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는게,
"전설이 있으면 사제도 할만해요."
"어차피 고랭 가면 개나 소나 전설 쓰는데 ㅎㅎ 그때쯤 되면 안되도 한 2,3장은 있어야죠 ㅎㅎ"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제로 고랭 분명 찍을수 있음 ㅎㅎ 그러니까 사제 나쁘단 소리 ㄴㄴ 해"
라며 사제가 그렇게 뒤쳐지는 직업은 아니다. 할만하다. 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제란 직종의 문제점은 단순히 고랭을
가는게 불가능하냐, 가능하냐의 문제도 아니고 전설 다수로 극복이 가능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함.
일단 이리저리 복잡한 잔가지는 다 쳐내고, 사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만 짚어보자면.
1. 이렇다할 초중반 전략의 부재
단순히 초중반에 끝낼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핸드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초중반에 상대방의 체력 30
을 깎을수 있을만큼 안정적인 초중반 전략을 사제는 구성할수 있는가? 하는 문제. 암사돌진이나, 기본카드돌진 같
은 덱은 초반 핸드빨에 따라 '잘 될 때는 잘되지만, 안될때는 죽어라 안풀리는'전략이므로 다른 직업의 초반덱하고 비교했
을 때 많이 뒤쳐지는 경향이 있고, 마찬가지로 중저코 공용하수인 다수를 쓰는 기본카드덱 또한,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이
처짐.
2. 초중반 전략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후반으로 끌고가야함.
초중반에 안정적으로 승리를 가져올 전략이 없다보니, 사제 플레이의 초점은 무조건 질질 끌기로 가게 되어있음. 영능,
전용 카드 구성, 모든 면에서 거의 매판마다 10턴을 넘길것을 강요함.
3. 후반을 간다고 해도 딱히 타 직업에 비해 유리한 것도 아님.
드루이드처럼 후반에 투척할 다수의 전용 하수인 카드나 도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흑마거인덱처럼 드로우카드를 잔뜩 활
용해가며 한발 빠른 타이밍에 고코 하수인을 낼수있는 것도 아님. 결국 결론은 강력한 전설카드 다수에 의존하거나,
생훔 정배를 이용하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음. 황비산거 같은 핸드 부풀리기도 효율면에서 흑마등에 뒤쳐짐.
4. 그런데 후반을 가는 것도 쉽지 않음.
최근 대세 운운을 떠나서, 상대방의 초반 하수인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경향이 큼. 그 결과 아키치마덱 같이 기형적으로
필드몹 리셋에 올인하거나, 제압기, 무기, 번카드에 대한 위협을 무릅쓰고 고감덱을 가게 됨. 그런데 이 두 전략 모두
안정성면이나, 후반까지 끌고가는 능력 모두 타 직업 전략에 비해 쳐질수 밖에 없음.
이런 문제점들이 뒤섞여 있다는 거임. 애초에 전설카드 다수가 있으면 할만하다고 하는데, 타직종 후반전략이 꼭 전설
카드 다수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초중반까지는 자기 직업카드 + 공용 하수인으
로 무난하게 이끌어나가고 있음. 사제만큼 힘겹게 초중후반을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최소한 직업간 밸런스를 논할 때, 자기 직업의 색깔을 빼고 강력한 전설 여러장에 승패와 전략 자체를 의존한다는 것 자체
가 좀 어딘가 문제 있는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전설을 빼버렸을 때, 그 직업이 지닌 경쟁력 자체가 수직하강한다는 소리
밖에 안되는데? 가젯잔 + 그밟 + 리로이 콤보 도적이나 독수리 + 리로이 + 개풀 + 냥꾼 같은 한턴에 데미지를 왕창 투척하
는 것만 문제가 아님;; 최소한 자기 직업 카드 만들었을 때, 다른 직업 만큼 좀 효용성이 있어야지;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
고 당당하게 예! 사제의 직업카드는 여러 종류의 직업과 랜덤하게 부딪혔을 때, 유동적으로 쓸수있을 만큼 범용
성이 있습니다! 라고할 상황인지 생각해봐야지;; 무조건 전설 있으면 되니까, 고랭 갈수있으니까 괜찮아! 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지금 사제 하는 사람들이 짜증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도. "씨발. 나는 이만치 애를 써서, 겨우 이기는데 딴 직업은
내 하는 것에 반만큼만 머리 굴리고 힘써도, 내 운에 반만치만 있어도 이기네. 진짜 좆같다." 라는거지. 어렵게 말하면
비교우위에서 나오는 심리적 박탈감이 엄청 크다는거고. 예를 들어서 주술사나, 냥꾼, 도적이 10의 힘과,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이길 수 있는데, 사제는 그러기 위해서 40~60의 힘이 더 들어간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게 당연한거 아니
냐고. 여기서 과금 몇만씩 질렀는데 사제 좆같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럼 골비고, 카드 쓸줄 몰라서 징징대는건가?
당장 고수들도 사제가 범용성이나 유동적 대처 능력에서 떨어진다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고 있고, 실질적으로 대회성적
이나 일반/랭겜 플레이시 체감되는 것만 봐도 느낌이 확 오는데;;
사람들이 불만표시할때 단순 어그로나 징징이라서 저런 소리 나오는게 아님; 하다보니까 그런 문제점을 무시할 수 없으니
까, 현재 분위기가 그렇게 가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