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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Th윙] 블소 팬픽 진태사열전 제 1부 검선 비월 #.1

데TH윙
댓글: 4 개
조회: 8633
추천: 8
2012-07-22 01:46:13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하늘이 푸르지 않았던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내 소중한 사람들이 점점 마물魔物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숨 쉬는 것이 더 이상 숨 쉬는 것 같지 않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더 이상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없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나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을 증오하게 된 것은……


진태사 열전 震太師列傳


제 1부. 검선 비월


“검선劍仙! 이 아이는 이미 탁기濁氣에 물들었네! 언제 마물로 변해도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어찌 모르는가!”


“환귀幻鬼……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제가 책임지고 정화 해 보이겠다구요.”


“탁기에 물든 자를 정화 한 사례가 있던가? 그 옛날 검황劍皇, 도제刀帝, 창성槍聖들께서도 탁기에 물들어 버린 사람을 정화시키

시는데 실패했네. 자네의 무공이 아무리 절륜絶倫하다 해도 그건 안 될 일이야!”


“이보게 산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선이 무언가 방책이 있어 저러는 것 아니겠나? 비록 검황, 도제, 창성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무공이지만 그래도 천하사절天下四節인데 그렇게까지 안 된다고 밀어붙일 필요가 있겠나?”


“석근 자네는 너무 물러! 이 아이가 어떤 마물로 변할 지 어떻게 안 단 말인가? 그저 그런 소환귀召喚鬼 정도의 마물로 변한다면 몰라도 혹 천령귀千靈鬼나 만령귀萬靈鬼정도로 변한다면? 자네 감당 할 수 있겠나?”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닌가. 검황과 도제, 창성께선 인계人界의 분들이셨지만 검선은 선계仙界의 사람일세. 그리고 이 아이는 보아하니 건족 출신 같고. 무릇 건족이란 선계와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자들 아닌가? 그녀의 지고지순의 내력을 지속적으로 주입받는 다면 정화 될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에잇! 이봐 진권!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내 생각이 듣고 싶소, 환귀?”


“그래! 자네는 이 아이가 위험하다고 생각지 않는가?”


“음……살려 둬도 상관 없잖소? 마물로 변하면 때려잡으면 되는 것 아니오? 마물 하나 못 잡아서야 어디 나 천하사절이오! 하고 다닐 수 있겠소?”


“……에잉! 자네들 명심하게. 언젠가 우리는 이 선택을 진심으로 후회 할 날이 있을것이야. 내 말 명심하게!”


환귀 익산운은 투덜거리며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을 나섰다. 그의 꼬리가 그 주인의 기분을 대변하듯 난폭하게 흔들거린다. 익산운이 나가자 천진권 역시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 추켜올리더니 맨살에 걸친 갑옷을 다시 고쳐 입어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검선 비월과 둘만 남은 역왕易王 홍석근은 비월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 역시 탁기에 물든 자는 마물이 되기 전에 얼른 그 숨을 거두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네만, 자네가 그렇게까지 나서니 일단은 지켜보겠네. 검선, 부디 자네의 뜻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구만…….”


“고맙습니다, 역왕.”

말을 맺은 홍석근은 비월과 그녀의 품에 안긴 건족 소녀를 측은한 눈빛으로 한 번 바라본 다음 축 늘어진 귀에 매달린 귀걸이를 절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비월의 손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던 쪽빛 기운. 그것은 분명 신선들의 내력일 터였다. 홍석근은 십년지기, 익산운의 예언이 부디 틀리기를 마음 깊이 빌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뒤적거리며 쓸만한 린족의 옷을 찾기 시작했다. 챙겨온 옷들은 이미 변신하는 과정에 모조리 찢어져 버린 것이다.


홀로 남은 비월은 쪽빛 기운이 머금어진 손으로 아이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도시의 폐허에서 홀로 살아남은 아이.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마물로 변하고도 남을 탁기를 한몸에 받아들이고도 변하지 않은 아이. 진서연. 진서연이라 했다.

자신의 이름만 말하고 혼절한 진서연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밤을 꼬박 새워가며 선계의 내력을 주입해 탁기를 약간이나마 가시게 했지만 역부족인 듯했다. 비월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한쪽 구석에 기대어 놓은 귀천검을 바라보았다.


“타락한 신선의 검……어쩌면 저 검의 진정한 주인은 너일지도 모르겠구나.”


