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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30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7 개
조회: 2908
추천: 27
2016-09-23 11:33:31

***

 아담하게 세워진 천막, 경쾌하게 타닥거리는 모닥불. 모닥불 위에 걸린 냄비에선 좋은 냄새가 풍기는 비프 스튜가 뭉근하게 끓고 있었다. 하늘엔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있었고,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밤바람에는 찌륵거리는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실려 왔다. 날씨도 좋았고 하룻밤 밖에서 지내기에 충분한 거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다. 참으로 낭만적인 야영의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우웨엑-”
 “…….”

 …이 소리만 들려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베사리아가 잭스의 등에 토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야영 준비를 다 마칠 즈음 깨어난 그녀는 잭스가 스튜 하나를 다 만들 때까지 텐트 뒤편에 있는 한 나무를 붙잡고 신나게 위장 속 내용물들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이미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모양인지 아니면 포기할 대로 포기한 모양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어쨌든 잭스는 별다른 말없이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불 속으로 던져 넣고선 냄비를 휘휘 저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베사리아의 헛구역질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스튜가 다 완성되고 나서야 어둠속에서 베사리아가 비척거리며 나타났다. 작정하고 토한 모양인지 잭스가 한번 슥 보고 혀를 찰 정도로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아으…죽겠네요, 진짜. 속 아파…….”
 “거 작작 좀 마시지 그랬소. 술을 그리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안마시게 생겨야 그러죠.”
 ‘한 마디를 안 지는군.’ 

 잭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 우묵한 나무 그릇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는 갓 만든 따끈한 스튜가 가득 담겨있었다.  되는대로 썰린 고기며 야채가 뽀얀 국물에 잠겨있는 그 모습은, 투박하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일단 이거라도 먹고 속 좀 달래시오.”
 “어머, 스튜에요? 당신이 만들었어요?” 
 “그럼 나 말고 또 있겠소. 식기 전에 먹기나 하시오.”
 “흥, 정말 예쁘게 말하는 구석은 하나도 없다니까. 어쨌든 잘 먹을게요…어머나.” 베사리아가 스튜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맛있어요. 저보다 훨씬 잘 만드는 것 같은데요?”
 ‘당신보다 못 만드는 사람도 있겠소?’

 …그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잭스였지만, 그녀를 여기까지 업고 오랴 음식 준비하랴 그도 꽤 허기가 진터라 군말 없이 스튜 한 그릇을 들고 일어섰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먹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그릇에 고개를 박고 열심히 먹던 베사리아가 질리겠다는 듯 조금 눈매를 찌푸렸다.

 “뭣 때문에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가지 말고 그냥 먹어요. 학회에서도 그러고 제 집에서도 그러고, 매번 식사할 때마다 그래가지고 어디 불편해서 살겠어요?”
 “남에게 모습을 보일 거면 뭣하러 가면을 쓰겠소?”

 잭스가 퉁명스레 말하자 베사리아가 발칵 화를 냈다. 잭스의 퉁명스런 태도 때문이 아니라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식사 하나 제대로 된 곳에서 안 하려는 그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미안해서 화를 낸다는 것이었는데, 잭스도 그렇지만 베사리아도 이런 쪽으론 참 사교성 없는 성격이었다. 

 “아 진짜, 그럼 등 돌리고 먹으면 되잖아요! 무슨 죄 지은 거 있어요? 얼굴 보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보이게 먹기만 하면 그만이지 왜 자리까지 떠요? 왜, 내가 일부러 당신 얼굴 보려고 수를 쓸 것 같아서요? 생긴 건 산적같이 생겨가지곤 행동거지는 무슨 밴댕이 소갈머리처럼 좁기나 하고…….”
 “뭐, 밴댕이? 지금 말 다했소?”
 “그래요! 다 했어요, 왜요? 왜, 어서 안 가고 뭐하시나요? 빨리 저어기 나무 뒤편에 가서 꾸역꾸역 퍼먹고 오시기나 하시죠!”

 숟가락을 쥔 잭스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열 받아서. 지금까지 용병질 하면서 별별 인간 군상이란 군상은 다 만나봤다고 자부하는 잭스였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이 소환사처럼 말로 자기를 쉽게 화나게 하고,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는 사람은 지금껏 레지널드 애쉬람 그 인간 딱 한 명뿐이었다. 아니 대처하기는 그쪽이 더 나았다. 수틀리면 두들겨 패기라도 하면 되니까……. 하지만 어떻게 여자를 때리겠는가? 아무리 잭스가 닳고 닳은 용병이라 해도 그 정도로 막돼먹은 놈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선 채로 씩씩거리다가 베사리아를 등지고 앉았다. 

