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볍지 않은 '치프테인' 미드 데뷔전

칼럼 | 심영보 기자 | 댓글: 31개 |



지난 2월 6일 프레딧 브리온은 뜻하지 않은 전력 누수를 겪어야만 했다. '라바' 김태훈이 건강 문제로 급하게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프레딧의 1군 명단에 미드 라이너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정글러 '치프테인' 이재엽이 미드 라인에 올랐다.

프레딧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미드 포지션 격차를 메울 수가 없었다. LoL e스포츠의 특성상 멀티 포지션 소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두 명의 정글러인 '치프테인-엄티'가 1, 2세트 번갈아 미드 라인에 섰지만, '페이커' 이상혁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프레딧은 이전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기대를 모은 바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 경기로 다수의 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스포츠처럼 2군 선수를 조금 더 자유롭게 콜업하도록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라운드마다 콜업이 가능한 현행 제도로는 경기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꼬집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한두 번만 일어나겠냐는 것이다. 물론 반대 일각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군 10인 로스터를 허용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러나 단순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10인 로스터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선수들의 경력 손실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부상, 체력 저하, 전술적 교체 문제에서 비교적 벗어난다. 따라서 후보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만약 모든 게임단이 10인 로스터를 운용하게 된다면, 30~40명가량의 선수들이 어떤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아직은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LoL e스포츠이기에, 선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말이다.

또한 게임단 입장에서도 10인 로스터 운영은 어려운 일이다. 이미 2군 선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부자 게임단이야 2군을 포함한 15명의 선수단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지 몰라도,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게임단에는 큰 부담이다. 1군 선수들의 최저 연봉이 6천만 원으로 보장되어 있기에 더욱 어렵다.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는 LCK의 미래를 보더라도 10인 로스터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듯하다.

만약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다른 스포츠는 몇 가지 제도를 활용해 위급 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프로 야구(MLB)의 Injured List다. 이번 '라바'의 상황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제도다. 부상자 명단에 전력 이탈 선수를 등재하면, 팀은 추가적인 지출과 로스터 소모 없이 대체 선수를 사용할 수 있다.

부상자 명단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프레딧은 '라바' 김태훈을 단기 부상자 명단에 등재하고 2군 미드 라이너를 올려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무분별한 로스터 변경에 대해서는 악용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MLB 부상자 명단 등재는 의사 등 전문가의 소견에 따라 최소 일수와 최대 일수가 규정되어 있기에 악용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팀이 부상자의 계약 일수와 연봉도 보장해야 하니, 특별한 이유 없이 부상자 명단을 이용하지 않겠다.




2군 로스터에 구멍이 생긴다는 우려를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LCK와 LCK CL은 경기 요일이 완전히 다르다. 또한 2군 로스터 구성에는 자유도를 줘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도 될 일이다. 2군은 성적보다도 선수들의 발전이 최대 과제인 리그다. 주요 선수의 갑작스런 1군 콜업으로 2군 로스터가 약화된다는 것을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부상 이외에도 돌발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가족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MLB는 Bereavement List와 Paternity List를 운영하고 있다. Bereavement List는 직계 가족 사망과 같은, 팀이 인정하는 개인적인 사유가 발생했을 때 7일가량 로스터 이탈을 허용한다. Paternity List는 출산 휴가로 볼 수 있다. 선수 연령이 어린 e스포츠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된 지 불과 한 달이다. 당연히 시스템이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 달려온 한국 프로 야구(KBO)도 2020년이 돼서야 부상자 명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부상의 공포를 무마했다. LCK 사무국이 이제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법을 모색한다면 오히려 다행인 셈이다.

LCK 사무국은 "이번 상황과 관련해 게임단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군 로스터를 딱딱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취재해보니 내부에서 분명 문제 인식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MLB의 시스템을 차용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고, 그중 가장 알맞은 것을 고쳐 사용해야 한다. 시행착오는 OK, 중요한 건 바람직하게 나아가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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