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입니다.
하지만, 탁한 공기와 어수선한 PC방 분위기가 싫어
PC방에서 게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요즘 술 마시고 놀다가 PC방 갈 나이도 아닌 듯하고 말이죠.
전면 금연화 찬성, 반대...
많은 의견들을 내놓고 계시는데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이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정치권에서 금연 행정을 전개하는 데는
국민의 건강? 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은
여태까지 진행된 건강 관련 행정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정치인들은 국민 건강 말고 무얼 위해 금연 행정을 하느냐?
대내외 홍보용입니다.
요즘 우리 나라 흡연율이 많이 낮아져서 그런 것이지
몇 년 전처럼 흡연율이 더 높을 때는 금연 말도 안 꺼냈죠.
애시당초 전국민의 금연을 원했다면 몇가지 선행되어야 할 사안들이 있죠.
막대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이상 지방세)에 대한 대체 세원 확보,
금연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보건 행정 등만 해도 굵직한 사안들입니다.
현재 이러한 것들이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죠.
한마디로 말로는 "금연~ 금연~" 하지만,
우리 나라 흡연자들이 "그래 다들 같이 담배 끊자!" 했을 때는
국세며 지방세며 증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할 정치인들입니다.
안그래도 적자네 뭐네 하는 지방자치단체들 여럿 무너질 수 있죠.
정치인들은 그만 까고...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 보죠.
사실 전면 금연화에 대한 책임은
몰상식한 흡연자 손님 50%, 몰상식한 PC방 업주 50% 정도라고 봐야겠네요.
즉, 정치인들에게 약점 잡히도록 만든 것은 위의 두 부류라고 봐야겠죠.
흡연/금연 구역 나눈 PC방에서도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곳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흡연 구역이 있다고 해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은 절대 아니지요.
에어커튼 설치하고도 가동하지 않는 PC방이 대다수이고,
그나마 칸막이조차도 제대로 안한 PC방들도 있더군요.
흡연석의 환기를 제대로 안 시켜 담배 연기가 쌓여 금연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요.
즉, 이런 대다수의 몰상식한 PC방 업주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손님들의 경우에도 금연석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거나,
특히 계산하고 이제 나갈 거라며 담배를 입에 물고 카운터로 온다던지...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몰상식한 손님들이 PC방을 전면 금연화시킨 거죠.
그렇다면 전면 금연화 후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PC방이 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현재 비흡연자가 PC방을 굳이 갈 이유도 없어졌을 뿐더러
기존의 PC방들이 찌든 담배 냄새를 다 털어내기에는 분명 시간과 돈이 듭니다.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모든 기자재들을 바꾸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주들만 진행하게 되고 대부분은 폐업처리 하겠죠.
전면 금연화가 되더라도 담배 냄새가 나는 PC방은 손님들이 안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책상, 의자, 벽 도색, 환풍구 청소 등 막대한 돈을 투자한 후
영업을 계속하는 PC방들은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우선, 흡연자들은 절대 PC방에 올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흡연자들이 PC방에 오는 이유가 단순히
'가족들에게 담배 냄새 안 맡게 하려는 졸렬한 이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의미에서는 맞고, 어떤 의미에서는 틀립니다.
흡연자들이 PC방을 찾는 명확한 이유를 알아보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 가정에서도
옆집이나 아랫집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면 난리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족들도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요.
즉, 요즘 대부분의 가정, 집이라는 공간은 금연 구역으로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금연 구역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으니 흡연 구역을 찾게 되는 것이죠.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구장에 갈 것이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PC방을 찾게 되는 것이죠.
자, 그럼 담배를 피울 수 없는 PC방에 흡연자들이 갈 이유가 있을까요?
친구들과 잠깐, 1~2시간 같이 노는 것 외에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건물 내부는 모두 금연이기 때문에
담배 생각이 난다고 계단이나 화장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 건물 밖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라면 담배를 또 피울 수가 없죠.
심한 경우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PC방, 건물을 나와 몇 블럭 떨어진 흡연이 가능한 구역까지 가야한다는 겁니다.
이 정도가 되면 PC방을 찾을 흡연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럼, 흡연자 손님들을 모두 포기하고 비흡연자 손님들은 어찌될까?
솔직한 말로...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PC방 가고 싶은데 담배 냄새 때문에 가지 못하고 있는 손님들은
이제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이미 담배 냄새가 싫어 PC방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그런 손님들은 이제 PC방 놀이 문화와 많이 멀어져 있기 때문이죠.
집에서 즐기는 방법을 충분히 익힌 비흡연자들은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게임을 하는 PC방을 찾을 리가 적습니다.
물론, 가족의 눈치를 피해 밤을 새기 위해 PC방을 찾는 이도 있겠습니다만,
그리 많지도 않으며, 그렇게 자주 PC방을 찾지도 않을 것입니다.
원인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결과에 승복 못하는 PC방 업주들이
비열하게 보일 정도로 명백합니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이 전면 금연화를 하면
우리 다 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에는 거짓이 없다는 점 또한
우리는 잊어서는 안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어차피 가지 않는 PC방이고,
PC방이 어찌되든 상관할 바도 없습니다.
또한 제 예상대로라면 전국 80% 이상의 PC방들이 폐업을 할 것인데,
폐업 후에 정상화될 PC방 수익 개선과 근무 환경 개선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과 욕심을 위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생업인 문제를 이래라 저래라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습니다.
흡연자들이 굳이 PC방에 가서 게임하는 보편적 이유는 이해를 하겠지만,
비흡연자들이 굳이 PC방에 가서 게임하려는 이유를 아직 이해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