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소설/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몽유도원도 - 1. 序

아이콘 부활박통
댓글: 3 개
조회: 1109
2013-06-13 16:37:00

잔뜩 흐린 하늘은 아니지만 충분히 물기를 머금은 하늘이 결국에는 먼지같이 흩날리는 이슬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있지도 않았지만 설령 우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쓰지는 않았을 법한 비.

 

모의고사 성적표를 손에 쥔 삼수생인 내 가슴속에도 이슬비가 먼지같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4수를 하게 된다면? 이슬비가 장대비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우박이 더 비슷할까?

 

허탈하게 학원에서 얼마되지 않는 고시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모의고사 따위 훗'

 

하지만 작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는데 생각이 이르자 다시 가슴속에 우박이 쏟아진다.

 

1인용 싸구려 메트리스가 깔린 침대하나와 작은 책상하나가 전부인 고시원 방.

 

나는 도착하자마자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윈도우 화면이 뜨자 익숙하게 클릭하는 배모양의 아이콘.

 

꿈과 낭만과......트레져박스가 살아 숨쉬는 온라인 게임이다.

 

'작염천광'

 

뭔가 춘장내음 가득한 이번 트레져박스의 이름이다. 이름이 뭐 중요하겠는가. 좋은 아이템만 나와준다면

 

이름따위 '낭만 김정은'이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로 어제 육메같은 내 생활비 24000원을 투자한 '작염천광'의 결과는 '아이템 교환권 (no.3)' 5장이었다.

 

충격과 공포속에 잘못클릭한 결과로 생긴 '수납용 서랍장'은 내 인벤토리 한쪽 구석에서 4800원의 블링블링함

 

을 뽐내며 내속을 쓰리게 하고 있었다. 괜찮다. 이참에 내 고시원방을 닮아 가구(?)라고는 집사하나 밖에 없는

 

휑한 아팔타멘토에 가구를 놓아주자.

 

 

'XXX증서 팝니다. 사실분 귓제시~'

 

'강욕상인철쇄 개당 10만 대량삽니다'

 

 

파는 사람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가격을 외치는 이 모습이 내가 하는 이 게임속의 '상식'이다.

 

티비에서 싸이가 '신라면 블랙을 사실분은 가격결정하시고 농심으로 전화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

 

썩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농심이 세무조사의 강한 압박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게임에 접속을 해도 특별히 할것이 없다. 아니, 레벨도 다 채우지 못했고 스킬도 올리지 못한 나로써는

 

할것이 없다기 보다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무기력함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은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사노라며 파노라며 외치기를 하는 앉은뱅이들이나 내복차림으로

 

줄지어 뛰어가는 5케릭들에게서도 느껴졌었다. 그들 뒤로 나도 나의 아팔타멘토를 향해 뛰고 있었다.

 

내 원룸방보다는 훨씬 커보이는 내 아팔타멘토. 하지만 아무런 가구가 없다는 점에서는 내 원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집사'라는 출입과 물건의 보관,불출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가구(?)가 있기는 했지만.

 

아팔타멘토 입구 맞은편 오른쪽 모서리에 무려 4800원짜리 가구를 배치하고나니 또 할일이 없다.

 

집사. 이 중년의 집사를 언제 고용한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그런적은 없었던것 같다. 기본옵션인 모양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제법 잘생겨 보이기도 한다. 피르멩 같아 보이기도 하고 피에르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집사의 모습이 흰색 갑옷을 입고 대도를 비스듬히 든 얼굴은 있지만 이목구비가 희미해 전혀 보이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무섭다. 이내 이 변해버린 집사는 머리위로 녹색의 연기를 피우며 발걸음이 무척빨라

 

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보라색연기를 피우면서 엄청난 속도로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뭐지?

 

의아해하는 순간 불타는 새를 타고 날아가는 난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난쟁이는 저 불새를 얻기 위해

 

뼈를 깎는 던전노가다를 했겠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난쟁이가 이쪽으로 휙 돌아본다.

 

'오스발드다!'

 

 

잠시 졸았나보다. 이런 두캇안되는 꿈을 꾸다니......

 

"일어나셨습니까?"

 

 

환청인줄 알았다.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본 2초후까지. 내앞에 서 있는 것은 눈에 익은 얼굴의 중년남성. 입체적

 

이다. 이 남성 뒤로 보이는 벽의 색감이 익숙한듯 어색하다. 그 벽을따라 시선이 간곳에는...... '그것'이 있었다.

 

 

 

'수납용 서랍장'

 

...

....

.....

......

 

 

내 고시원방이 아니다! 

Lv24 부활박통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