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oL KeSPA Cup 일정, "이게 최선입니까?"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92개 |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LoL KeSPA Cup이 1년 만에 2016년 11월 9일부터 11월 18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된다. LoL KeSPA Cup은 아마추어와 세미프로, 프로팀이 모두 참가하는 대회로 지난해 세미프로였던 ESC 에버가 우승하는 이변을 만들어내며 꽤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KeSPA Cup의 일정이나 연결되는 IEM 오클랜드 시드에 대해 게임단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인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KeSPA Cup의 일정에 불만한 가지고 있는 팀들은 꽤 많았다. 불만을 토로하는 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2016 LCK 섬머 시즌이 끝나고 유일한 비시즌 기간인데, 11월에 KeSPA Cup이 진행되면서 팀들의 리빌딩 시즌과 맞물리며 제대로 대회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빌딩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요즘, 이미 다른 해외팀이나 새로운 팀을 구하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인데,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KeSPA Cup에 제대로 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점도 있고, 팀에서도 내년 시즌을 위한 리빌딩에 열중하고 있는 경우 대회 준비에 100%를 쏟기가 힘든 실정이며, 이와 같은 사례가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IEM 오클랜드에 참가 가능성이 있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관계자 역시 "만약 우리가 IEM 오클랜드에 가게 되더라도 시드를 포기하고, 한국에서 리빌딩에 집중할 가능성이 확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KeSPA Cup 일정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감독들도 있었다. A게임단 감독은 "KeSPA Cup 일정에 대해 팀의 리빌딩 과정이나 내부 사정으로 불만이 생기는 팀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보통 11월 말까지 계약 기간인데, 모든 계약이 끝나고 리빌딩의 윤곽이 드러나는 12월 즈음, 2017 LCK 스프링 시작 전에 앞서 KeSPA Cup이 열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계약 종료 전 11월에 열리는 것도 팬들을 위해서나 대회가 없던 팀들에게는 꽤 반가운 소식"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 출처 : 2015 IEM 월드 챔피언십 개요


IEM은 1년에 세계 각 지역의 도시를 선정해 3~4번의 지역 대회가 펼쳐지고,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은 다음 해 초에 그랜드 파이널인 IEM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해 진정한 왕중왕전을 가리게 되는 세계적인 대회다. 2016년 초에 펼쳐진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한국 팀은 IEM 쾰른의 우승자격으로 ESC 에버, 그리고 초청으로 SKT T1이 참가해 SKT T1이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이번 KeSPA Cup에서 일정 문제 외에도 IEM 시드에 대해서도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한국e스포츠협회 측에서 사전에 IEM 오클랜드와 KeSPA Cup이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두 대회 중 출전할 수 있는 권한이 모두 주어질 경우 어느 대회를 더 선호하는지 사전 조사가 이뤄졌고, 적지 않은 팀들이 IEM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결국, IEM 오클랜드 참가 자격은 2016 LoL KeSPA Cup 12강 탈락팀 중 2016 LCK 섬머 정규 시즌 순위가 가장 높은 팀이라는 애매한 조건으로 정해졌다.

참고로 지난 2015년 같은 경우 2015년 초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했던 CJ 엔투스와 GE 타이거즈(현 ROX)는 스프링 시즌 1라운드 1, 2위 자격으로, IEM 세너제이에 출전한 진에어는 롤드컵 진출 세 팀을 제외한 LCK 팀들 중 추첨, IEM 쾰른에 참여했던 ESC 에버는 2015 KeSPA CuP 우승이라는 명목으로 각각 출전했다.

하지만 IEM 오클랜드의 참가 조건이 애매한 이유는 '패자'에게 주어지는 자격 조건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떄문이다. 약 한 달의 기간을 두고 펼쳐지는 IEM 오클랜드(11월, 미국)와 IEM 경기(12월, 한국)는 규모 역시 비슷한 수준임에도, IEM 오클랜드는 2016 LoL KeSPA Cup 12강 탈락팀, IEM 경기(한국)는 우승팀이 출전한다. 게다가 상금 규모만 놓고 봐도 IEM 지역 대회인 오클랜드의 우승 상금은 5만 달러( 한화 약 5,600만 원)이며, 지역 대회 우승팀은 2017년 초에 펼쳐지는 IEM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까지 주어지고, KeSPA Cup의 우승 상금은 4,000만 원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IEM 오클랜드 시드권에 대해 "이번 KeSPA Cup과 IEM 오클랜드의 일정이 겹치면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 KeSPA Cup 12강 탈락 팀 중 2016 LCK 섬머 정규 시즌 순위가 가장 높은 팀에게 시드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입장에서는 공교롭게 KeSPA Cup 일정과 IEM 오클랜드 일정이 겹쳤다. 만약 IEM 오클랜드 참가 팀을 가령 2016 LCK 섬머 시즌 상위팀 중 한팀에게 시드를 줄 경우 KeSPA Cup에 흥행 카드 하나가 사라지게 되므로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고, 고심 끝에 지금의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해서 나온 결론일테지만, 소위 말하는 '광탈'한 팀과 '우승'팀이 같은 수준의 시드를 받게 되는 상황이 다소 넌센스한 부분이다. 12강 탈락팀이 8강이나 4강, 준우승을 차지한 팀보다 더 좋은 혜택을 누리게 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시드 방식에 의해 대표적으로 피해를 보는 팀이 생겼다. 바로 kt 롤스터다. 지금까지 IEM의 한국 지역 참가 조건은 합리적이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수준의 자격이었다. 하지만 이번 IEM 오클랜드 참가 자격이 다소 의아하게 선정되면서 2016 LCK 섬머 준우승팀인 kt 롤스터의 경우 이미 LCK 섬머 준우승 시드로 KeSPA CuP 8강에 올라있어 대회 시작 전부터 IEM 오클랜드 참가가 불가능했다.

이에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은 "예전에 IEM 오클랜드와 KeSPA Cup 사전 조사시 우리는 IEM을 더 선호했었다. 당시에는 롤드컵 진출 실패가 확정은 아니었지만, IEM 오클랜드에 참가 자격이 이런 식으로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2016 LCK 섬머 준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우리보다 LCK 섬머 순위가 낮은 팀이 IEM 오클랜드에 참여하는 걸 지켜봐야만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번 KeSPA Cup 12강 대진표의 경우 추첨으로 정해졌는데, MVP(섬머 6위)와 아프리카(5위)가 12강에서 만나게 됐다. 이게 무슨 문제냐고 하겠지만, 3위와 4위를 차지했던 SKT T1과 삼성 갤럭시 같은 경우 롤드컵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ESL 측에서 "롤드컵 4강 이상의 팀은 시드에서 제외며 롤드컵은 8강팀이 기준이었다"고 전해 MVP와 아프리카의 패자에게 IEM 오클랜드 출전 시드가 주어진다.

앞서 말했지만, kt 롤스터 입장에서는 LCK 섬머 기준으로 두 팀보다 월등히 잘했음에도 IEM 오클랜드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MVP 권재환 감독은 "속단하긴 이르지만, 우리와 아프리카의 패자가 IEM 오클랜드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로라면 어떤 대회든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이번 KeSPA Cup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나, 만약 아프리카에 패배할 경우 'IEM에 가고 싶어서 졌다'는 마녀사냥의 논란이 생기지 않을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팬들의 입장에서 롤드컵이 끝난 시기인 11월에 KeSPA Cup이 열리는 건 절대적으로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일정이나 IEM 시드권 등,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게임단 및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금 더 개선되어야 한다는 공통적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는 라이엇과 한국e스포츠협회, 그리고 게임단 모두의 의견이 잘 조율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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