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막 하얀 집게발-
3층으로 가면서 티이를 구석에 숨겨두며 리시타는 남아있던 놀 아쳐들을 박멸(?)하고 있었다. 마지막 놀 아쳐의 목을 부러뜨리고 나서, 그는 구석에서 웅크린채 바들바들떨던 소녀를 데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헌데, 3층의 벽 옆면이 말도 아니었다. 폭탄을 맞은것 처럼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바람이 휭휭 들어오고 있었다. 살을 에는듯한 바람의 추위와 세기에 그들은 몸을 움츠렸다.
자세히 그 구멍을 보니, 박살난 벽돌과 나무파편들 사이로 털이 복실복실한 검거나 갈색빛이 도는 팔과 다리들이 보였다. 티이를 뒤에두고 리시타는 그 잔해들을 들춰보다가 기가 질렸다.
무언가가 벤것도 아니고 꿰뚫은 것도 아닌 '씹은 듯한'구멍이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놀들의 몸은 훼손되어 있었고, 곧이어 리시타는 그 사체에서부터 핏자국이 4층으로 이어지는것을 알았다. 그 잔해를 뒤로한채 리시타와 티이는 4층으로 발길을 옮겼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곳 역시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순간 뒤에서 '아얏!'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서 리시타는 잔뜩 경계한채 뒤를 돌아 보았다. 남은 놀들이 튀어나온건가.. 그러나 그것은 티이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이 걸려 날카롭게 부서진 나무파편에 다리가 찢어진 것이었다. 리시타는 말없이 자신의 옷 끝자락깃을 잡고 쭉 찢어 상처에 둘둘 감아주고 단단히 묶었다.
"아... 감사합니다.. 혼자 걸을 수는 있을것 같아요."
티이는 어두운 웃음을 짓고 '윽'소리와 함께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리시타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티이는 또다시 한걸음을 옮기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보다못한 리시타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나지막하게 '꺄악'소리를 내짖는 티이를 무시하며 리시타는 발걸음을 옮겼다.
".... 그러다간 녀석에게 도달하지 못합니다.. 불편하셔도 좀 참아주시길."
4층을 향해 뛰어가는 리시타는 몰랐지만, 편안히 그의 두손에 안겨있는 티이의 볼은 발그스름해져 있었다.
4층을 올라온 그들은 말없이 서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기둥들은 거의 전부 박살나 있었으며, 놀들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러 다녔다. 그 참사를 지나치며 그들은 5층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5층은 더욱 참혹한 모습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둥은 전부 박살. 천장을 향해 커다란 바람구멍이 나있었고,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는
『끼에에엑!』
그 '괴물'의 소리가 담겨있었다.
몸이 잔뜩 얼어붙어있지만, 얼굴만은 무언가를 다짐한 티이는 리시타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리시타는 온몸의 신경과 심장이 빠르게 전율을 타고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구멍이 뚫린 천장의 잔해를 밟고 리시타는 옥상에 발을 딛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티이를 안은채로 옆으로 도약하였다. 그 순간의 찰나에 그가 있던 자리엔 어느새 커다란 흰색 집게발이 쿠우욱 하고 꽂혀있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티이와 숨을 가다듬는 리시타의 눈앞에는 쫒고있던 그 '괴물'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장신인 사람의 키보다도 더 클듯한 앞 집게발. 소름끼칠 정도로 부숭부숭하게 나있는 흰털. 집채만한 덩치. 사냥감을 노리는 여덟개의 붉은 눈. 그리고 그 눈들의 바로 위에 마족의 문장이 진한 핏빛을 내뿜으며 드리워져 있었다. 이 괴물에게 '설득'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려고 했던 티이는 다리가 맥없이 풀려 주저앉은채 멍하니 '그것'을 쳐다보았다.
『키에엑, 케엑, 키이익!』
날카롭게 울며 그들에게 점점 거리를 좁혀오던 거미는 눈앞의 먹이가 자신을 얼마나 즐겁게 해줄 것인가, 얼마나 맛이 있을 것인가 가늠하듯 그들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런 티이를 두고 싸우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지만, 티이가 없는채로 싸워도 승산이 과연 있을 것인가 하고 리시타는 생각했다.
