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빛바랜 RNG의 MSI 우승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71개 |


▲ 사진출처: 라이엇게임즈

“이번 MSI가 공정한 대회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2021 MSI 경기가 끝나고 우승 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한 LCK 기자가 RNG ‘뽀삐’ 코치에게 물었다. 그는 RNG가 럼블 스테이지에서 5, 6 경기를 단 한 번도 치르지 않은 점, RNG의 귀국 일정 때문에 4강 경기 일정이 바뀐 점을 근거로 위와 같은 질문을 했다. LCK 기자는 다소 무례할 수도 있지만 꼭 해야 하는 질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우승에 대한 소감보다 일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먼저 전하는 ‘뽀삐’ 코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RNG는 공정한 상황과 규칙에 따라 경기를 치렀어도 충분히 우승할만한 팀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RNG가 담원 기아보다 경기력이 좋았던 건 많은 LCK 팬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대회가 아무런 잡음이 없이 진행됐다면, LCK 팬들도 RNG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줬을 거다. 2018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월드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LCK 팬들의 박수를 받았던 IG처럼 말이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했던 라이엇게임즈의 대회 운영에 LCK 팬들은 RNG의 우승을 이전처럼 축하해 줄 수 없었다.

한 팀의 편의를 위해 다른 세 팀의 경기 일정이 바뀌고, 이마저도 일방적으로 통보한 라이엇게임즈의 대회 운영은 분명 잘못됐다. 적어도 일정 변경에 대해 다른 세 팀들의 동의를 받았더라면, 대회 운영에 대한 잡음이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거다.

럼블 스테이지 1위를 달성한 담원 기아에겐 더욱 예민한 문제다. 기존 대회 방식대로 운영됐다면, 담원 기아는 1위 팀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대로 RNG보다 하루 먼저 경기를 치르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담원 기아의 권리는 라이엇게임즈의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RNG에게 돌아갔다. 대회를 주관한 라이엇게임즈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가 이뤄질 때, 승리도 패배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e스포츠의 근본도 스포츠와 같다. 그렇기에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결과도 인정받기 힘들다. RNG의 승리가 인정받으려면 대회가 공정하게 치러졌어야 했다. 챔피언의 경기력을 충분히 보여준 RNG였기에, 라이엇게임즈의 잘못된 대회 운영 때문에 RNG의 우승이 평가절하되는 게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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