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실 퍼즈, 그 후 413일.. 그리고 달라진 건 없었다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66개 |
이슈는 14일 서울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 2라운드 10일 차 CJ 엔투스와 롱주 게이밍의 2세트 밴픽 상황에서 벌어졌다.

롱주가 렉사이와 알리스타, 나르를 가져갔고, CJ는 루시안, 엘리스, 나미를 가져간 상황에서 '크레이머' 하종훈의 네 번째 픽 차례.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하종훈은 팀에서 원하는 픽을 선택하지 못하고 티모를 픽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 티모를 선택하는 실수를 범한 하종훈

그리고 곧바로 경기가 중단됐다. 심판진이 상황 파악에 나섰고, 잠시 뒤 전용준 캐스터는 'CJ 엔투스의 티모 선택 직전으로 돌아가 밴픽 과정을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밴픽은 중단됐고, 약 25분이 지난 뒤 심판진은 '크레이머' 하종훈의 티모 픽이 실수라고 판단했지만, 실수도 재경기 사유가 된다고 생각해 다시 밴픽을 진행했고, 다시 확인한 결과 규정에 이런 조항은 없어 티모 픽을 인정한 채 다시 밴픽을 진행했다. 결국, 첫 번째 재경기 선언은 심판의 오판인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 와중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하종훈의 티모 픽이 실수지만 이것도 재경기 사유가 된다고 생각했다는 '심판의 재량'에 있다. LoL의 경우 밴픽 과정부터 경기는 이미 시작한 셈이다. 밴픽으로 인해 경기가 좌우되기도 하는 게 요즘 경기인데, 여기서 시스템적인 오류가 아닌 선수의 실수로 인해 잠시나마 재경기 판단을 내렸다는 자체가 쉽게 이해되질 않는다.



▲ 경기 중단 후 분주한 중계진 부스

2016 롤챔스 규정집을 보다 보면 8.3 게임중단에 대한 내용 중 이런 문구가 있다.

8.3 게임 중단 (p. 38) 내용 중

심판이 경기 중단 10분 후까지 경기를 재개하지 못하거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재경기를 명령할 수 있고 한쪽이 우세한 상황이라면 심판의 권한으로 판정승 결정을 할 수 있다

규정만 놓고 보면 선수가 밴픽과정에서 실수한 것을 재경기 사유로 판단한 심판진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심판의 권한으로 판정승을 내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심판의 재량에 대한 문제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5월 27일, 당시 CJ 엔투스 소속 '스페이스' 선호산의 화장실 퍼즈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선호산은 생리적인 이유로 퍼즈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당시 규정집에 "생리적인 이유로 일시 정지를 야기한 선수의 소속팀에게는 '주의' 또는 그 이상의 해당되는 페널티가 적용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고, 1주일이 지난 뒤에 CJ 엔투스에게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당시 사건의 중요한 점은 롤챔스 규정집을 읽다 보면 애매한 경우 대부분 '심판의 재량'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던 점이다. 그때도 언급했지만, 앞으로도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므로 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제대로 된 규정과 심판들도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프로 심판'이 필요하다고 작은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 관련기사 : [기자수첩] 화장실 퍼즈 이슈, 그리고 보완이 필요한 롤챔스





그러나 이번 이슈를 돌이켜보면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심판의 재량'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되었을 뿐,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8.4.1 재경기 사유(p. 40) 내용 중

단 선수의 실수 또는 부주의로 인하여 룬, 특성 , 소환사주문 및 스킨 등이 잘못 설정된 경우는 재경기의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위의 규정에 대해 살펴보면 선수의 실수나 부주의로 룬, 특성, 소환사주문 및 스킨이 잘못 설정된 경우는 재경기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 백번 양보해서 규정에 '챔피언'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심판이 규정에 어긋난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

하지만 가히 세계 최고의 리그라 칭송받는 롤챔스 코리아에서 심판이, 아니 심판이 아니라 LoL을 수준급으로 이해하고 있는 일반인라도 실수로 챔피언을 잘못 선택한 걸 재경기 사유로 인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조금의 융통성만 발휘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다.

이번 일을 바라보며 전문가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미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었다. 하지만 계속 방치할 순 없는 문제가 아닌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외양간을 다시 건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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