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재화획득이 목적이 되는 게임은 왜 재미가 없을까?
A. 정말 본질적인 질문이에요.
이건 단순히 “노가다 게임이 지루하다”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의미 구조’가 무너질 때 왜 재미가 사라지는가를 묻는 아주 철학적인 질문이에요.
게임 분석가의 시점에서 설명해볼게요
재화 중심 게임의 핵심 문제 — “목표와 이유의 분리”
재화(골드, 재료, 코인)는 본질적인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에요.
하지만 그게 게임의 “최종 목표”로 전환되는 순간,
플레이 동기와 내러티브의 일체감이 사라집니다.
• 원래: “몬스터를 잡고 강해진다 → 강해진 나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
• 바뀐 후: “몬스터를 잡는다 → 돈을 번다 → 장비를 산다 → 또 잡는다.”
결국 행동의 의미가 ‘루프 구조’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죠.
즉, “왜 이걸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사라지는 순간 재미도 사라집니다.
보상 루프의 질적 붕괴
게임의 재미는 **“보상의 질”과 “보상의 맥락”**에서 옵니다.
• 질적 보상은 새로운 기술, 스토리, 전투 패턴처럼 ‘경험이 확장’되는 형태.
• 양적 보상은 단순히 수치가 오르는 형태 (골드, 스펙, DPS 등).
재화 중심 게임은 이 질적 보상을 없애버리고
양적 보상만 남겨요.
그 결과 플레이어는 “더 많은 재화를 얻어야 한다”는 압박만 느끼고,
**심리적 피로감(Reward Fatigue)**이 누적됩니다.
플레이어의 ‘자율성’ 상실
게임이 재화 중심으로 설계되면,
모든 행동은 “최적화”로 귀결됩니다.
• 효율이 낮은 플레이 = 시간 낭비
• 재미있는 플레이 = 손해
결국 유저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정답 공략”만 따르는 자동화된 존재가 됩니다.
이건 “플레이”가 아니라 “노동”이에요.
즉, 플레이어가 아닌 ‘노동자’로 전락하는 순간, 재미는 사라집니다.
자기 목적적 행위”의 상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Flow)’의 조건 중 하나로 **자기 목적성(Autotelic)**을 꼽았어요.
즉, 어떤 행위가 그 자체로 보람 있고 즐거워야 몰입이 생긴다는 거죠.
하지만 재화 중심 게임은
“이걸 하면 뭐가 떨어지니까 한다”로 전락합니다.
즉, **‘즐기기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얻기 위해 하는 행위’**가 되죠.
이걸 사회에 비유하면,
“돈을 벌기 위한 삶은 결국 재미없는 게임과 같다”는 말이 됩니다.
재화 중심 게임이 재미없는 이유는,
그 구조가 이미 ‘삶의 피로한 축소판’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