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정부 게임 패싱' e스포츠 지역 연고제는?

칼럼 | 김병호 기자 | 댓글: 16개 |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린 업무보고 주요 현안에 게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유일하게 게임산업을 직접 담당한 정부 부처이다. 덕분에 요즘 게임 업계는 ‘정부의 게임 패싱’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이스포츠도 윤석열 정부의 ‘게임 패싱’에 영향을 받았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게임산업 발전 공약’ 중 하나로 이스포츠 지역 연고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석 달이 지나가도록 지역 연고제와 관련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게임과 함께 이스포츠도 '패싱’하는 걸까?

그러나 업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패싱'이 아니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이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오는 8월 28일 열리는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이 강릉에서 열리는 건 집권 여당 쪽 입김이 컸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렇다면 왜 강릉일까? 살펴보니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이 강릉 출신이다. 또한, 새롭게 부임한 김홍규 강릉시장은 권성동 의원과 막역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 사이에 언급된 강기훈 행정관은 대선 당시 LCK 개막전 참관을 계획했다. 이런 연결 고리들을 엮어보면 LCK 결승전이 강릉에서 열리는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이처럼 이스포츠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관심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지금까지 지역 연고제와 관련한 어떤 소식도 알리지 않고 있을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역 연고제 관련 정책 수립이 정말 쉽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지역 연고제를 치르는 거다. 그러나 지역 연고제를 준비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비용이 쓰일 거라 예상된다. 가장 쉬운 예로, 서울 근교에 자리 잡은 다수 게임단의 회사, 선수 연습실, 숙소 등을 각 지방으로 옮기는 데만 수백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또, 각 지역에서 프로게임단이 자리를 잡기까지 정부가 얼마나 지원을 해줘야 할 지도 정확하게 선정하기 힘들다.

관계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으로 지역 연고제를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세금을 들여 하는 정책임에도 이에 따라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이들은 적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가지고 여러 가지 대안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스포츠에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스포츠 팬들이 정말 이스포츠 지역 연고제를 원하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 연고제에 대한 팬들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또한, 지역 연고제에 대한 소식이 3개월이나 없었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보이지 않는다. 팬들은 지역 연고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대선에서 약속한 공약을 지키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약이 처음부터 무리였거나, 많은 이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수정 혹은 폐기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스포츠에 어렵게 찾아온 정치권의 관심이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 하나로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