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로게이머, 실력만큼 중요한 덕목 '간절함'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32개 |
▲ 김준성과 주긴완의 호명 장면


지난 1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3동 서울 학생체육관에서는 2016-2017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총 38명의 후보 선수들 중 26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루키 3인방으로 불리던 이종현(모비스), 최준용(SK), 강상재(전자랜드)는 예상대로 빠른 순위로 호명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 못지않게 화제가 된 두 선수가 있다. 바로 김준성(SK)과 주긴완(모비스)이다.

김준성은 2라운드 9순위로 SK에 호명됐고, 주긴완은 4라운드 마지막에 극적으로 선택됐다. 김준성은 명지대 졸업 이후 2014 드래프트에 참가했었지만, 당시에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프로 선수에 대한 꿈을 접고, 어린이 농구교실 강사, 카페 등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이어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간암 판정까지 받았다.

주긴완은 홍콩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농구가 너무 좋았던 그는 프로 무대에서 뛰고 싶은 꿈을 위해 홍콩에서 귀화했다. 그리고 문경은(SK 감독)과 유재학(모비스 감독)이 이들을 호명한 이유는 일치했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다. 이 정도의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데, '기회'정도는 줘야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이다.





'프로'라는 타이틀에 가장 우선시 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아마 대다수가 '실력'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할 것이다. 모든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고 이는 곧 자신들의 연봉과 직결된다.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다른 평이 아무리 좋아도 '실력'이 없다면 그건 성공한 프로게이머가 아니다.

하지만 실력만 있다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실력 못지않게 중요한 덕목이 바로 '열정'과 '간절함'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은 때에 따라서 실력보다 더 값지게 나타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데이터나 객관적인 지표를 뛰어넘는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15년 11월 28일 용산에서 진행된 LoL 트라이아웃에서도 kt 롤스터 이지훈 감독도 비슷한 예로 프로게이머로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에 대해서 '승부욕'과 '적극성'을 언급했다.

e스포츠에서도 이런 간절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8월 20일 잠실 올림픽 실내 체육관에서 펼쳐진 2016 코카콜라 제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ROX 타이거즈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은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만년 2등'이라는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울 수도 있는 타이틀, 항상 '페이커'의 그늘 밑에 가려져 있던 설움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간절함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서행의 눈물을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울컥함을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런 열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 간절함을 느낄 수 있던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착각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선수도 많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e스포츠 판에서 5~6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 직접 피부로 느낀 바는 그랬다.

단편적인 예로 현재 가장 프로다운 시스템이 갖춰진 LoL과 스타2(프로리그가 폐지되긴 했지만)의 경우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기준은 참 간단하다. 팀에게 선택받으면 된다. 별다른 과정은 필요없다. 물론, 팀에게 선택받기 위해선 최상위권에 오를 실력이 기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실력만 있으면 '프로'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 이렇게 쉬울 수 없다. 실제로 몇몇 게임단 관계자는 "마땅한 절차 없이 팀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뽑아야 하는 요즘, 실력만 있고, 기본적인 자세나 태도가 현저하게 기준 이하인 선수들이 태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선수들의 인성 문제도 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 프로의 꿈을 가지고 아마추어부터 천천히 도전하고 준비한 선수는 그만큼 자기 관리에도 신경 쓸 것이고, 과거에도 이런 인성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신인드래프트가 사라진 뒤 '프로'라고 하는 선수들에게 인성 문제는 보다 활발하게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과거에는 프로게이머도 신인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커리지 매치'라는 준프로게이머 선발전에서 입상한 선수들 중 프로를 지향하는 선수들이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팀에 입단하는 방식이다. 이게 뭐가 그렇게 큰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프로가 되기 위한 절차가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아마추어에서 준프로게이머, 그리고 신인드래프트를 통한 팀에 입단해 진짜 '프로'가 되는 길. 이것만으로 선수들에게는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성취감'이 주어지고, 보다 확실한 목표를 심어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신인드래프트가 존재해도 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꼭 신인드래프트가 아니어도 '프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기본 소양이 갖춰진 선수를 선별할 수 있는 장치 정도는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실력은 있지만 의지나 간절함이 없는 선수보단 당장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 절박함으로 뭉친 선수에게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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