 “거 봐요, 하면 되잖아요.”

 베사리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그를 어떻게 하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익혀가고 있는 중이었다. 베사리아의 능력은 잭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둘이 스튜 한 냄비를 비우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둘이 먹은 거라고 해봐야 술과 안주 조금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빵조각으로 그릇의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베사리아를 기다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로 투박한 나무 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였다. 컵을 받아드는 그녀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려있었다.

 “이거 계속 얻어먹기만 하고, 미안하네요.”
 “알면 좀 고분고분하게 행동하시오.”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했으면 당신 또 혼자서 먹었을 거잖아요? 같이 있는 자리에서 먹는 것까지는 도달했으니까, 다음엔 마주보고 먹는 걸 기대해볼게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 헛소리 말고 커피나 드시오.”
 “후후, 그렇게 퉁명스럽게 남 챙겨주는 건 어디서 배웠어요? 귀여워라.”
 “귀엽…….” 잭스가 어이없다는 듯 푹 하고 한숨을 쉬었다. “말을 맙시다.”

 베사리아는 커피 한 모금 들이키며 쿡쿡 웃었다. 커피는 뜨겁고 진했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커피만 마셔보긴 처음이었다. 그녀는 늘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어 먹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식후에 이렇게 마시니 굉장히 깔끔하고 개운해서 좋았다. 술로 엉망이 된 속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한결 정신이 맑아진 베사리아의 눈동자에 은하수가 시리게 빛나는 밤하늘이 들어왔다. 이대로 커피를 마시며 밤하늘을 감상하다 천막으로 들어가 푹 자고 싶은 베사리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 야영하고 놀려고 온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잭스나 그녀나 둘 다 자각하고 있었다. 행복한 시간을 깨는 게 참으로 유감이었지만, 베사리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선 어느 한 구석을 향해 손가락을 딱 튕겼다.

 “좀 반성이 됐나요, 애쉬람?”
 “응! 무척! 정말! 매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베사리아 님! 그러니 제게도 제발 자비를, 좀…아니 나도 아무 것도 안 먹어서 배고파 죽겠다니까!”
 “후우…….”
 “쯧.”

 그녀가 방음 마법을 푸는 순간 애쉬람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잭스고 베사리아고 할 것 없이 얼굴에 짜증스런 기색이 떠올랐다. 가면으로 가려져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이었다. 

 야영장 구석에는 그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원흉인 레지널드 애쉬람이 꽁꽁 묶인 채로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들이 따뜻한 모닥불 옆에서 따끈한 음식과 차로 허기를 달랠 동안 그는 비명도 지르고, 몸을 흔들고, 그야말로 벌레처럼 버르적거리며 발광을 했지만 베사리아가 쳐둔 방음 마법 덕에 그의 고생은 모조리 헛수고로 돌아갔다. 그게 잭스와 베사리아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복수였다. 어쨌든 베사리아가 방음 마법을 풀자 잭스도 다가와 그의 밧줄을 풀어줬다. 그리고 그가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냄비에 남은 스튜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것이었다.

 “거 그릇에 담아먹기라도…안 듣고 있군.”
 “저렇게 천박하게 먹기도 힘들 텐데 말이죠.”

 잭스가 뭐라 하건 베사리아가 이죽거리건 애쉬람은 뉘 집 개가 짖냐는 듯 먹는 데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그들 역시 진짜로 굶길 생각은 없었기에 냄비엔 그가 충분히 먹고 만족할 양의 스튜가 남아있었고, 빵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고팠다 하나 먹는 모습이 영 아니었다. 베사리아의 눈에는 이게 사람인지 들짐승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커허! 잘 먹었다.”