그 순간 가늠하는 것이 질렸는가, 거미는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알기 쉬운 찍는 공격이었지만 그 공격은 바닥을 손쉽게 박살내는 힘이 있었다. 그 공격을 피하며 거미와 최대한 떨어진 뒤 그는 티이를 내려놓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스르릉- 하고 검이 뽑혔다. 거미는 그 푸른빛을 내뿜는 물건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물건임을 아는지 리시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둘이서 정적이 흐르고, 들려오는것은 심장박동 소리가 요란하게 쿵쾅거리는 것과 살을 에는 바람소리였다. 마침내 리시타는 말없이 발을 내딛어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그모습에 거미도 훙분한 듯이 리시타에게 포효를 하였다. 그 노기를 띤 포효소리에 뒤에서 뭐라고 외치던 티이의 조그마한 외침은 바람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리시타는 그의 검을 거미를 향해 억세게 휘둘렀다.
『카드득!』
『키이익! 키익!』
리시타는 미끄러지듯이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끼긱 끼익 끽 하고 스텝을 밟으면서 전진한 그는 날아오는 거미의 앞발을 고개를 숙여 피하였다.
그리고 뒤로 지나가는 거미의 발에 검신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앞에서 날아오는 발을 나머지 한검으로 막아냈다.
검을 십자가로 교차해 막은후, 칼을 비스듬히 세우면서 힘껏 밀쳐내자, 십자가 형태의 상처가 거미의 발에 새겨졌다.
그리고, 그 상처를 따라 체액이 뿜어져 나와 리시타를 덮쳤다.
「촤아악! 카각! 카득!」
검을 다시 교차하며 휘두르며 리시타는 검의 발을 차근차근 베어 나갔다.
작은 상처도 점점 많아지면 괴로운법. 거미는 발을 꿈틀대며 치근덕 대듯 울어댔다.
『키익! 끼이익! 킥!』
이번엔 거미가 리시타가 공격하는 것처럼 앞발 두개로 리시타를 찍으려고 덮쳤다.
허나 리시타는 슬립대시로 간단히 옆으로 피해 옆구리 쪽으로 더블 크레센트를 먹였다.
『카가각!- 카강-!』
『끼이익! 끼이이이이!』
요리조리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리시타에게 점점 짜증이 치달았는지, 거미는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며 바닥을 찍어댄다.
여러번의 공격을 대시론 피하기 힘든지라, 그는 최대한 빠르게 거미에게 달려나가며 검신을 휘둘렀다.
검날의 끝으로만 거미를 베어나가며, 그는 거미의 배밑으로 슬립대시가 아닌 스루를 써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양손의 검을 전부 역날검 형태로 고쳐 쥐어, 그대로 베어 지나갔다.
『카드드드드득! 촤르르르륵!』
『캬아아아악! 키이이익!』
리시타가 배밑을 지나 뒤로 빠지는 순간, 거미의 급소에 맞은듯 거미가 요동을 쳤다.
그리고 리시타는 뒤로 돌아 허리를 숙여, 빠르게 달려나갔다. - 마치 활강을 하듯.
리시타는 한손은 역날검으로 쥐고, 한손은 정형으로 잡아 무섭게 거미의 측면을 파고들어 강력히 베고 지나갔다.
『슈파팟! 슈파앗!』
『캬아악?! 끼아아아아앙!』
고통에 몸서리 치는 거미가 어쩌다가 앞발을 휘둘렀다. 헌데, 그 발이 리시타의 어깨를 살짝 찢었다.
그러나 치명상은 아닌지라 그는 상처에 상관없이 다시 거미에게 달려 들었다.
계속 되는 그의 공격과, 그에 따라오는 거미의 외침.
한참동안 계속 되는 공격에 리시타의 손목은 저려왔고, 거미도 점점 행동이 둔해지고 있었다.
한번더 일격을 먹이면 저 거미는 분명히 쓰러질것 같았다. 헌데, 아직도 거미의 눈빛은 전투할 의향이 넘쳐나는, 살기 등등한 눈빛이었다.
... 상관없어. 그저, 난 저놈을 더욱더 베어내면 될뿐. 리시타는 그리 생각하며, 전세를 가다듬고, 달려나갔다.
퀴퀴한 거미의 체액 냄새. 거친 호흡. 공기중으로 울려퍼지는 거미의 외침.
그 모든 것이 한곳에 집중됬을때, 그는 거미의 눈앞에 있었다.
한 손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그는 눈앞에 보이는 거미의 미간에 힘껏 검신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끼에에엑!』
살을 베는것이 아닌, 마치 뼈만을 베는듯한 소리가 나고, 리시타에게 거미의 체엑이 튀었다. 그리고 리시타에게 옆에서 거미의 집게발이 날아왔다. 그는 꽂힌 검을 놓고 그 공격을 피하였다. 아니, 피하려고 했다. 피하던 그의 눈앞에는 거미의 체액과 함께 붉은 선혈이 흩뿌려 졌다. 그는 거미의 집게발로 고개를 돌렸다. 그 집게발의 발톱엔 처참히 찢어진 천조각과 함께 붉은 살덩이가 춤추었다.
