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캣의 처녀작인 마비노기를 오픈베타 때부터 군입대 전까지했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모 잡지의 평론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주말을 빌어 데브캣팀에게 조금 긴 얘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또한 데브캣에 대해서 모르시거나, 조금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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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브캣의 처녀작 마비노기
마비노기는 타게임과 대비되는 독특한 게임성과, 자유도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게임이었습니다, 비록 데브캣이 이를 통해 대박신화를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그 존재를 알려오며, 다수의 매니아를 불러모았죠. 리니지2, 뮤, 썬 등등 쟁쟁한 게임사에 대항해 자신의 입지를 꾿꾿하게 지켜온 유일한 게임제작팀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저는 마비노기를 계속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마비노기의 게임 체계상의 진입장벽(기존유저와의 격차)이 제대후 다시 플레이하고자 하는 제 의욕을 꺽어버렸기 때문이죠.
[전작 마비노기의 가장큰문제점은 신규유저 및 재시작 유저에 대한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AP 시스템과, 환생시스템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문제로서, 패치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이로써 마비노기는 신규유저의 유입보다, 졸업생, 휴학생이 더 많아지게 되어 경쟁력을 차츰 잃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2. 마비노기의 높은 게임성
그래도 데브캣은 '게임이 뭔지, 좀 아는 제작팀' 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여태껏 제 머릿속에 각인 되어 왔습니다. 제가 처음접한 마비노기에는
대형게임업체의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은 자유도가 있었고,
방대하고 인간적인 커뮤니티가 있었습니다.
유저들은 전투 보다, 대화를 즐겼고,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컨텐츠에도 불만을 토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점들을 지금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3. 불거지는 마비노기의 단점과 이에 따른 쇠락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마비노기에도 많은 단점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첫번째는 앞서말한 AP시스템과 환생시스템으로 인한 진입장벽 발생이고.
두번쨰는 일부 유저들에게만 호소할 수 있는 카툰렌더링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가졌다는 것
세번째는 가위바위보 시스템이라는 전투방식이 참신하기는 하지만, 전투가 늘어지고 지루해진다는 점
네번째는 회사의 수익을 위한 운영에 따라(애완동물 판매 등), 점점 커뮤니티가 위축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제가 마지막에 접한 마비노기의 모습은, AP의 귀신이 되어버린 피곤한 유저들 의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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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웅전 출시와 의의
그 후 마비노기란 게임을 수년간 잊고 있다가, 데브캣이 영웅전을 출시한다는 얘기를 듣고, 프리미어패키지때 부터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영웅전을 처음 플레이해본 느낌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튜토리얼에서 부터 느껴지는 게임성은 제겐 엄청난 임펙트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래 내가 원하던 게임이 이런거였어!!" 라는 말이 입밖으로 저절로 튀어나왔죠.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던 것은 저를 하여금 마비노기를 그만두게 만들었던 AP 시스템이었습니다. 전작이 AP 보유량의 제한이 없었던 것에 반해, 영웅전은 잔여 AP를 50 이상 가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유저간의 격차를 제작진의 의지대로 조절 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되었습니다. 종래 마비노기의 AP시스템에서 일진보한 형태인 것이었고, AP수집에 대한 과몰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것 입니다.
이 밖에도, 다이나믹한 전투와, 화려한 그래픽 등은 전작의 단점을 뛰어넘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5. 영웅전의 문제점
그러나 몇가지 영웅전에도 문제점이 발견 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큰 문제는, 액션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은 박수 칠 일이었지만, 전작의 가장큰 강점이었던 커뮤니티가 말살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필드는 사라지고, 딱딱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전투에 나섭니다. 저는 처음 접했을 때 , 마치 번호표를 뽑고 은행창구앞에서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배를 탓음에도 유저들은 대화를 최소화하고, 말을 꺼내기 조차 귀찮아 합니다. 남은 전투시간이 목을조여오듯 차감되고 유저들은 '더빨리' '더빨리' 만을 암묵적으로 외쳐댑니다. 이처럼 커뮤니티의 말살은, 유저들을 게임 기계로 만들어버리고, 피로도와 흥미도를 금방 떨어뜨리게 됩니다. 유저는 게임을 같이 하고 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가로 막고 있는 것처럼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웅전의 두번째 문제는 자유도의 현저한 제한입니다. 전작에 존재했던 자유도는 영웅전에서 만끽할 수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고정된 모양의 던젼, 사라진 필드, 레벨에 따른 장비부여 등은 유저들에게 답답함을 절로 느끼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시중의 여타 게임보다 못한 제한된 자유도로 대변되어지고 있습니다.
6. 점점 고개를 드는 문제점들의 폐해
만약 이러한 문제점들 속에, 유저들을 계속 방치한다면, 이들은 답답함을 느낀나머지 성격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사나워지며, 이기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게시판에는 연일 게임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글이 가득 올라오고, 채팅창에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오갈 것이며, 전투를 다른 유저에게 떠넘긴채 편승하는 도덕적 해이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7. 데브캣이 가야할 길
단순한 그래픽의 화려함이나, 정교한 프로그래밍은 앞서올 대형 게임사의 신작게임들 앞에서는 손바닥위에 모래알과 같이 허망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제작진은 전자의 것들에 너무 치중하지 말고 차별화되고 자유로운 게임성 확보에 좀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게임은 [게임]과 [사람(커뮤니티)] 둘 모두를 고려 할때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영웅전은 지나치게 [게임]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현재 유저들은 영웅전을 통해 매력적인 게임을 찾을 수는 있지만, 매력적인 사람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데브캣은 전작 마비노기의 강점, 특히 커뮤니티 분야의 강점을 개선하여 도입해야 할 것이고, 유저들의 소통을 도모할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좀더 유연한 게임성의 확보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유저들이 게임속에서 게임을 찾는 것이 아닌,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제작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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