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P 유입을 늘리고 싶으면 장비 격차보다 동기부여부터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화요일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운영진도 현재 PVP가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1.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PVP 격차 해소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좋다.
그런데 그 방법이 PVE 아이템과 PVP 아이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온2 초반, 지금보다 장비 격차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도 PVP는 할 사람만 하는 콘텐츠였다.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유저보다 이탈하는 유저가 많았고, 그 원인 중 하나는 PVP를 계속해야 할 동기부여가 부족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온1을 떠올려 보자.
유저가 PVE를 지향하든 PVP를 지향하든, PVP를 완전히 배제하고 게임을 즐기기란 쉽지 않았다. 필드에서의 활동부터 인던 진입, 소규모 교전과 대규모 전투까지 PVP가 게임 전반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
PVP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결국 참여할 이유가 있었고, 그게 아이온이라는 게임의 근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온2는 어떤가?
PVP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큰 손해가 없다. 오히려 PVP를 하는 쪽이 시간과 스트레스 측면에서 손해라고 느껴질 정도다. 아이온1에서는 PVP를 통해 얻은 보상으로 소모품을 구매하거나 스킬을 습득하는 등, 다시 PVP에 투자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있었다. 보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PVP를 계속할 이유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반면 아이온2는 어떤가?
장군 이상 랭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어비스에 올라갈 이유가 있는가? 어비스 포인트는 획득과 사용에 제약이 있고, 랭킹 포인트 역시 일반적인 유저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효용이 부족하다.
결국 PVP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아쉬울 것도 없고, 한다고 해서 확실하게 얻는 것도 없는 구조다.
지금 필요한 건 PVP를 하지 않는 유저와 기존 유저의 장비 격차를 줄이는 게 아니라, PVP를 하지 않던 유저가 스스로 PVP에 참여하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장비 격차를 줄이면 PVP 유저가 늘어날까?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PVE와 PVP 아이템의 격차부터 줄이겠다는 건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래, 백번 양보해서 장비 격차를 줄이는 것 자체는 인정하자.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줄이겠다는 건가?
이번 진창멸룡이 나왔을 때도 정군 무기와 정친 무기의 가치 문제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가. 기존 장비의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유저들이 겪는 혼란과 반발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그런 상황에서 장비 간 격차를 또 줄인다면, 기존 PVP 유저가 지금까지 투자해 온 시간과 노력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PVP 장비를 맞추는 데 투자한 유저 입장에서는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장비의 가치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PVP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PVP 장비의 차별성까지 계속 희석한다면, 기존 유저에게는 오히려 PVP에 투자할 이유를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이거다.
장비 격차가 크지 않았던 시절에도 PVP를 하지 않던 유저들이, 장비 격차를 줄여준다고 갑자기 어비스에 올라올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PVP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서 하지 않는 유저에게 장비 격차를 줄여주는 건, 참여하기 위한 조건을 조금 완화하는 것일 뿐이다. 참여할 이유 자체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결국 기존 PVP 유저의 반발만 키우고, 정작 유입시키려던 유저들은 여전히 PVP를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3. 그렇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PVP를 해야 할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 장비 격차 완화는 그다음 문제다.
예를 들어 이런 방식은 어떨까?
주간 지령 형태의 PVP 관련 콘텐츠를 일일 퀘스트로 전환하고, 보상을 대폭 늘려 매일 어비스에 올라와 훈장 상자를 노리고 퀘스트를 수행할 이유를 만든다.
어비스 포인트나 랭킹 포인트를 활용해 PVE에도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PVP 참여를 통해 얻는 보상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모품 구매나 캐릭터 성장으로 이어지는 보상 순환 구조를 만든다.
물론 위 내용은 방향성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다. 구체적인 보상 수치나 시스템 하나하나를 두고 논쟁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핵심은 PVP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득을 만들고, 유저가 자발적으로 어비스에 올라올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PVP를 주로 하는 유저조차 왜 계속 PVP를 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PVE를 주로 즐기는 유저에게는 무슨 이유로 PVP에 참여하라고 할 것인가?
PVP에 입문하는 유저가 기존 유저와의 격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기존 PVP 장비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니다.
신규 유저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도, PVP에 꾸준히 투자한 유저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면 된다.
결론
PVP를 활성화하고 싶다면 유저들이 왜 PVP를 하지 않는지부터 제대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참여할 이유도, 지속할 이유도 부족한 상황에서 장비 격차부터 줄이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챕터2에서는 단순히 장비 간 격차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유저들이 PVP를 해야 할 이유와 지속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확실하게 만들어 왔으면 한다.
기존 유저가 쌓아 온 노력의 가치를 지키면서 신규 유저도 PVP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 그게 운영진이 고민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