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허수의 쇼메이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32개 |




작년 서머부터 멈출 줄 몰랐던 담원 기아의 엔진이 2021 서머를 향해 달려가는 지점에서 드디어 제동에 걸렸다. 지금까지 달려온 게 용할 정도로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엔진이 영원히 꺼진 건 아니다.

결승 시작 전, '쇼메이커' 허수의 인터뷰 영상이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승리는 당연하게 생각되고, 승리의 기쁨보단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든다는 내용이었다.

워낙 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보니 담원 기아에게 승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해야만 하는 것으로 다가왔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이겨도 그렇게 기쁘지 않고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독 본인이 더 부담감을 심하게 느낀다고 했다. 또한, 프로게이머 활동 중 가장 기쁜 순간은 롤드컵 우승이 아닌 LCK 승격이었다는 담담하게 뱉는 그의 인터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는 베테랑의 길로 접어드는 '쇼메이커', 불과 2년 전만 해도 풋내기 미드라이너였던 그의 어깨엔 이미 많은 것들이 올라와 있다. 게임 외적으로도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 MSI에서 보여준 '쇼메이커' 허수의 폼은 절정을 찍었다. '잘자요 쇼시경'이란 별명답게 7전 전승의 조이를 필두로 총 12개의 챔피언을 선보였고, 유일하게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던 제이스와 아칼리도 경기력 측면에선 가장 눈부셨다.

탑과 정글, 바텀이 모두 흔들렸을 때도 미드만큼은 언제나 팀의 버팀목이 됐다. KDA 6.8(1위) 분당 평균 골드 425(1위) 분당 평균 대미지 425(1위) 15분 골드 차이 657(1위) 솔로킬 8회(2위) 등, 주요 지표에서 압도적인 기록이다.

비록 패배한 경기지만, 결승 3세트 엇박자 타이밍에 날카로운 갱킹을 시도한 '웨이'의 우디르와 강력한 CC를 보유한 '크라인'의 라이즈가 점멸까지 사용해 '쇼메이커' 허수의 신드라를 노렸을 때, 따봉 인장을 건네며 점멸도 쓰지 않은 채 갱킹을 흘려보낸 장면, 제이스의 멈출 줄 모르는 포킹, 사일러스 활용의 끝 등, 수많은 멋진 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담원 기아와 '쇼메이커' 허수에겐 휴식할 시간도 넉넉지 않다. 이제 곧 LCK 서머가 시작되며, 이제 다시 롤드컵을 향해 달려야 한다. 경기 외적인 잡음이 있던 대회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그동안 '쇼메이커' 허수의 어깨를 짓누르던 '당연한 승리'에 대한 부담을 조금을 내려놓고 승리 시 안도감 보단,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

MSI는 1년 농사 중 거쳐 가는 과정일 뿐이다. 결국, 모든 시선을 롤드컵으로 직결된다. 명심하자. '쇼메이커' 허수의 쇼메이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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