 애쉬람이 입을 연 것은 스튜 한 방울이라도 남길세라 냄비 밑바닥까지 빵조각을 이용해 싹싹 긁어먹고, 한 컵 꽉꽉 물을 눌러 담아 죽 들이키고 난 후였다. 얼마나 싹싹 긁어먹었는지 냄비가 반짝거렸다. 그리고 배가 부르자 또 그 특유의 사람 신경 긁는 성격이 발동된 모양이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묶어서 나무에 매단 건 좀 너무하지 않았어? 내가 미안하다고 마법으로 여기 천막도 꺼내주고, 식재료도 꺼내주고, 모닥불 피울 나뭇가지도 다 모아왔잖아! 따지고 보면 따뜻한 음식 먹을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 아니…….”
 “애초에 자네가 없었음 이런 영문도 모를 곳에서 야영도 안 했겠지, 애쉬람.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인데 다시 나무에 매달리고 싶은가?”
 “다른 선택지도 드릴 수 있어요. 땅에 묻히는 건 어때요?”
 “와, 너네 진짜 호흡 죽여준다. 언제 그렇게 사이가 좋아졌어?”
 “닥치게.”
 “닥쳐요.”
 “…….”

 천생연분처럼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분위기상 그런 말을 했다간 손발 묶인 채로 생매장 당할 것 같아 입을 꼭 다문 채 눈만 끔뻑이는 애쉬람이었다. 

 “뭐, 좋아.”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던 애쉬람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래는 이쪽 일 마치고 사흘 뒤에 학회로 돌아갈 생각이었어. 하지만 그게, 뭐랄까…생각보다 문제가 커져서 말이지. 부득이하게 너희들의 도움을 빌릴 처지가 되었다 이 말이야.”
 “도움? 당신이요? 당신같이 위대한 소환사가 도움 따윌 받을 필요도 있었나요?”

 베사리아는 비꼼 반 놀람 반의 심정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 이럴망정 애쉬람은 분명 천재 중의 천재였다. 그리고 분하지만, 마냥 개차반은 아니고 분명히 할 때는 하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이런 일로 허언을 할 사람은 아니었기에, 내심 그가 고전하고 있는 일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그녀였다.

 “나 같은 위대한 소환사이자 마법사도 마법을 쓰지 못하면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기나 하게, 애쉬람. 자넨 내키지 않는 게 있다면 꼭 그렇게 말이 많아지더군.”

 잭스의 말에 애쉬람이 급소를 찔렸다는 듯 잠깐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베사리아의 얼굴엔 경악이 서리고 있었다. 세상에, 베사리아는 애쉬람이라는 작자가 저런 표정을 짓는 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늘 사람 머리 꼭대기에서 빙글빙글 웃기나 하는 줄 알았다. 대체 이 용병이 뭐길래 자기보다 애쉬람을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굴욕적인 패배감 비슷한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밴시의 장막(Banshee's Veil)이라는 거 알아?”
 “뛰어난 대(對)마법 아티팩트죠. 소유자를 해로운 마법에서 지켜줄 뿐만 아니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마법을 흡수해 무효화시켜버린다는 최상급 수호물. 하지만 분명 2차 룬 전쟁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 거죠? 그게 여기 있기라도 한가요? 이런 변두리에?”
 “응.”
 “하긴 그럴 리가…네에에에?!”

 툴툴거리던 베사리아가 거의 먹이를 덮치는 맹수처럼 애쉬람의 멱살을 덥석 잡고선 마구 흔들었다. 하지만 그건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엄청나게 흥분해서였다. 그녀의 눈이 산타 할아버지라도 발견한 어린애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어디요, 어디? 진짜에요? 정말이죠? 거짓말 아니죠? 어떻게 알았어요? 네, 네? 애쉬람!”
 “야, 말 좀, 캑, 으어어어어…….”
 “그러다 애쉬람 목 떨어지겠소.”

 잭스가 질렸다는 투로 다가와 베사리아를 떨어뜨려놓지 않았다면 아마 애쉬람은 목이 부러지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녀는 흥분에 미쳐 힘 조절이 안 되고 있었다. 어찌나 그 정도가 심했는지 또 한 번 베사리아의 새로운 면모를 본 잭스가 그녀를 이중인격자가 아니라 삼중인격자로 봐야 하는 건 아닌가 진지하게 고려를 할 정도였다.
 
