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점, '변화'의 마지노선에 있는 중국

칼럼 | 김홍제, 임혜성 기자 | 댓글: 71개 |
1년 365일,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A중국집. 그리고 그 옆에는 가게 내부에 파리만 휘날리는 B중국집이 있다. B중국집 사장은 손님이 끊이질 않는 A중국집의 C주방장을 영입하기 위해 큰 금액 투자하며 반전을 꾀했다. 이제는 자신의 가게도 A중국집 못지않게 많은 손님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손님의 수나 매출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A중국집이 대박집으로 성공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요리를 만드는 시스템에 있었다. A중국집은 여러 명의 주방장이 각자 맡은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었고, B중국집 사장이 영입한 C주방장은 채소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주방장이었다.

각자의 역할과 호흡이 확실했던 A중국집에 C주방장의 공백이 생기긴 했지만, 대체자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반면, 큰 금액을 들여 C주방장을 영입한 B중국집은 그만큼 효율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LoL 리그인 LPL은 2015년 삼성 왕조를 이뤘던 선수들과 한국에서 활약했던 많은 선수들을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영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국내 스타 플레이들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팬들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세계 최고 리그가 롤챔스가 아닌 LPL이 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2015 MSI 당시만 해도 EDG가 SK텔레콤 T1을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지만, 2015 롤드컵 시즌5에서는 한국은커녕 유럽에도 밀리며 중국팀들은 4강권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적응 기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이번 IEM 시즌10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중국의 QG와 RNG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 중국팀은 대부분 3중국인, 2한국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호흡의 부재,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는 이상 국내 5인의 호흡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 중국 3인, 한국 2인 의사소통에 문제는 전혀 없을까





중국에서 활동 경험이 있는 A선수는 "기본적인 오더나 콜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연습 상황에서 쉽게 나오지 않던 상황이나, 디테일한 콜을 요청할 경우 의사소통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 가령, 한국인 미드 라이너가 중국인 정글러에게 '내가 지금 무리해서 CS를 먹는 척 연기해 적을 유인할 테니 왼쪽 부시로 돌아와 역갱을 봐달라'라는 말을 1, 2초를 다투는 프로 싸움에서 다른 언어를 가진 선수와 소통하기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RNG가 프나틱에게 승리한 2세트에서조차도 타워를 허무하게 내주는 장면이 몇 번이나 연출되며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어 보이진 않았다. 사실 운영을 잘하기 위해선 팀원의 의견이 필수 조건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상황을 팀에게 알려주고, 상대가 이득을 취하는 방법을 예방하거나, 읽고 자신들이 오히려 이득을 취하는 것이 '운영'이다.



▲ RNG의 운영 실책

그런데 RNG는 '루퍼' 장형석의 순간 이동이 없음에도 탑 라인으로 향했다. 경기 시간 15분 RNG는 프나틱의 봇 듀오를 잘라내고 미드 1차 타워 공략을 시도하다 이즈리얼을 잃었다. 봇 라인의 미니언이 RNG의 진영으로 쏟아지고 있었고, 탑 라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약 RNG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었다.

일반적인 판단으로는 "체력 상황이 좋지 않고 뽀삐의 순간 이동이 없다. 봇 라인이 당겨졌으니 상대 봇 듀오가 미드로 합류할 수 있다. 빠르게 정비하고, 이즈리얼이 나올 때까지 미드를 수비하다 라인을 먹자"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RNG는 노틸러스에게 묶여 귀환 시간을 지체했고 뽀삐마저 탑 라인을 정리하러 갔다. 상대가 할 수 있는 생각을 읽지 못했거나,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탈수기 운영을 창조해낸 삼성 화이트의 '마타' 조세형과 '루퍼' 장형석이 이 사실을 놓쳤을까? 아니다. 팀원들에게 이 복잡한 상황을 중국어로 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루키 송의진은 롤드컵 이후 인벤과 인터뷰에서 중국 선수들과 의사소통에 대한 질문에 "우리 팀은 중국어를 많이 쓰는 편이고 100분에 90은 대화가 가능하다. 10프로는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나 뉘앙스를 전달해야 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 비록 다른 팀이지만, QG와 RNG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LoL과 비슷하게 각자 포지션에서 함께 움직이는 농구의 경우에도 2용병, 3한국인이 일반적이지만, 말로 어려운 의사소통이 필요하지 않다. 각자의 개인 능력과 간단한 사인만으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되고, 팀원끼리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LoL과 달리 다른 선수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 말을 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얘기하면, LoL은 5명의 팀원이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말을 통해 작전을 짤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언어, 즉 '의사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 변화 없는 난전 지향의 LPL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 리그 자체가 '한타' 중심의 성향을 띤다는 것이다. 상위권 팀들에게 '운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의 운영이 발전할 수 있었던 큰 계기는 삼성 화이트의 존재였다. 모든 시야와 버프를 장악하고, 천천히 상대를 말려 죽이는 '탈수기' 운영. 그 이후 LCK는 모든 팀이 운영에 매진했고, 롤드컵에서 SKT T1이 다시 한 번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렸다. 이를 본 대부분의 LCK 팀들은 '운영' 상향 평준화를 이뤄냈다.

