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터
성당을 생각할 때 레벤드레스를 떠올릴 일은 거의 없겠지요? 하지만 여기에도... 속죄의 성당이 있습니다. 한때는 영혼을 구원한다는 레벤드레스의 진실한 사명을 상징하는 장소였지만, 최근에는... 뭐... 딱히 그렇지도 않지요. 펠라고스를 여기로 이끈 건 그 장소의 고귀한 과거일까요, 아니면 부도덕한 현재일까요?

실내: 속죄의 성당 스산하고 감정을 고무시키는 음악. 느리고 조용한 발소리.
펠라고스
홈즈 씨, 유감이지만 저와 함께 여기 오거나 제가 여기 있는 절 본 사람은 없습니다. 전 대영주 데나트리우스가 령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생각이나 좀 해 보려고 여기까지 왔었죠. 그게 전부였습니다.

올그라
그럴까? 그렇다면 말해 봐라... 왜 속죄의 대성당을 선택한 건지... 뭔가 속죄할 일이 없다면 말이다.
펠라고스
(조롱하듯 잠시 말을 멈추고) 레벤드레스에 성당은 여기밖에 없거든요?
올그라
그렇군. 그럼 됐네.
멀록 홈즈
아옳옳 아옳옳... 브롫 가옳옳... 아옳옳 브라앓 블리옳옳?
펠라고스
대영주 데나트리우스가 정말로 령 고갈을 초래했다면...
그리고 그가 제게 맞섰다면... 솔직히...
제가 어떻게 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멀록 홈즈
흐으으음...
내레이터
성 외부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이제 나스리아 성채로 돌아와... 그 무시무시한 성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실내: 주방. 타닥거리며 타는 불과 부글거리는 가마솥 소리.
내레이터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방에서 일어난 일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주방은 양분과 온기, 우정을 상징하지요. 또한 날카로운 칼과 끓는 액체, 불이 사방에 놓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 대충 짐작이 가시겠지요.
여군주 바쉬
왠지 파티라는 건 전부 주방에서 끝나는 것 같지 않나?
아라론
(지친 목소리로 멀록에게) 지금까지 용의선상에서 빠진 사람이 있는지만이라도 얘기해 줄 수 없겠습니까?
멀록 홈즈
그롫롫. 블리긇롫 가앓앓 아옳옳옳.
스튜어트
아라론 님,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마실 것 좀 부엉해 드릴까요?
자, 여기 있습니다! (황금 잔을 아라론에게 내민다)

멀록 홈즈
아옳옳옳옳!!!! 글리븛 브르아아앓!
찰싹... 황금 잔이 바닥에 떨어진다.
모두가 헉, 숨을 들이쉰다.
아라론
아야... 아프잖습니까!

멀록 홈즈
아옳옳옳옳!!!
스튜어트
네, 물론 제 주방에는 신성한 양념이 있습니다! 네, 그게 대영주님과 같은 벤티르에게는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마시는 분에 맞춰 안전을 위해 잔을 따로 준비합니다!
아라론
맞습니다. 잔 손잡이에 걸린 작고 깜찍한 메달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아라론,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부엉."
켈투자드
(비난하듯) 그런데 스튜어트... 네가 대영주 데나트리우스를 위해 아주 특별한 걸 준비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스튜어트
네, 그럼요! 자... 냄새 좀 맡아 보세요!
멀록 홈즈
(킁킁) 꾸엑!!!!
스튜어트
네, 마늘입니다! 홈즈 씨라면 대영주님과 같은 벤티르에게는 무해한 음식이라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그분은 마늘을 정말...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부엉...
멀록 홈즈
흐으음... 그롫롫 아옳옳옳... 벡 가아앓? 가앓 블롫롫?
켈투자드
난 어둠망토 성소에 있었다.
개인실이긴 하지만, 홈즈 씨가 원한다면...
실내: 어둠망토 성소. 으스스한 음악.
내레이터
어둠망토 성소. 사적인 대화와... 계획... 모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별나고 건전한 유흥거리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죠!

켈투자드(계속)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충성심이 없지는 않아. 건배사를 마친 후, 데나트리우스는 내게 성소로 가서 연회 이후의... 여흥에 필요한 걸 좀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주 중요한 거라고도 말했지.
켈투자드는 "여흥"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
멀록 홈즈
블롫롫?
켈투자드
이건 클래식 보드 게임이다.
종이 상자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말 소리가 들린다. 1980년대 보드 게임 광고의 유치한 음악이 재생되는 것도 좋다.
멀록 홈즈
아옳옳, 글렙 블라옳옳 아옳.
라팜
나 말인가? 뭐, 우리 선량하고 소중한 친구 대영주 다나브리우스에게 그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난... 그냥 산책을 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멀록 홈즈
블렗 블라앓? 아옳옳...
라팜
도, 도서관이라고? (힘겹게 웃으며) 아, 거긴 갈 필요 없어.
실내: 도서관 문. 발걸음이 여기로 향한다.
내레이터
도서관 - 책과 비밀이 가득한 장소. 낮잠을 자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라팜
(속삭이며) 오, 이게 도서관 문이군!
멀록 홈즈
(같이 속삭이며)
아옳옳 글리븛 블러르크크크?
자이목스
왜 그렇게 속삭이는 겁니까?
모두가 쉬이이이잇, 소리를 낸다!
승천의 보루
(속삭이며) 도서관이니까요.
라팜
(화가 나서 속삭이며)
저기 문에 끼어 있는 건 절대로... 내 붕대... 조각이 아니야...
(소리치며)
안 돼, 잠깐, 열지 마-
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 모두가 '헉' 소리를 낸다. 이 시점부터는 도서관에 손님이 없는 게 확실해지면서 모두가 평소 목소리로 말한다.
아라론
(평소 목소리) 어쩐지 연기 냄새가 나는 것 같더니만!
스튜어트
라팜 님에게 불이 붙은 건 봤어요! 하지만 물을 가져올 시간이 없었죠.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라팜
여기가 불타 버린 건 내가...
슈욱 소리. 타닥거리는 지옥불. 임프의 재잘거림. 라팜이 한숨을 쉰다.
라팜
좋아, 내가 그랬다. 아니, 저 녀석들이지. 모두 자백하겠어. 난 희귀 주문 고서를 훔치려 했어.내가 그런 거야.
여군주 바쉬
(웃으며) 멍청한 녀석. 지금 그걸 의심하는 게 아니건만. 넌 방금 도둑질을 하려다가 도서관을 불태워 버렸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이로써 대영주 데나트리우스 사건에 대한 알리바이는 증명됐지.
라팜
내가... 뭐라고? 그러니까... 그래! 보다시피 내 붕대에서는 아직도 조금씩 연기가 나고 있다. 보여?
불이 타오르는 소리, 라팜이 온몸을 찰싹찰싹 때리며 불을 끄는 소리.
내레이터
이제 나스리아 성채의 뒤틀린 심장부로 내려갈 때가 되었습니다. 우선 금고실을 지난 후... 핏빛 심연으로 가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