 “진짜죠? 정말…….”
 “아 좀, 말 좀 하자! 잘 붙잡고 있어, 잭스. 얘는 멀쩡하다가 아티팩트랑 오래된 보석 얘기만 나오면 사람이 변해. 하여간 마법사들은 꼭 어딘가에서 나사 하나가 빠져있다니까.”
 “…자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흠흠, 뭐 어쨌든, 설명을 계속하자면.” 애쉬람이 잭스의 말을 싹 무시하고 제법 진지한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밴시의 장막에 대해 먼저 정보를 입수한 건 데마시아 쪽 이었나봐. 내가 그쪽 첩자들 보고서들을 죽 살펴봤는데, 아마 그놈들 중 한 명이 이 부근에서 아티팩트 같은 게 있다고 보고를 한 모양이야. 뭐 보고를 한 놈은 그게 밴시의 장막이라는 아티팩트인지 개똥인지 몰랐을 테지만. 알면 가지고 튀었겠지.”
 “그런 걸 대체 어디서 알아냈어요? 군사 기밀 같은데.”
 “데마시아 왕궁에서.”
 “거긴 또 언제…됐어요. 얘기 계속해요.”

 애쉬람이 무슨 옆집에서 공구 빌려오는 것처럼 말하자 잭스에게 목덜미가 잡혀 있는 베사리아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받아쳤다. 세상에 남의 나라 왕궁에 들어가서 군사 기밀을 빼오다니. 들키면 외교 문제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거리는 베사리아였다.

 “그래서 데마시아 쪽에서 마법사와 레인저로 이뤄진 부대를 파견했나봐. 근데 너희도 알잖아, 데마시아가 정의정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위선적이고 보수적인 거. 보고 내용이 진짜든 가짜든 이놈들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나봐. 구성원들이 죄다 출세와 무진장 떨어져 있는 신분 낮은 놈들로 구성되어 있지 뭐야.”
 “적국 영토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거니…도마뱀의 꼬리라 이건가요, 들켜도 금방 잘라낼 수 있는.” 
 “그래, 그 장치로 출발하기 전에 부대원들 전원에게 내부에서 터지는 시한부 독 마법이 걸어 뒀던 것 같아. 딱 물건을 손에 넣었다면 데마시아로 돌아간 뒤에 발동되도록 기간을 설정해서 말이야. 근데 아티팩트가 진짜였다 이거지. 게다가 하필 밴시의 장막이라 이놈들이 이걸 찾자마자 마법이 무효화 되어버렸네? 하, 꾀부리다 죄다 뽀록났다 이거지.” 
 “본 것처럼 말하는군.”

 잭스가 흥미롭다는 듯 슬쩍 끼어들었다.

 “응, 봤으니까. 아 지금 생각해도 좀 아쉽네. 도착이야 내 쪽이 훨씬 빨랐지만 그놈의 아티팩트가 탐지 마법에 걸리지를 않으니 별 수 없이 일일이 뒤지는 수밖에 없었거든. 그러니 늦게 도착해도 쪽수가 많은 그쪽에게 선수를 뺏기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 별 수 없이 원시(遠視) 마법으로 감시하는데, 그놈들이 글쎄 뭐 설움이라도 복받친 모양인지 상부 명령으로 같이 간 장교 애 하나를 아주 잡더라. 거의 다진 고기 꼴로 만들어버리더라고.”

 섬뜩한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 애쉬람의 태도에 질린 표정을 짓는 건 베사리아 뿐이었다. 그녀는 눈썹을 생각을 정리하는 듯 거의 혼잣말 중얼거리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장교까지 죽인 마당에 강력한 아티팩트까지 훔쳤으니, 이제 그들은 다 죽은 목숨이겠군요. 녹서스에선 아직 이 사실을 모를까요?”
 “시간문제지 뭐. 하지만 데마시아 쪽에선 이미 척살령이 떨어져서 정예 산악 기동대를 투입시켰어. 알지? ‘데마시아의 날개’라 불리는 퀸이 소속된 그 부대. 기동성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놈들이지. 왕궁에 심어 놓은 사역마를 통해서 대강 조사해봤는데, 아마 못해도 내일 저녁 즈음엔 그놈들을 따라잡아 조질 거야. 산속에서 흔적 찾기의 달인들만 모아놓은 부대니까. 오죽하면 부대 별명이 ‘사냥개’겠냐.”
 “보물을 가졌는데 도와줄 아군은 아무 곳에도 없고, 추적자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네요.” 베사리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똑똑한데요, 애쉬람? 이러려고 절 오라고 한 거죠? 그들을 돕기 위해서요. 그 아티팩트의 양도를 조건으로 해서 신변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맞나, 애쉬람? 내가 알고 있는 자네 성격 상 그녀를 부른 의도가 그럴 리는 없을 걸로 아는데.’
 ‘끄응.’

