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려, 참여, 공감 - e스포츠 여성의 마음을 얻을 때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07개 |



오페라 '리골레토'의 만토바 백작은 '여자의 마음'이라는 노래 속에서 여성의 마음을 갈대에 비유했다. 여성은 변덕이 심해 마음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꽤 단순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통해 진심을 전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e스포츠는 어떨까? 과연, 여성들을 위한 배려로 그들의 마음을 얻고 있을까?

e스포츠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시장을 키우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소비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의 증가는 시장의 확대를 불러오기에 새로운 소비층을 발견하고 공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e스포츠 시장의 블루오션인 10~30대 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는 주요 소비층이 남자이기 때문에 남초 성향이 매우 강하다. 컨텐츠 또한 게임을 주로 즐기는 남자들에게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여성 유저들이 e스포츠의 주요 소비층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가 2006년 이후 중흥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대표팀의 해외대회 선전과 함께 야구에 관심이 생긴 여성들이 야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e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야구 역시 남자의 스포츠,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매우 강했다. 그러나 야구장의 문화가 기존의 '본다'는 개념에서 '즐긴다'라는 레포츠의 의미로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야구장의 문화를 즐기려는 여성 관객이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현재 야구 경기 예매율의 40%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 관객의 증가는 남성 관객의 증가로 이어져 프로야구가 크게 흥행할 수 있었다.




여성 관객의 증가로 흥행을 맛본 프로야구도 여성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MBC TV 프로그램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야구 해설가 허구연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준수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신인 선수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야구장의 응원 문화도 여성 관객들의 유입과 함께 발전하게 되었다.

e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관객들을 보면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많은 인기를 구가하며 e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면 경기장을 찾는 여성들이 남성의 수를 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된다. 이는 여성이 e스포츠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e스포츠 경기장은 아직 여성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매우 부족하다. e스포츠는 아직도 '본다'라는 개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장을 찾는 여성들을 선수들의 사진을 찍거나 경기 후 팬미팅을 통해 선수들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장을 찾는 여성 관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들을 위한 콘텐츠 생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e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여성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중요한 키워드는 참여와 공감이 되어야 한다.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처럼 경기장을 찾은 여성이 자신도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예로는 경기장 부스 옆에 게시판을 만들어 여성 관객들이 응원 문구를 적도록 하고 이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도 매우 중요하다. FPS 리그의 유명 여성 프로게이머 우시은은 "실제로 게임이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게임 안에서 유대를 쌓는 것이 좋아서 게임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성 유저들은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함께 한다'라는 유대를 쌓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팀이 이기면 함께 기뻐하고 질 때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슬퍼한다. 이러한 여성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문화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여성. 프로야구의 예시에서 보이듯 여성 관객의 증가는 e스포츠 발전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제 단순히 '보는' e스포츠 말고 여성도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마음을 사로 잡는 e스포츠가 되기 위해 e스포츠 콘텐츠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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