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연 못지 않았던 조연, 멋진 패자 '원이삭'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4개 |




국내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시작이자 프로게이머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GSL. 오직 이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날만을 상상하며 무려 1,221일을 고대하던 청년이 있다.

바로 '악동'이란 이미지로 팬들에게 경기뿐만 아니라 입담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PartinG' 원이삭(YFW)이다. 원이삭은 과감하고 직설적인 입담으로 많은 선수들과 스토리를 만들며 흥미 요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안티 팬들도 꽤 많았다. 대부분 '너무 과하다', '실력에 비해 입만 살았다'라는 의견들이었다.

하지만 원이삭과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전혀 건방지지 않고, 인사성도 바른 유쾌한 청년이다. 또한 프로게이머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매너가 좋지 않다'는 평을 들어본 적도 없을 정도로 예의가 바르다.

이번 결승전 상대인 이승현과는 많은 사연이 있어 두 선수의 대결이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양 선수의 악연(?)은 2012년 12월 스타테일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시절, 블리자드 컵 결승전에서 만나 이승현이 4: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날 정도로 설전을 펼치며 혹자는 '두 선수의 사이가 진짜로 좋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2015년 3월 22일 양 선수는 2년 6개월 만에 2015 GSL 시즌1 코드S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도 서로 자신만만하다며 설전을 펼쳤던 두 선수, 그리고 그 설전 이상으로 재밌고 치열한 승부 끝에 이승현이 4:3으로 원이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원이삭 입장에서는 1,221일을 고대하던 자신의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순간이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던 기회를 아쉽게 놓쳤던 마지막 7세트, 이승현이 승리했다는 문구가 뜬 순간 화면 좌측 하단 원이삭의 GG메시지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PartinG : GG, 축하한다 챔피언!

3:3상황, 마지막 7세트에서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자신을 밟고 우승을 차지한 우승자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다. 분명 우승자는 이승현이고, 정말 대단했다. 그러나 이번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원이삭도 이승현에 못지 않게 멋진 주인공이었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배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원이삭의 마지막 GG메시지는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e스포츠 역사상 수많은 준우승자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이삭은 e스포츠 역사상 가장 멋진 '패자'로 기록될 것 같다고.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