비월이 중얼거렸다. 문득 시장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진서연을 조심스레 내려놓은 다음 자신의 짐에서 구운 만두 두 개를 꺼냈다. 선계의 인물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환상 일 뿐. 비월은 일미문의 돼지고기 만두를 상당히 좋아했다. 짐을 뒤져 물병까지 찾아낸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만두를 베어 물었다. 식었지만 일미문의 명성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나를 맛있게 먹어치운 비월은 남은 하나를 먹을까 말까 하고 상당히 고심했다. 선계 출신 답게 소식을 하는 그녀로서는 하나 더 먹자니 속에 부담이 갈 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혀는 다시 한 번 일미문의 명성을 느끼는 것을 강렬히 원하고 있었지만. 한참을 고심하던 비월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만두를 다시 잘 싸서 짐에 넣으려 했다.


그때 진서연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비월은 진서연을 안아들었다. 꼬르륵. 배가 고프다는 신호다. 탁기에 물들어 마물이 된 자에게 이런 살아있는 자의 생리 현상이 일어 날 리가 없다. 비월은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지으며 만두와 물병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는 진서연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먹을 수야 있다. 그녀에게 입이 없는 것이 아니니. 하지만 진서연이 어떻게 만두를 씹어 삼킨단 말인가? 미음이라도 쑤어 살살 흘려 넣어야겠지만 이 폐허 안에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홍석근 마저도 넉넉한 만두를 준비해 오지 않았던가? 비월은 낭패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고심하던 비월은 진서연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익산운과 홍석근은 보이질 않고 천진권이 다리를 까딱거리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비월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천진권에게 말을 걸었다.


“무신. 혹 쌀을 갖고 있는지요?”


“쌀? 쌀은 왜?”


“진서연이 배고파 하는 듯 합니다.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그래? 그럼 일단 당장은 마물로 변할 일 없단 소리인가?”


“그렇죠. 뭘 좀 먹여야 할 텐데 먹일 만한 것이 없습니다. 쌀이 있다면 그걸로 미음이라도 좀 쑤어 줄까 하는데…….”


“미안하지만 쌀 같은 건 없는데. 내가 언제 밥 챙겨 먹는 거 봤어? 나를 그런 가정적인 남자로 생각했다니 의왼데?”


비월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 기대도 않 했지만. 하지만 그녀는 천진권에게서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그녀는 천진권이 제국군 보급병을 통해 입수했다고 확신했다. 평화적인 방법은 아니었을 것이다―통실통실한 소고기 만두 하나를 빼앗는데 성공했다.


투덜거리는 천진권을 뒤로 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온 비월은 빼앗은 만두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천진권에게 만두를 빼앗은 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방법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그녀로서도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뭣보다 고이 모셔두었던 무언가를 빼앗기는 느낌이었다.


“처음인데.”


한숨을 내쉰 비월은 만두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그리고는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일미문의 것에 비하면 상당히 격이 떨어지는 맛이었지만 비월은 묵묵히 씹었다. 그리고 입 안의 만두가 완전히 곤죽이 됬을 즈음 그녀는 물병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머금었다.


그리고 비월은 진서연의 입을 살짝 벌린 다음 그대로 입을 맞췄다.


조금씩, 조금씩 입 안의 내용물을 흘려보낸다. 도중에 진서연이 잘 삼킬 수 있도록 도와주며 몇 번에 걸쳐 비월은 진서연과 입을 맞췄다. 입 안의 것을 모두 먹인 다음에는 다시 만두를 베어물어 씹고, 물과 함께 입에서 입으로 넘겨주고. 비월은 거진 반 시진 동안 진서연에게 천진권에게서 빼앗은 만두와 자신의 만두를 모두 먹이는데 성공했다.

만두를 모두 먹인 비월은 진서연의 입가를 잘 닦아주고는 남은 물로 입을 헹구기 시작했다. 억울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자신이 살리기로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자기위안을 하지 않으면 왠지 정말 억울해 질 것 같았다.


사흘이 지났다.


정확히 사흘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검게 물들어 버린 하늘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기에 천하사절은 규칙적인 생활의 고유대명사라 할 수 있는 홍석근이 세 번 저녁을 먹었다는 것을 통해 시간을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간 비월은 천진권이 구해온 만두를 열심히 빼앗아다 진서연에게 먹였다. 이틀째 저녁에는 진서연 스스로 삼키기까지 했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Lv53 데TH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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