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각본 없는 드라마 - 2,942일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13개 |



2,942일 만에 다시 LoL 월드 챔피언십 4강 진출. 2,942일은 '데프트' 김혁규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해온 여러 순간이 녹아있다.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데프트'는 첫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다음 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까지 거머쥐었기에 국제 무대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곤 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데프트'에게 냉혹한 성적표만 쥐어줬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다섯 번이나 롤드컵에 도전했으나 성적은 매번 8강에 머물렀다. 2014년 시절보다 한 단계 떨어진 상태 그대로였다.

수차례 도전했지만,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2020-21년 롤드컵에서 '데프트'는 자신의 기량에 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2020년 8강 패자 인터뷰에서 '데프트'는 "나에게 많이 실망한 한 해였다. 팀원들이 한 해 동안 잘 따라와줬는데, 좋은 결과를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며 눈물로 시즌을 마무리한 적도 있다.






▲ 크게 좌절했던 2020 DRX '데프트'

그런 '데프트'에게 올해 여름은 더 많은 시선들이 집중됐다. 본인이 공식 은퇴를 선언한 적이 없으나, Last Dance-Dance Last와 같은 말들이 나오며 '데프트'의 은퇴 여부에 관한 여론이 뜨거웠다. 심지어 DRX가 LCK 서머 정규 스플릿을 6위로 마무리하면서 '데프트'가 프로 활동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데프트'는 롤드컵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부터 힘겹게 올라와 4번 시드를 확보했고, 4번 시드 최초 4강이라는 업적까지 이뤄냈다. '데프트' 본인은 2,942일 만에 다시 최고 성적인 롤드컵 4강,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데프트'는 "이번 롤드컵 시작하기 전에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나아가는 기분을 받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8강 경기를 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결과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까지 이뤄냈다.

DRX의 롤드컵 8강 보이스만 듣더라도 '데프트'가 말한 '나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역대 롤드컵에서 가장 극적인 역스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DRX가 탈락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누구보다 침착하고 자신 있게 경기에 임했기에 그렇다.













▲ 출처 : DRX 공식 유튜브 영상


DRX는 2세트까지 패배하면서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다. 경험 없는 팀이라면, 넥서스 대신 미니언을 치고 팀원이 순간이동을 잘못 활용했다는 실수에 매몰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DRX와 '데프트'는 3세트부터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싸웠다. '데프트' 역시 이전 롤드컵 4강 문턱에서 느꼈던 좌절이 아닌 "재밌게 하면 돼"라는 말로 팀원과 함께했다. '데프트'는 "0:2로 시작했을 때도 못이길 상대라는 느낌을 못 받았다"는 생각을 팀원들에게 전달해주면서 나아갔고, 가장 극적인 역스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데프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많은 시선과 조명은 세계 1위, 롤드컵 우승팀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도달하는 과정에서 '데프트'가 보여준 이야기는 말 그대로 드라마였다. 아직 롤드컵 4강 젠지전과 다음 해가 남았기에 그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를 듯하다.

그리고 은퇴에 관한 말이 나오는 시기에 '데프트'는 더 빛났다. 군 입대와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미룬 것보다 자신의 기량으로 프로게이머 활동 기간을 늘린 것이다. 이는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5세트 한타에서 '앞비전-뒷점멸'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익숙한 '데프트'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 '데프트' 김혁규 역대 LoL 월드 챔피언십 성적

2014 월드 챔피언십 4강 - 삼성 블루
2015 월드 챔피언십 8강 - EDG
2016 월드 챔피언십 8강 - EDG
2018 월드 챔피언십 8강 - KT
2020 월드 챔피언십 8강 - DRX
2021 월드 챔피언십 8강 - 한화생명e스포츠
2022 월드 챔피언십 4강 이상 - D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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