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J 엔투스, 과거의 영광에 취하면 '어게인 2014'

칼럼 | 신동근 기자 | 댓글: 166개 |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CJ 엔투스의 팀 리빌딩 그림이 오늘 윤곽이 드러났다.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가 팀에 잔류할 예정이고, '앰비션' 강찬용이 팀을 떠나게 되며 '코코' 신진영 역시 팀을 나갈 확률이 매우 높다. '스페이스' 선호산의 거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실력적인 부분을 보고 이번 CJ의 리빌딩을 평가하자면 대개는 물음표, 혹은 X표를 띄울 사람이 많을 것이다. CJ의 경기력이 하락하고, 팀이 크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신진영은 미드에서 꿋꿋하게 버티면서 사실상 팀을 홀로 이끌었다. 신진영이 꼬이면 CJ도 같이 무너지기 일쑤였고,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신진영만 잘 성장했다면 CJ는 역전을 만들어내면서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하지만 CJ는 자신들의 전력의 핵인 신진영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팀에 잔류할 예정인 박상면과 홍민기가 최근 신진영 만큼의 기여도를 보였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긍정하기 힘들다. 최근 CJ의 경기를 평가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선수들은 대체로 박상면 혹은 선호산이었다. 홍민기 역시 예전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CJ는 탑, 바텀이 쉽사리 무너지고 미드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그림이 자주 보였다.

물론 박상면은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아주부 프로스트 시절이던 2012 롤챔스 섬머 결승 당시 박상면은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서 팀의 '패패승승승' 대역전승을 일궈냈고, 2013 LoL 올스타전에서는 중국의 'PDD'를 3연속 솔로킬하는 등 '믿고 쓰는 탑솔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허나 이는 옛말. 현재의 박상면은 좁은 챔프폭 탓에 대부분의 탑 라이너에게 라인전을 밀리고 있으며 게임 내에서의 기여도 역시 미미한 상태다.



▲ 팀을 떠난 CJ의 식스맨들. (출처 : CJ 엔투스 공식 SNS 계정 글 캡쳐)

팀 내에 경쟁 상대가 없다는 것 역시 주전 선수들의 답보 상태를 연장시킬 수 있다. 과거 CJ의 식스맨이었던 '헬퍼' 권영재와 '트릭' 김강윤, '맥스' 정종빈이 모두 계약 종료를 했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는 현 주전들이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만한 기량을 갖출 수 있느냐에 대한 답변 역시 물음표다.

강현종 감독이 CJ를 이끌 때는 '가족 같은 팀 운영'이 모토였던 탓에 선수들이 아무리 부진해도 끝까지 데리고 가려는 행보를 보였다. 물론 이해는 간다. 박상면, 홍민기는 아주부 시절부터 팀에 있었던 마스코트 격인 존재였고 현재 LoL 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CJ 입장에서 이들을 포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때는 해야 했다. 강현종 감독이 팀 사령탑에서 떠난 후, 팬들은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이제는 합리적인 팀 운영, 리빌딩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무리 팀에 오래 있었고 많은 팬을 보유한 선수라 할지라도 경기력으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엔 마냥 팀에 안착하지는 못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CJ는 강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CJ 사무국은 팬들의 기대를 외면했다.

프로의 세계는 정글이다. 아무리 과거의 강자라고 해도, 제자리에 답보된 채로는 새로운 강자에 먹혀 사라질 뿐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한 자는 죽은 자다. CJ 역시 예전과 다름없이 '마스코트니까, 팬이 많으니까, 오래 있었으니까, 예전에 잘했으니까'와 같은 논리로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피식자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이번 리빌딩은 CJ에게 최고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멤버만 바뀐 채 변하는 것 없이 답보 상태로 남는다면 CJ는 2014-2015 시즌을 넘어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팀에 남기로 한 선수들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두 번 다시 2014-2015 시즌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각오 하에 분골쇄신한다면 '어게인 2012'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리고 팀을 떠난 선수들은 어느 팀으로 가게 되든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입성해 경기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 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선수 전원 교체도, 전원 잔류도 아닌 2012 시즌의 영광의 경기력을 다시 보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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