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시점'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었다

칼럼 | 박태균 기자 | 댓글: 1개 |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e스포츠가 세상에 등장한 후로 그들은 다양한 종목의 글로벌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게 했다. 그러나 개중에도 예외는 있는 법. 일부 종목에선 한국 선수들이 유독 약세를 보였는데, FPS(1인칭 슈팅 게임)도 그중 하나였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대표되는 FPS e스포츠는 오랜 시간 유럽-북미 지역 선수들이 판을 지배해왔다. 특유의 호흡과 본능적인 움직임, 압도적인 '샷발'(사격 실력)은 번번이 다른 지역의 팀들을 좌절하게 했는데, 한국 역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 FPS e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에서는 한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려 한다.



▲ 2019 FGS 공식 중계 화면 중

지난 21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2019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 PUBG 클래식(이하 2019 FGS)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총 24개 팀이 참가해 벌인 혈전 끝에 마지막으로 웃은 팀은 한국 대표 OP 게이밍 레인저스였다. OP 게이밍 레인저스는 유럽-북미를 포함한 각 지역의 강팀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열린 배틀그라운드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의 우승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에 진행된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이하 2018 PGI)의 주인공 역시 한국 대표 젠지 골드였다. 그러나 국제 대회 우승이란 위업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조소를 보냈다. 그 이유는 젠지 골드의 우승이 3인칭 모드(TPP)에서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3인칭 모드는 완벽하게 엄폐한 상태에서 적을 포착하고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반사 신경이나 사격 실력보다 운영과 운 요소가 강조됐다. 이에 기존 정통 FPS를 선호했던 팬들은 3인칭 모드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심지어 해외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일찍이 1인칭 모드로 진행되고 있었고, 2018 PGI의 한국 대표였던 젠지 골드와 블랙이 1인칭 모드서 각각 9, 11위를 기록하며 '한국은 사격 실력이 떨어져서 3인칭 모드만 잘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2018 PGI가 끝난 후 전 세계 모든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1인칭 모드로 통일됐다. 그리고 열린 두 개의 국제 대회, 2019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이하 2019 PAI)과 2019 FGS을 통해 한국 대표들은 똑똑히 증명했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는 데 게임 모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운영은 물론 사격 실력도 한국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지난 1월, 2019 PAI에서 액토즈 스타즈 레드(현 VSG)가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들의 1인칭 모드 기량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아시아 팀들끼리 치른 대회였던만큼, FPS 최강 지역으로 여겨지는 유럽-북미 대표들과 겨루게 되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 페이즈1에선 최고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로 이루어진 쟁쟁한 팀들이 얼굴을 맞댔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는 매 순간 뜨거운 불꽃처럼 타올랐다. 2019 PKL 페이즈1의 긴 전쟁이 끝난 후, 우승팀 OP 게이밍 레인저스와 VSG,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 OGN 엔투스 포스가 2019 FGS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PKL을 통해 한층 성장한 한국 대표들의 저력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다. 그룹 스테이지와 패자부활전에서 맹위를 떨치며 4개 팀 모두 파이널에 진출했다. 1일 차 경기선 각 팀이 치킨을 하나씩 나눠 가져가며 나란히 상위권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2일 차엔 더욱 화끈한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전 세계 내로라하는 강호들 사이에서 최정상에 오른 팀은 OP 게이밍 레인저스였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까지, 한국 선수들은 두 번의 국제 대회 우승으로 본인들의 선전이 요행이 아닌 실력임을 보여줬다. PKL이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라는 것과 함께 3인칭이나 1인칭 같은 게임 모드는 중요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보다 중요했던 건 끝없이 발전하려는 한국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었다. 무한한 경쟁 속에서 성장한 그들은 어떤 e스포츠 종목이든 한국이 최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줬다.

한편, 올해 남은 기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일정은 두 번의 PKL와 두 번의 국제 대회, 올스타전 등으로 빼곡히 차 있다. 더욱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질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그 속에서 쉼 없이 달릴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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