 잭스가 슬쩍 속삭이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애쉬람이었다. 대놓고 속삭여도 소리만 들리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눈치 챌 수가 없다는 게 가면의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잘됐네요, 마침 협곡에 새로 추가할 아이템이 필요했는데. 호호, 이거 아이템을 추가하면 데마시아가 꽤나 배 아파 하겠는데요? 발견한 건 자기네인데 그렇게 말하면 녹서스 영토에 발을 들였다고 자백하는 꼴이 되어버리니까요. 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서 그들이 있는 곳으로 출발하죠! 5분 내로 설득할 자신 있어요.”

 베사리아는 기운차게 벌떡 일어섰지만 잭스와 애쉬람은 여전히 앉아있었다. 혼자서 기세 좋게 일어났다가 의외의 싸늘한 반응을 마주하자 의아해하는 그녀였다. 결국 그녀는 이 양반들이 왜 이러나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반응이 왜 이래요? 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그놈들을 설득해서 뭘 어쩔 작정인데?”

 애쉬람이 답지 않게 진지하게 말하자 베사리아는 묘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눈이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애쉬람이 그런 표정을 지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베사리아였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말했잖아요, 그들을 보호해줄 거예요. 그 대가로 아티팩트를 양도받는다면야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요.”
 “보호? 있잖아, 베사리아. 어떻게 보호해줄 건데? 그들은 이제 데마시아 들어갈 수 없어. 녹서스는 물론이고, 다른 도시 국가도 안전하지 않아. 그들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 데마시아의 추적 부대가 잡을 때까지 쫓아올 테니까. 설령 일이 잘 된다 치더라도 평생을 불안에 떨면서 숨어 살아야 한다고.”
 “그, 그건……. 신분 세탁이라든지 뭘 이용해서…….”
 “누가? 네 주도로? 지금 전쟁학회의 상임의원이라는 네가 대놓고 범죄와 연을 맺겠다는 거야? 학회 내에서 상임의원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놈들이 수두룩한 거 몰라? 당장에 헤이완 렐리바쉬 그 자식부터 봐봐! 그런 녀석들에게 꼬투리 잡혔다간 그날로 전쟁학회는 개판이 될 거라고.”
 “좋아요, 그럼 고명하신 전쟁학회장님은 대체 무슨 묘안을 가지고 계서서 제가 하는 말마다 꼬투리를 잡으시는 걸까요? 싹 다 해치우고 아티팩트만 쏙 가져오시게요?”

 결국 베사리아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을 선언했다. 물론 농담조로 한 얘기였다. 금방이라도 애쉬람이 풍선 바람 빠지듯 픽 웃으면서 그 무슨 소리냐고 빈정대길 원하면서.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애쉬람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잭스 역시 말이 없었다. 베사리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농담이죠?”
 “이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요!”

 베사리아가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하며 애쉬람의 멱살을 잡았다. 그는 웃고 있지 않았다. 차갑고 차가운 눈, 깊게 가라앉아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 베사리아는 그런 그의 눈빛이 견딜 수 없이 싫었다. 

 “그놈들은 살아있으면 안 돼. 살아있으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꼬투리가 잡힐 거야. 그리고 그건 불화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충분해. 베사리아, 난 화근을 남기고 싶지 않아.”
 “우린 도울 능력이 있어요, 애쉬람! 그들을 죽이는 게 최선책은 아닐 텐데요?”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야.” 애쉬람이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잖아.”
 “애쉬람! 당신 정말…….”
 “이 이상 지체하면 이도저도 안 돼.” 애쉬람이 베사리아의 말허리를 잘랐다. “잭스, 준비는 다 했지? 무기야 천막 안에 얼마든지 쌓아놨으니까 내키는 대로 써. 갈 때는 그놈들 근처로 순간이동 시켜줄 수 있지만, 올 때는 그 아티팩트 때문에 좀 걸어야 할 거야.” 애쉬람이 품속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지도 한 장을 휙 던지며 말을 이었다. “지도에 표시를 해둔 지점이 있어. 거기서 만나자고.”
 “알겠네.”
 “네? 아니 대체 언제, 잠깐만요!”