그다음 그는 자신의 복부쪽으로 눈을 내렸고-
'..... 뭐야... 이게...!?...'
허리측에서 명치쪽으로 약 10cm가량이 허공을 드러냈다. 그는 무릎을 바닥에 꿇더니,
「왈칵」
입에서 피 한모금이 쏟아져 나왔고, 정신이 혼미해져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젠장맞을..일격뿐인데 이꼴이라니..'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남은 검 한 자루를 지팡이삼아, 그는 부들부들거리며 떠는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거미도 눈위에 꽂힌 검때문에 비틀거리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커다란 집게발로 검을 쳐서 빼내려는듯 했으나, 집게발은 검에 비해 터무니 없어 커서 닿지도 않았다.
『키익! 키아아악!』
아, 이제 저 검을 빼내기만 하면 저 괴물은 쓰러질텐데..
하며 리시타는 숨을 내쉬었다. 중상을 입은 허리엔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아 티이를 찾았지만, 가엾은 그녀는 언제 맞았는지 머리에서 피 한줄기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나무파편에 맞아 가볍게 뇌진탕을 일으켜 기절한듯 싶다.
... 용병단에 들어가기전에 꼴사납게 이런 고난이나 겪다니... 전생에 반역이라도 저질렀나..크크큭..
자조를 하며 리시타는 자세를 가다듬다가 문득 떠올렸다...
'....!.... 발리스타...!'
하지만 그는 아이단 일행과 헤어지기전 아이단에게 발리스타 발사명령용 신호를 전달받는것을 깜박하였다.
진짜 젠장맞을 세상이다. 그런 중요한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니. 짜증을 냈더니 열이 나면서 피가 끓었다. 오히려 악이 되어 피 한사발을 더 뱉기만 했다. 돌이라도 던져 조그마한 돌고작을 알아채고 '신호다!'하고 할 시력이 월등한 자가 어디있겠는가. 그순간 거미가 휘청거리면서 뒤로 뒷걸음질을 했다. 그러자 그 육중한 몸이 비틀거리면서 뒤쪽 절벽으로 떨어질 뻔했다.
'..!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피 한줄기를 휘날리며 그는 몸서리를 치는 두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 걸음은 달음박질이 되었다. 목표는 바로 거미의 눈위. 미간에 박혀있는 검은 체액이 묻을 대로 묻어 반들반들 윤이났다. 마치 반짝이는 성검같다. 앞으로 몇걸음만 걸으면 저것이 손에 닿을것이다.
『키이엑! 키이익!』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흰 몸뚱이의 발들에 의해, 종탑의 오래된 돌덩이들이 금이가며 우수수 떨어졌다. 이제 앞으로만... 조금더... 리시타는 이제 손을 뻗고 있었다. 몇걸음도 뛰지 못했는데 피가래가 들끓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머리가 핑 돌았다. 이제 한걸음만 더..! 손이 닿을 참이었다. 붉은 죽음을 머금은 그의 입술이 싱긋, 하고 웃음을 지었다. 생기가 전혀 없는 웃음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이 지긋지긋한 괴물아. 괴물의 머리와의 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았다.
그런 각오를 내뱉으며 검을 잡으-려고 했을때, 그의 무릎에서 힘이 덜걱 빠져나갔다.
무릎이 차가운 나무바닥에 닿을때까지, 또다시 입에서 피를 토할때 까지, 그는 자신의 손이 검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짙은 선홍빛으로 물든 바닥에 무릎을 꿇은채 거미를 올려다 보았다. 날카로운 아랫턱이 달린, 붉게 칠된 입. 체액을 뒤집어써서 혼미해 보이는 여덟개의 눈. 그리고 무릎을 꿇는 그에게 날아오는 커다란 두개의 집게발.
'... 모리안.. 낙원이 오는건 정말인건가요...? 이렇게 벌써 죽는데. 나 - 낙원에 정말로 갈수 있는겁니까? 낙원이란 정말로 오는것이 맞습니까..? [거짓]이 아니라? 당신의 그 고고한 검은색 날개처럼, 새빨간 피가 새빨간 거짓말 처럼 검은색 피가 굳듯이. 당신의 그 말이 --'
그리고 그의 눈앞엔 거미의 앞발만이 있을뿐. 마치 사형수의 처형식의 단두대같이.
'[진실].... 인건가..?'