중국의 EDG가 MSI에서 우승할 때 EDG는 수준 높은 운영을 보였다. 라인 주도권을 바탕으로 '클리어러브'와 라이너들이 스노우 볼을 쉴새 없이 굴렸다. 그 결과 SKT T1의 모든 대회 석권을 저지했다. 프나틱이 유럽을 장악할 때 LCS EU 전체도 평균 기량 상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EDG의 활약에도 중국 리그는 변하지 않았다. 중국 팀 중 유일하게 롤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는데도 말이다.




솔로 랭크를 통해서도 두 지역의 차이가 드러난다. 현재 한국 솔로 랭크의 상위권의 경우 운영의 수준이 높다. 탑 타워가 밀리면 반대편에서 드래곤을 가져가고, 챔피언의 특성에 따른 스플릿 운영은 자주 나오는 장면이 됐다. 한국 솔로 랭크의 운영 수준이 높아진 것은 LCK의 메타가 운영 중심으로 정해져서다.

프로게이머들은 승리를 추구하는 직업이다. 당연히 목적을 위해 수단도 최적화됐다. 챔피언 조합, 운영 방법, 오브젝트 컨트롤 모든 것이 효율적이다. 그리고 LCK의 영향을 받아 한국 솔로 랭크의 수준도 올라갔다. 선수들도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어들과 솔로 랭크를 할 수 있게 됐다. 선순환이 만들어 진 것이다.

반면 중국은 시즌3부터 꾸준히 변화한 메타에도 여전히 난전과 한타 중심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중국 특유의 색깔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계속되는 LCK 스타 영입과 리빌딩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틀린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한타만 잘해서 이길 수 있던 낭만의 시대는 지났다. 철저히 계산하고, 자신들이 가져갈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해야 한다. 곧 열리는 MSI에서도 중국의 운영 없는 난전 중심의 스타일이 유지된다면, 그들이 받을 성적표에 '우승'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쇠락의 길 걷고 있는 LPL... 나아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LPL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롤드컵 4강 안에 두 팀이 들어갔던 2014년도의 영광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LPL의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팬들의 열정도 식어갈 것이다. 메타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된다.

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하는 B는 "의사소통 문제는 계속 나올 것이다. 한국 팀과 가끔 연습하는데, 난전을 받아주는 팀도 있다. 그러나 싸움을 받아주지 않았을 때 상대가 한타를 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운영이 필요하다. 중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시도할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면이 보인다"라고 의사소통이라는 벽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 중임을 말했다.

중국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 꼽혔으나, 이제는 우스갯소리였던 세계 5부리그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잠재력만큼은 LPL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어느 지역보다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많으며, 팬들의 열정도 뒤지지 않는다. 좋은 인프라는 이미 갖췄다. 잃을 것이 없는데,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LoL은 최고 수준의 선수 한, 두 명을 영입한다고, 최고의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인 '마린' 장경환과 '임프' 구승빈이 속한 LGD가 몸소 증명하고 있다.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호흡과 소통'이다. 과연, 이대로 가는 게 맞는 것일까? 오히려 중국인 5인 체제로 현재 최고 리그인 롤챔스 식 운영을 빠르게 습득하며 끈끈한 '호흡'을 다지는 게 앞으로 LPL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향일 수도 있다. 이제 중국팀들이 걷는 길에 물음표가 제시됐다. 중국은 '변화'를 통해 이 물음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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