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일 필요 없는 T1.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기획기사 | 김홍제 기자 | 댓글: 168개 |
야심차게 준비한 T1의 2022 시즌은 성공이라고 봐야 할까. 실패라고 봐야 할까.

스프링 전승 우승, LCK 기준 24 연승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MSI 준우승, LCK 서머 준우승, 그리고 5년 만에 오른 결승 무대에서 다시 롤드컵 준우승. 그렇게 2022 시즌 T1의 모든 행보가 막을 내렸다.

사람마다 2022 시즌 T1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성공이든 실패든 나뉠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올해 T1은 어떤 경기를 어떤 성적을 보여줬든, 순간마다 팬들을 울리고 웃게 만들고, 함께 해왔다는 게 중요하다.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레전드 선수를 주축으로 T1 아카데미 출신의 선수들, 그리고 '케리아'까지. 신구조화의 가장 아름다운 예를 보여주며 승승장구했던 T1은 스프링 전승 우승, 역대 최고의 포스를 뽐내며 최고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최고에 오르는 것보다 어려운 게 최고를 유지하는 것이라 했던가. T1에게도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찾아온다. 다소 찜찜한 구석이 많은 MSI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던 RNG에게 아쉽게 패배하며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뒤 쉴 틈 없이 시작된 서머.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른 팀들의 폼도 올라오고 특히, 젠지가 급성장하며 최고의 자리는 젠지에게 돌아갔다. 젠지가 더 강할 거라는 예측이 있긴 했는데, T1에게 0:3패배는 꽤 충격이었을 수 있다.




서머 이후 이어지는 롤드컵. 그 사이에 메타는 변하고, 그동안 단점들을 보완할 시간은 충분했다. T1은 그렇게 올해 두 번째 준우승을 뒤로하고 롤드컵 준비에 매진했고, 우리가 알던 T1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언제나 상수였던 '제우스' 최우제를 비롯해 든든한 미드 맏형 '페이커' 이상혁, 적재적소 팀이 필요할 때 궂은일을 도맡던 정글러 '오너' 문현준부터 서머에 부진이 있었으나 폼을 복구해 돌아온 바텀 듀오 '케리아-구마유시'까지 T1은 T1다워져서 롤드컵에 임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룹 스테이지 1위, 8강에선 RNG를 상대로 완벽한 복수에 성공, 4강은 LPL 1위 징동까지 3:1로 완파하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후의 주인공은 모두가 알다시피 DRX였다. T1의 감동 드라마도 꽤나 멋졌지만, DRX가 걸어온 서사가 더욱 극적이었고, 역대급 명승부를 펼친 결승전의 최후 승자로 거듭나며 T1은 다시 준우승으로 좌절을 맛봤다.

마지막 5세트,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케리아'의 오열, 그리고 5년 전과 달리 좌, 우를 살피며 팀원들을 먼저 살폈던 '페이커'의 표정. 카메라에 담긴 이 짧은 순간은 올해 T1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당일 숙소로 돌아가 깜짝 라이브를 통해 소회를 밝힌 '구마유시'는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구마유시'를 포함해 '제우스', '오너' 등, 주전으로 한 시즌을 제대로 뛰기 시작한 건 올해가 처음이고, 이들의 미래는 아직 밝다.

셋을 포함해 '케리아'까지 내년에도 함께하며, '페이커'의 선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완벽하게 세대교체에 성공한 T1에겐 올해의 교훈이 미래의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역사적인 롤드컵 결승전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점이 분하고, 아쉽겠지만, 지금의 패배, 아픔이 훗날 더 가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올해 보여준 T1 선수들의 흘린 땀, 노력을 전부 헤아릴 순 없지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전혀 없고, 팬들에게도 이미 멋진 선물을 해줬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년에는 더 강해진 T1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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