 어쩐지 말이 없다 싶더라니, 잭스는 그녀가 애쉬람과 논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모종의 준비를 다 한 모양이었다. 까맣게 칠한 단검이며 손도끼, 장검 따위를 몸에 두르고 있는 그에게선 더 이상 아까 느꼈던 털털하고 친근한 느낌 따윈 아무 것도 없었다. 피 냄새가 풍겨오는 듯 했다. 마치 전쟁터에서 오랫동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피에 절어 거뭇거뭇해진 칼과도 같은…불길한 냄새가. 혼란스러웠다. 그저 혼란스러운 베사리아였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넨 이번에 빠질 생각인가?”
 “어차피 그 아티팩트 때문에 있어도 별 도움은 안 돼. 그리고 그놈들 뒤꽁무니까지 따라잡은 그 사냥개 놈들을 생각하면 이쪽의 흔적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싶고. 가능하면 몸에 두른 무기를 다 사용하도록 해. 최대한 난전을 치룬 것처럼 꾸며서 죽이라고. 산적이나 뭐 그런 놈들에게 불시에 기습당한 것처럼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부대 하나를 단신으로 처리하라고 하면서 참 주문도 까다롭군.”
 “무리한 부탁인가?”
 “그들이 게릴라식 야습에 익숙하지 않기를 빌어야겠지.”

 그들의 어조는 너무 평온해서, 누가 들으면 술집에서 친구 두 명이 농담 따먹기 하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 부대라면 최소 열댓 명 이상일 터였다. 그걸 잭스라는 용병이 혼자서 처리하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코웃음을 치며 무시할 베사리아였지만, 이상하게도…….

 이상하게도, 왜 이렇게 섬뜩한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여자의 감이었다. 이름 없는 용병 따위가 어떻게, 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이 남자라면 정말 부대 하나쯤은 아무 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베사리아였다. 이들을 막아야 했다. 말로 안 된다면, 힘으로라도. 

 베사리아는 그들을 막아섰다. 어느새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 하나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베사리아.”
 “무영창 시전이 당신 전유물일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에요. 움직이지 마요, 당신 둘 모두.” 베사리아가 그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에요. 나를 보내서 그들을 설득시키거나, 아니면 여기서 사이좋게 잿더미가 되거나.”
 “이런다고 달라질 거 없어.”

 애쉬람이 한탄하듯 말했지만, 그런 걸로 베사리아를 꺾을 수는 없었다.

 “상관없어요. 애쉬람, 난 당신이 만든 전쟁학회에서 희망을 봤어요. 피를 보지 않고서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 말이에요. 다른 나라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다 더러운 짓을 일삼는다고 해도, 우리까지 그래서는 안 돼요! 전쟁학회의 창시자인 당신이 이러면 대체 전쟁학회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이죠?”
 “대륙의 전란은 아직 그치지 않았어. 전쟁학회는 그걸 대리전쟁이라는 명목 하에 억지로 틀어막은 둑에 불과해. 불완전한 평화밖에 가져다줄 수 없다고. 그 불완전한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 지금 일어났어. 이건 단순히 아티팩트 하나의 문제가 아냐. 힘의 균형은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문제라고!”
 “그러니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겠다고요? 궤변이에요! 그럴 거면 당신이 대체 전쟁을 일삼았던 과거의 망령들과 다를 게 뭔가요!”
 “그놈들은 정복이 목적이었고 내 목적은 평화라는 거지. 미안하지만 마법 실력으론 넌 아직 내게 안 돼, 베사리아!”

 애쉬람이 손가락을 지휘자처럼 슬쩍 휘두르자 베사리아의 발밑에서 빛의 실들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녀의 주변을 마치 새장처럼 감쌌다. 어지간한 파괴형 마법은 죄다 막을 수 있다는 빛 계열 최고위 구속 마법이었다. 그걸 단순히 손짓 한 번이라는 원 액션(One action)에 영창도 없이 해내다니! 그녀의 손에 있던 불덩어리가 순식간에 마나로 분해되어버렸다. 베사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이 애쉬람이란 인간이 괴물 중의 괴물이란 사실을 잊고 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애쉬람 옆에 있던 용병을 향해 있었다.

 “잭스!”

 처음이었다. 용병의 이름을 부른 건.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딱딱한 철가면 너머로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녀가 겪었던 그는…….

 “부탁이에요! 그러지 말아요, 제발! 당신도 그러고 싶지 않잖아요!”
 거칠지만, 상냥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더 나은 방법이 틀림없이 있을 거예요! 날 믿어요! 당신도 상처받지 않고, 그들도 죽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애쉬람을 설득해줘요, 잭스! 이런 식의 안타까운 피가 흐르지 않도록 내가, 전쟁학회가 있는 거라고요! 더 이상 상처입어선 안 돼요, 그 누구도!”

