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주고 사과하기
"하아…… 못 말린다니까."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규리하가 깊은 한숨을 쉬며 알비레오의 팔을 잡아끌었다. 규리하는 터덜터덜 걷는 알비레오를 데리고 글루딘 마을의 여관으로 향했다.
규리하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데나를 꺼내 여관 주인에게 건넸다.
"여기 이틀 묵을 방 두 개 주세요. 식사도 포함해서요."
알비레오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숙였다. 구해준 것은 자신이었는데, 도리어 빚을 지게 된 처지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여관방에 들어서자 규리하가 알비레오의 앞에 서서 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알비레오, 오늘 여관비는 내가 낼 테니까 걱정 마. 하지만 약속해."
규리하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동료를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시는 그 끈적거리는 슬라임 녀석들에게 네 소중한 아데나를 바치지 않겠다고. 알겠지?"
알비레오는 파랗고 노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응…… 절대 안 할게. 정말 미안해, 규리하……."
카오틱 신전의 불길한 밤
슬라임 경기장에서 전 재산을 탕진한 다음 날 아침, 알비레오와 규리하는 여관 주인에게서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마을 북쪽의 '카오틱 신전' 주변에 해골과 좀비, 스파토이가 넘쳐나며, 위험하지만 그만큼 아데나를 벌기 좋다는 소식이었다.
두 사람은 지체 없이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가는 길목마다 앞을 가로막는 오크 전사와 오크 궁수들을 해치우며 전진하자, 이윽고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 나타났다. 카오틱 신전의 영역이었다.
"서두르자, 규리하!"
알비레오는 다시금 활시위를 당겼다. 대지를 무겁게 짓누르는 음산한 기운 속에서 해골과 좀비들을 처치할 때마다, 바닥에 떨어지는 아데나가 지갑을 조금씩 채워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덴 월드에 어둠이 밀려오자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크어어어……"
밤이 되자 달빛을 받은 언데드 괴물들이 붉은 눈을 빛내며 눈에 띄게 포악해지고 단단해졌다. 끝없이 밀려오는 해골들의 공세에 두 사람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며 필사적으로 힘을 합친 끝에 간신히 해골 군세를 물리친 두 사람의 눈앞에, 저 멀리 뼈로 지어진 기괴하고 거대한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야! 저기가 카오틱 신전이야!"
목적지를 발견한 기쁨에 두 사람은 신나게 신전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신전의 입구는 호락호락하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마법사와 무마주
쿵! 쿵! 쿵!
어둠 속에서 땅을 울리는 웅장한 발소리와 함께, 하얗고 거대한 덩어리들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흉측한 얼굴에 무지막지한 몽둥이를 든 괴물, 바로 초보 모험가들의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버그베어 무리였다.
"쉭! 쉭!"
알비레오가 날린 화살들이 버그베어의 두꺼운 가죽에 박혔지만, 녀석들은 끄떡도 하지 않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규리하가 검을 휘두르며 정면에서 버텼지만, 묵직한 타격이 전해질 때마다 규리하의 신음이 깊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가지고 온 빨간 물약은 바닥을 드러냈고, 알비레오의 마나마저 바닥나 상처를 치유할 정령 마법조차 쓸 수 없었다. 버그베어의 거대한 몽둥이가 규리하의 머리 위로 쏟아지려던 바로 그 찰나—
슝- 콰아아앙!
어둠을 가르고 투명하게 빛나는 마력의 화살이 날아와 버그베어의 안면을 강타했다. 마법사의 기초 마법, 에너지 볼트였다! 위력이 아주 강하진 않았지만, 연속으로 날아오는 마법 화살들은 버그베어의 시선을 분산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이야, 규리하!"
알비레오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버그베어의 눈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규리하가 남은 녀석의 심장을 깊숙이 찌르며 마침내 거구의 괴물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하아, 하아…… 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버그베어의 전리품을 챙기던 알비레오의 파랗고 노란 눈이 휘둥그레졌다. 널브러진 가죽 사이에 밝은 기운이 감도는 마법의 양피지가 떨어져 있었다. 수많은 무기 장인들과 기사들이 목숨을 거는 바로 그 귀한 아이템, 무기 마법 주문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