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경기만큼 치열할 밴픽, 골치 아플 T1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39개 |



큰 무대일수록 밴픽 전략의 중요도는 크게 상승한다. 결승에 올라간 두 팀의 실력이 거의 대등하다는 전제 하에 변수로 작용하는 건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 뿐만 아니라 밴픽 결과도 있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밴픽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밴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통 중요한 경기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잘했던 것'을 뽑고, '우리가 잘 상대했던 것'을 내줘도 된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완전히 색다른 걸 준비해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젠지와 T1이 서머 스플릿 동안 어떤 챔피언들로 고승률을 기록했는지와 어떤 챔피언들을 잘 상대했었는지 짚어보기로 했다. 그럼 다가올 2022 LCK 서머 스플릿 결승에서 양 팀이 보여줄 밴픽의 향방이 어느 정도 예상되지 않을까.

* 양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치른 경기 수가 적기 때문에 정규 시즌 데이터만 다룹니다.




젠지는 워낙 정규 시즌 승률이 높았던 만큼, 매우 많은 챔피언들로 고승률을 자랑했다. 자주 선택했다 하면 대부분 승률이 높았다.

뽀삐와 아리, 유미, 징크스, 라칸, 트위치는 젠지의 필승 카드였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정글과 미드에서 대놓고 좋은 뽀삐와 아리, 누구와 조합되도 좋은 서포터 유미 뿐만 아니라, 징크스, 라칸, 트위치 등 후픽으로 유용한 챔피언들로도 전승을 기록했다.

60% 이상을 고승률로 산정했을 때, 젠지는 나르와 오공, 아지르, 갱플랭크, 제리, 사일러스, 세주아니, 비에고, 루시안, 탐 켄치, 레나타 글라스크, 세나, 아칼리, 스카너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이 중에서 비에고와 세나는 최근 메타 챔피언으로 보기 어려우니 제외한다고 해도 고승률 챔피언이 워낙 많았다.




젠지가 서머 스플릿에서 좋은 상대 전적을 보이는 챔피언들이다. 참 많은 챔피언들을 상대로 전승을 달성했다. 개수가 무려 14개다. 젠지를 상대로 이런 챔피언들을 꺼냈다간 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 된다. 뿐만 아니라, 비에고와 오공, 나르, 아리, 리 신, 레나타 글라스크, 리산드라, 그라가스, 사일러스도 잘 상대했다.

뛰어난 성적과 역대 가장 높은 승점으로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젠지인 만큼, 웬만한 챔피언들을 상대로 거의 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T1도 정규 시즌 2위였던 만큼, 고승률 챔피언이 많았다. 여러 번 골라 한 번도 지지 않았던 건 세나와 코르키였다. 리 신과 나르, 드레이븐, 비에고, 갱플랭크, 노틸러스, 갈리오, 제리, 리산드라, 레나타 글라스크, 세라핀, 오른, 카밀로도 고승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중에 최근 메타와 거리가 먼 챔피언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100% 승률인 세나와 코르키는 물론, 비에고, 세라핀이 제외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승률 챔피언의 개수는 많다. 그리고 T1 만의 주력 카드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꽤 있다. 드레이븐과 갈리오, 리산드라가 그렇다. 이것들은 '페이커' 이상혁과 '구마유시' 이민형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채워주는 픽들로 유명하다.




T1 팬들에겐 아쉽게도 이번 서머 스플릿에서 T1이 상대 전적 100%를 달성한 챔피언은 없었다. 그래도 메타 픽들을 상대로 고승률을 기록한 적은 많았다. 그웬과 레나타 글라스크, 아리, 세주아니, 노틸러스, 칼리스타, 오공, 비에고, 나르, 탐 켄치, 바이, 아지르, 제리, 오른을 상대로 좋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메타 챔피언들만 따져도 꽤 많은 숫자다.




사실 이걸 보여주려고 어그로를 끌었다. 양 팀의 단순 챔피언 관련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다. 두 팀의 데이터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중요하다. 이걸 알아야 결승전에서의 밴픽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 지, 어떻게 흘러가야 내가 응원하는 팀에게 좋을지 예상 가능할 것이다. 상대의 주력 카드를 내가 얼마나 잘 상대했었는지를 파악할 때다.

젠지는 T1의 고승률 카드들을 카운터 치는 부분이 많다. 최근 자주 선택되는 챔피언들을 두루 잘 상대했던 젠지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다. T1의 주력 카드들은 대부분 젠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들이다.

T1 만의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드레이븐이나 갈리오 정도가 젠지에겐 고민을 줄 만한 챔피언들이다. '페이커'의 또 하나의 펀치인 리산드라가 젠지에게 별로 통하지 않았던 챔피언 중 하나라는 점은 T1 입장에선 아쉬울 것 같다.




젠지의 고승률 카드 중에 T1에게 카운터 맞는 챔피언들도 많았다. 하지만 개수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 워낙 젠지의 고승률 챔피언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어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피넛' 한왕호의 뽀삐나 '쵸비' 정지훈의 사일러스, '룰러' 박재혁의 루시안, '리헨즈'의 유미는 T1에겐 골칫덩이일 수 있다. T1은 이들을 꽤 자주 만났음에도 승률이 높지 않았다. 종종 등장했던 트위치와 스카너도 T1에게 잘 통하는 카드일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의 경기 수가 적은 두 팀의 대결이기에 그쪽 데이터를 이미지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장 최근 결과이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젠지의 고승률 카드 : 제리, 유미, 아트록스, 아지르
젠지가 잘 상대한 챔피언 : 레넥톤, 세주아니, 오공, 사일러스

T1의 고승률 카드 : 오공, 유미, 나르
T1이 잘 상대한 챔피언 : 레넥톤, 야스오, 세나, 뽀삐

단순 데이터 비교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위에 강조했던 것처럼 중요한 경기에서의 밴픽은 '내가 잘했던 것'을 챙기고, '우리가 잘 상대했던 것'을 내주는 성향이 짙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데이터와 내 데이터를 비교해 좀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밴픽의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T1이 젠지보다 밴픽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보인다. 그만큼 젠지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1 팬들 입장에선 이걸 뒤엎길 바랄 것이고 젠지 팬들은 이 구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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