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라인전 우위, 정글 견제, 솔로 킬까지 만들어낸 '타잔'의 와드 하나
이번 롤드컵은 '상체' 메타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그러면서 초반 장면에서 탑 부쉬와 시야를 먼저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봇 라인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최근 탑 라인에서 해당 시야 장악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1레벨부터 딜러 간 칼 끝 승부가 나오는 탑 라인으로 딜 교환 한번으로 게임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와 LNG e스포츠는 탑 라이너 '에비'와 '아러'의 영향력을 활용할 줄 알면서 플레이-인 스테이지 1위를 달성하며 그룹 스테이지 직행권까지 따낼 수 있었다.
그중 LNG는 탑 부쉬의 시야 하나가 가져오는 스노우 볼이 어느 정도 큰지 잘 보여준 팀이다. 경기 시작부터 '아러-타잔'이 탑으로 향하더니 정글러 '타잔' 이승용이 자신의 와드를 조심스럽게 탑 부쉬에 설치한다. '타잔'은 라이너에게 특별한 갱킹 없이도 어떻게 힘을 실어줄지 알고 있었다.
해당 와드는 오공-제이스 구도에서 '아러'의 오공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근거가 됐다. 인피니티 e스포츠의 '부각스' 제이스가 부쉬 속에 숨어 상대 공격을 받아치려고 했지만, 해당 와드 하나로 시작부터 전면전이 나왔다. 전면전 양상에서 '아러'의 오공이 딜 교환에서 제이스를 압도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LNG 쪽으로 빠르게 스노우 볼이 굴러갔다. 라인을 밀어 넣은 '아러'의 오공은 홀로 여유롭게 상대 정글로 들어가 사냥을 방해했고, 6레벨을 달성하자 솔로 킬-퍼스트 블러드라는 뚜렷한 성과를 올렸다. 이후, 잘 큰 오공은 다수의 견제를 뿌리치고 홀로 2차 포탑까지 밀어낼 정도로 막을 수 없는 탑 스노우 볼을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프로씬에서 제이스-오공 구도는 제이스가 초반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미니언을 끼고 받아치거나 선제 공격이 가능하면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다. 해당 압박을 통해 라인전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오공을 상대로 제이스가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롤드컵 이전 패치에서 제이스가 기본 지속 효과의 이동 속도 증가 시간의 너프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극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이스의 초반 압박이 이전보다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탑 라인전에서 사소한 딜 교환의 근거 하나하나가 더 중요해졌다. LNG는 오공-제이스의 라인전 구도의 디테일을 와드로 완성했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상대인 인피니티 e스포츠의 탑 라이너 '부각스' 역시 변화를 노렸으나 라인전의 디테일이 부족했다. 1레벨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교전이 일어날 수 있는 제이스-오공 구도에서 제이스는 정복자룬을 들고 롱소드+ 3체력 물약으로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부각스'는 난입룬에 도란검을 들고 다른 양상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각스'가 구상한 난입을 활용한 라인전 구도는 '아러-타잔'의 와드 설계로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듯 딜러들이 주로 나오는 탑 라인전에서 사소한 아이템-룬 선택, 그리고 시야 장악 하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한 탑 라이너와 팀이 확실히 '상체' 중심의 경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탑의 영향력은 DFM의 '에비'의 우르곳 역시 잘 보여줬다. 2레벨 딜 교환으로 상대의 순간이동을 뽑아낸 뒤, 자신만 봇으로 순간이동을 활용해 2승을 견인하곤 했다. 자신이 어느 타이밍에 강하며, 어떻게 다이브 압박을 넣어 순간이동 격차를 만들어낼지 초반부터 탄탄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플레이-인 녹아웃 스테이지와 그룹 스테이지에서 탑 라인전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LNG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젠지 e스포츠와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라스칼-버돌' 역시 이런 탑 라인전의 디테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원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겠다.
desk@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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