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성은 그날 이후로 한 가지 생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정에게 솔직하게 말해볼까.
아니면 평생 입을 다물까.
처음에는 단순한 상상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억누르려고 할수록 머릿속에서는 더 구체적인 문장이 만들어졌다.
‘엄마랑 한 번만 성관계하고 싶어.’
머릿속으로 그 말을 떠올린 순간마다 준성은 스스로 놀라곤 했다.
너무 직접적이었다.
너무 위험한 말이었다.
무엇보다 한번 입 밖으로 내보내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었다.
현정과의 관계가 영원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성은 혼자 있을 때마다 수십 번씩 상황을 상상했다.
“엄마, 나 할 말 있어.”
여기까지는 쉬웠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엄마랑 성관계 한번 해보고 싶어.’
머릿속에서는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현정을 앞에 두고 그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현정이 놀라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도 상상됐다.
“뭐라고?”
그다음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화낼 수도 있었다.
준성을 밀어낼 수도 있었다.
울 수도 있었다.
혹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버릴 수도 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이후였다.
다음 날 아침.
같은 식탁에 앉아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
현정이 더 이상 준성의 방문을 편하게 열지 않는 상황.
준성이 집에 들어오면 현정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상황.
그런 장면들을 떠올릴 때마다 준성은 결심했다.
‘말하지 말자.’
그런데 또 현정을 보면 마음이 흔들렸다.
어느 저녁이었다.
현정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준성은 주방에서 물을 마시다가 현정을 바라봤다.
현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준성은 컵을 내려놓고 거실로 나왔다.
“엄마.”
“응?”
현정이 고개를 들었다.
준성은 순간적으로 말했다.
“나 엄마한테 할 말 있는데.”
현정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소리를 줄였다.
“뭔데?”
준성은 맞은편에 앉았다.
“좀 이상한 얘기일 수도 있어.”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해?”
현정이 웃었다.
하지만 준성은 웃지 못했다.
입안이 말랐다.
바로 지금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고민했던 문장을 그대로 말하면 된다.
‘엄마랑 성관계 한번 하고 싶어.’
하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현정이 다시 물었다.
“말해봐.”
준성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그냥 말 안 할래.”
현정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뭐야.”
“나중에 말할게.”
“엄마한테 말 못 할 정도로 큰일이야?”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큰일이라기보다는…”
“그럼?”
“…말하면 우리 사이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현정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우리 사이가 왜 이상해져?”
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정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혹시 돈 문제야?”
“아니.”
“사고 쳤어?”
“그것도 아니고.”
“그럼 여자 문제야?”
준성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현정이 그것을 알아챘다.
“여자 문제구나.”
“비슷한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
준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 자기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엄마.”
“응.”
“만약에 내가…”
준성은 말을 멈췄다.
“뭔데?”
“엄마가 진짜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하면 어떻게 할 거야?”
현정은 잠시 생각했다.
“일단 들어는 보겠지.”
“화 안 내고?”
“내용에 따라 다르지.”
그 대답에 준성은 더욱 긴장했다.
현정은 준성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왜 그렇게 겁을 먹어?”
“내가 말하면 엄마가 날 이상하게 볼까 봐.”
현정은 웃지 않았다.
“준성아.”
“응.”
“엄마가 네 말 듣고 바로 너를 미워하진 않아.”
그 말이 준성에게는 이상한 용기를 줬다.
그는 현정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조금 오래 바라봤다.
입술을 열었다.
“엄마, 나 사실…”
현정이 기다렸다.
준성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제 한 문장만 말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바로 마지막 순간에 준성은 다시 멈췄다.
“…아니다.”
현정이 한숨을 쉬었다.
“오늘 왜 이래, 진짜.”
“미안.”
“말할 거면 하고, 아니면 말고.”
현정은 다시 텔레비전 소리를 키웠다.
준성은 그 옆에 앉아 화면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말했으면 모든 것이 끝났을지도 몰랐다.
그날 밤 준성은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다.
‘차라리 말해버릴까.’
그 생각이 계속 반복됐다.
딱 한 번.
현정과 성관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다음에는 다시 평범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준성도 그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 번이라고 해서 가벼워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만’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는 말에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그 표현을 떠올렸다.
한 번만.
한 번만 경험하면 이 감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두 생각이 계속 충돌했다.
다음 날 아침.
현정은 주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준성이 나오자 현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잘 잤어?”
“응.”
“어제 하려던 말은?”
준성은 순간 멈췄다.
현정이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거?”
“응.”
“그냥 잊어.”
“싫어.”
현정이 컵을 내려놓았다.
“네가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말해놓고 어떻게 잊어.”
준성은 조용히 의자를 빼고 앉았다.
현정이 맞은편에 있었다.
준성은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엄마.”
“응.”
“내가 말해도 진짜 끝까지 들어줄 수 있어?”
현정이 이번에는 장난스럽게 대답하지 않았다.
“응.”
“중간에 화내지 말고.”
현정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이 됐다.
“알았어.”
준성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엄마를…”
다시 멈췄다.
현정의 표정이 굳었다.
“나를?”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엄마를 그냥 엄마로만 보는 게 아닌 것 같아.”
침묵.
주방이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현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준성은 더 이상 현정을 바라볼 수 없었다.
“…무슨 뜻이야?”
현정의 목소리가 전보다 낮아졌다.
준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멈출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절반은 말해버렸다.
“여자로도 보여.”
현정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준성아.”
“나도 이상한 거 알아.”
“그럼 왜…”
“그래서 계속 말할까 말까 고민했어.”
현정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준성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머릿속에서 수십 번 반복했던 질문을 떠올렸다.
‘엄마랑 성관계 한번 하고 싶어.’
이제 정말 그것만 말하면 됐다.
준성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다시 멈췄다.
현정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성은 그 눈을 보고 차마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뭔데.”
현정이 물었다.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그 이상은 아직 말 못 하겠어.”
현정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준성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침묵이 놓여 있었다.
준성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직 가장 직접적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선 가까이까지 와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또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
오늘 밤에는 말할까.
내일 말할까.
아니면 끝까지 숨길까.
“엄마랑 한 번만 성관계하고 싶어.”
준성은 아직 그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운 곳까지 올라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