『콰아아악!』
.
.
.
.
『키이이익!』
...? 찰나의 순간이었다. 생기가 없는 눈을 뜬 리시타의 눈앞엔 황금색의 들녁과 붉은 황혼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경련하듯 그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유에선지 거미는 옆으로 처박힌채-
『끼익! 께에엑! 캬아아악!』
비명을 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벽에 부딪힌 탓인지 박혀있던 검도 더욱 깊숙히 꽂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황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처럼 그 커다란 허리, 발들, 집게발의 발톱등 수십개의 거대한 창들이 관통되어 벽에 꽂혀있었다. 그 강력한 파괴력때문에 명중률은 엉망진창이어서 다른 몇십개의 창들이 여기저기 꽂혀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멍때리던 리시타는 다시 일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오른쪽 다리는 몇십분 동안 혹사를 당해 움직이는건 고사하고 경직되 있었다. 가쁜 호흡을 하며, 선혈을 흘리며, 복부와 검을 움켜쥐며, 리시타는 다시 일어섰다. 그모습을 누가 봤다면 언데드인줄 알고 공격이라도 했을것이다. 붉게 출혈된 두 눈을 뜨고 그는 다시 걷는다. 걷기보단 몸을 질질 끈다. 머리에서 흐르는 피는 눈을 통해 피눈물이 되어 흐른다. 흐르는 피눈물은 진한 적포도주처럼 우아하게 그의 손등으로 떨어진다.
마침내 거미의 눈앞에 서서, 그는 다른 한 검을 양손으로 꽈악 움켜쥔다. 그의 손을 타고 피눈물이 검날에 흐르고....
『푸우욱!』
『캬아아악!』
한번더 살점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거미의 날카로운 괴성이 쏟아진다. 검을 꽂은 그의 눈엔 광기가 서려있다. 피때문에 모이지 않을 듯한 눈을뜨고 자신에게 튀기는 거미의 체액엔 아랑곳 없이 그는 자신의검 두자루를 역날검 형식으로 천천히 - 떨리는 손으로 쥐어잡는다. 그리고-
".... 같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자고 친구. 낙원은... 없어."
리시타는 양쪽으로 검날을 젖혀버렸다.
『콰과각! 카각! 촤좌악!』
『키이익... 끼이이익!』
딱딱한 표피와 살점을 긁어내며 커다란 상처를 벌려내는, 푸른 쇠검날은 거미의 마지막 비명을 만들어내었다. 그와 함께 엄청난 내구와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는, 매우힘든일을 해낸 중상을 입은 리시타는 칼을 내던지듯 떨궜다.
『카라라랑, 키링-키잉』
금속성의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귓속에서 맴돌았다.
「철퍽」
잔뜩 토해놓은 붉은 웅덩이에 그의 얼굴이 처박히고 희미해진 시야엔 거미가 최후까지 살기위에 경련을 일으키며, 체엑을 한가득 뿜어내며, 발리스타를 뽑아내고 있었다. 단단히 박혀있으메도 불구하고,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탓인지 ,발리스타들은 고깃덩이에 꽂힌 이쑤시개 마냥 쑥쑥 뽑혀나갔다.
그 거대한 창들이 뽑혀 바닥에 나가 떨어질때마다 거미는 소리없는 절망을 내질렀다. 부들거리며 몸을 꿰뚫은 발리스타들을 전부 뽑아내자, 거미는 도주하듯이 종탑위에 있는 거대한 노란종을 향해 기어 올라갔다. 그때, 거미가 올라가는 것을 노린것처럼 날카로운 갈색의 비가 거미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 장대비와 거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종탑이 -
『쿠드득... 콰륵... 우르르르』
균열을 일으키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무너짐에 의해 거미는 벽에서 떨어져 옥상에 거꾸로 쳐박혀 버렸다. 그리고 종탑위의 거대한 금속덩어리가 뒤집어진 거미의 위를 덮쳤다.
「구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두 덩어리가 떨어지는 충격파와, 웅장한 쇠종의 울림이 그 일대를 울렸다.
거미는 다리를 까딱이며 8개의 눈에서 생기를 잃어갔다. 그 거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리시타의 두눈은 힘없이 감겼다. '같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자고'외쳤던 그의 목소리.
순간, 타박타박 하고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리고, 무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 방금 소란때문에 기절에서 깨어났나보다.
"....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녀의 사과의 말과 함께, 거미의 달달거리는 숨소리도 멈추었다. 아직까지 울려퍼지는 종소리의 울림은 붉은 노을을 슬프게 흩뜨려갔다.
-제 4막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