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략, 운영, 수 싸움. 눈 부시게 성장한 레이디스 배틀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91개 |



블루 진영의 니달리는 인베이드를 통해 상대 엘리스가 골렘 형제를 시작으로 정글링 도는 것을 확인했다. 퍼플 진영의 엘리스는 블루 버프를 미루고 레드 버프만 챙긴 채, 탑 라인으로 향했다. 상대 마오카이가 함께 인베이드를 가던 중 아군에게 발각당하면서 점멸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니달리 역시 점멸이 없는 마오카이를 풀어주기 위해 탑 라인에 첫 갱킹을 시도했다. 게임의 향방을 결정짓는 국지전이 정글러들의 수 싸움에서 나왔다.

"진짜 보통이 아니에요. 선수들 정말 잘합니다. 동선 선택도 좋았고 마오카이의 점멸이 빠진 것 때문에 엘리스의 3렙 갱킹이 예상됐는데, 니달리도 그걸 노렸고, 엘리스도 역갱을 제대로 봤어요.

"서로 상대 정글에 가 있는 것을 보니 둘 다 서로의 위치를 알고 있네요. 정글러들이 정말 잘하네요. 몇 명은 데려가고 싶습니다. 전문적으로 게임을 연습하는 분들이 아니라 대회 때만 연습을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런데도 이정도 이해도가 있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8일, 삼성동 프릭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6 레이디스 배틀 스프링 'swan'과 '아 정글차이'의 8강전 1세트 경기 중 김동준 해설과 아프리카 프릭스, '리라' 남태유가 나눈 말이다. '아 정글차이' 팀은 9분 경, 상대가 블루 버프를 주는 타이밍을 노려 5인 봇 라인 타워 다이브로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운영, 전략, 수 싸움 등 모든 면에서 수준 높은 경기였다.




올해로 5회 째를 맞은 레이디스 배틀, 대회가 진행될수록 경기 내용과 선수들의 실력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디스 배틀이 처음 대회를 가졌을 때는 실버 티어의 선수를 확인했던 기억도 난다. 이제 레이디스 배틀의 참가하는 선수는 평균 골드~플레티넘으로 상위 10%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다. 최고 티어는 '젠부샤스'의 최송화 선수로 마스터 티어다.

'부들부들' 팀의 미드라이너 신지은은 18일, '낄끼빠빠'와의 2세트 경기에 30분 승리를 거뒀다. 그녀가 오리아나로 기록한 CS는 316개, 분당 10개가 조금 넘는 수치를 보여줬다.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닌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기록한 승리와 수치였다.

레이디스 배틀이 여성 유저들을 위한 LoL 대회로 확실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대회는 또한, 여성 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지워줄 수 있는 증명의 장이 되고 있다. 김동준 해설은 레이디스 배틀에 해설을 맡으며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야기가 생겼다. '안보고 말씀하시면 안된다. 부정의 여지가 없는 높은 수준의 경기다.' 레이디스 배틀에 대한 편견을 향해 하는 말이다.

1등 상금 오백만 원, 그리 크지 않은 상금에도 불구하고 여성 LoL 유저들의 축제, 레이디스 배틀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일회성 대회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은 뒤집어졌다. '데빌령' 정혜령이나 서든어택 선수로도 활동했던 함세진의 경우에는 중국 리그에 진출해서 활동한 경력까지 있다.

e스포츠가 성별, 나이, 국적 등을 뛰어넘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대중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다. 레이디스 배틀은 남녀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LoL 경기에 관심있는 유저라면 매주 월, 화요일에 열리는 레이디스 배틀을 지켜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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