 베사리아는 빛의 창살에 매달려 거의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잭스, 제발…….”
 “난 애쉬람을 믿었기에 여기까지 왔소. 때때로 이 자의 선택을 믿을 수 없었던 경우도, 부당하다고 생각한 경우도 있었지만 나중에 가면 결국 이 자의 판단이 옳았지. 언제나 말이야.” 잭스는 결국 베사리아의 시선을 피했다. “난 이번에도 믿어 볼 작정이오.”
 “며칠뿐이었지만 당신과 지내면서 당신이 겉으로는 거칠게 대해도 속으론 상냥하단 걸 알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제 말을 들어줄 필요 따윈 없는데 당신은 들어주고 있잖아요! 난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몰라요. 고작해야 종이 쪼가리 몇 장으로 보고를 받은 게 전부에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저들을 죽이면 당신은 분명 상처입어요. 그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살 거라고요!”

 베사리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잭스는 애쉬람에게 주문을 외워주길 부탁했고, 서서히 빛무리에 싸이고 있었다. 순간이동 마법이었다. 멈출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마법을 실행하는 애쉬람도 표정이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주문을 늦추거나 그러지 않았다. 빛무리에 싸여 사라지기 직전, 잭스는 베사리아를 향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미안하오.”

 우는 것만 같이 들렸다. 

 빛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고, 잭스의 모습은 사라졌다. 베사리아는 빛의 감옥 속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입에서 슬픔으로 가득 찬 흐느낌이 들려왔다.

 “왜죠, 애쉬람? 이럴 거면 왜 나를 부른 거예요? 이젠 괴롭히다 못해 이런 식으로 날 괴롭히려는 건가요?”
 “학회의 이목을 받지 않고 잭스를 이곳에 빨리 오게 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어. 학회에서 이곳까지 혼자서 순간이동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었으니까.” 애쉬람이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 널 괴롭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진심이야.”

 애쉬람의 말이 끝나자 빛의 감옥이 스르르 사라졌다. 하지만 베사리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주저앉아서, 한탄하듯 입술을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참담한 모습이었다. 차라리 화를 내고 때리고 멱살이라도 잡아주면 마음이 편하련만, 그렇게 생각하는 애쉬람이었다. 그라고 이 상황이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할 일이 있었다. 잭스는 분명 아티팩트를 가져올 터였다. 그는 충분히 그럴 실력을 갖췄으니까. 그럼 그에 대해 애쉬람 자신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나는 잭스가 밴시의 장막을 가져왔을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할 게 있어. 천막 안에 있을 테니까…무슨 일 있으면 불러.”
 “…….”

 베사리아는 아무런 대꾸 없이 가만히 있었고, 애쉬람은 한숨을 푹 쉬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침통한 슬픔이 그녀의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녀 자신도 대체 더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이 나질 않았으니까. 베사리아는 한탄했다. 애쉬람이 미웠고 결국 가버린 그가 미웠다. 무엇보다도 그들을 막을 힘도 방법도 없었던 그녀 자신이 제일 미웠다. 

 막연히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다 꺼져가는 모닥불과 그 옆에서 나뒹굴고 있는 찻주전자가 들어왔다. 잭스가 커피를 끓여줬던 바로 그 주전자였다.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챙겨주던 그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자 눈물이 핑 도는 베사리아였다. 약간 쌀쌀했지만 두꺼운 소환사용 로브 덕분에 날씨는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그녀는 꺼진 불가로 가서 앉았다. 생각도 정리할 겸 잭스가 올 때까지 기다릴 심산이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점이 하나 고개를 쳐들자 심란한 와중에도 아리송한 기분이 드는 베사리아였다. 잭스는 분명 한 부대를 상대하러 간다고, 그녀는 분명 그렇게 들었다. 데마시아의 군 편제를 생각해본다면 최소 스무 명 이상이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왜일까?

 이상하게도 베사리아는 그의 귀환을 전혀 의심치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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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커피는 해장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근데 쓸 때는 몰랐어요.

1. 베사리아의 리즈시절

2. 후반부 참 어려웠어요 3번 갈아엎음

3. 이번은 괜찮게 뽑힌 거 같은데...글쎄요...

4. 회상은 다음편까지 계속됩니다.

5. 질문은 댓글로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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