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1 시즌을 향한 '명가' T1의 야망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73개 |



T1은 13일 공식 SNS를 통해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담원게이밍을 떠난다고 전해진 지 10분 만에 이뤄진 발표로, T1이 얼마나 급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T1은 11월 초 '폴트' 최성훈과 'LS'를 각각 감독과 코치로 임명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성훈은 LoL 종목은 물론, 지도자 경력도 전무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전세계적으로도 탑 클래스로 꼽히는 명문 게임단 T1에 감독으로 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지나치게 과감한 '실험'이었다. 'LS'는 bbq 올리버스 소속 코치로 있으면서 공격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심지어 그 대상이 T1 출신 '운타라' 박의진이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T1은 이같은 여론을 어느 정도 의식해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대체자로 선임된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는 T1이 지금까지 다져온 입지와 '클래스'에 어울릴만한 조건을 갖추었기에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켰다. 최성훈은 단장으로 임명됐고, 'LS'의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의 영입도 분명 과감한 선택이다. 이재민 코치에게 이번 이적은 T1으로의 '복귀'다. 이재민 코치는 2019 시즌 T1 코치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이듬해 대규모 리빌딩 과정에서 팀을 떠났다. 그런데, 보통 LoL 씬에서 계약 해지한 감독이나 코치를 다시 영입하는 건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양대인 감독은 담원게이밍에서 인게임적 역량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지도자 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다. 그가 담원게이밍에서 코치로 활동할 때 선수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T1 선수단은 그보다 더 잔뼈 굵은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두 감독, 코치의 영입은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2020 시즌 동안 선수들의 기량을 절정으로 끌어올렸고, 완벽한 한 팀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롤드컵 우승 커리어도 쌓았다. 때문에 이번 영입은 과감한 만큼, 2021 시즌을 맞이하는 T1의 야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T1이 성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걱정은 이제 옛말이 됐다.




물론, 아직까지 불안한 부분은 있다. 2020 T1을 이끌던 감독, 코치가 모두 팀을 떠났고, 단장까지 바뀌면서 코칭스태프 쪽에 대규모 변화가 생겼다. 이들이 기존 선수단과 융화되어 제대로 된 '한 팀'이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페이커' 이상혁, '테디' 박진성, '에포트' 이상호와 함께한 이재민 코치의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2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최성훈 단장에게도 여전히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LoL e스포츠씬에서 단장은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팀의 기반이 되는 선수 영입의 중심에 있고, 팀 분위기를 잘 캐치하고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최성훈 단장은 자신이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8년, 롤드컵 진출에 실패한 T1은 '칸' 김동하-'클리드' 김태민-'테디' 박진성이라는 공격적인 영입으로 차기 시즌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 방향이 코칭스태프 쪽이라는 데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롤드컵을 우승하고 돌아온 감독과 코치를 모두 데려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T1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여론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고, T1의 스토브 리그 퍼즐도 짜임새를 갖췄다. 이제는 남은 조각을 잘 끼워 맞추는 일만 남았다. 17일 오전부터 시작될 선수들의 이동이 그 시작이 되겠다. 2021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한 T1의 로스터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그리고, 리빌딩의 이유를 성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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