명은 끝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마저도 기대를 받는 게임이고, 여전히 살아 있는 게임임을 느끼게 한다고 전한 정 기획자는 유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개발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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