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팬픽/자작 챔프 공작소

10추글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팬픽] 술. 주[酒]가무.

아이콘 뇜희아님
댓글: 11 개
조회: 942
추천: 18
2012-08-16 00:53:11

 

 

 

 

납량특집. 소재도 그닥 없으니 짧게.

 

 

 

 

 

[시작]

 

=농담=

 

 

Death Defied(죽음 극복)

 

 

인터뷰 대상의 숙소는 의외로 평범했다. 예전에 대담을 진행했던 무덤지기의 자택처럼 소름끼치는 토템을 걸어놓고 망자들을 맞이하는것도 아니고 고문이나 생체실헙을 진행할법한 분위기도 아니다. 공연 주최측에서 준비한 호텔방 본연의 깔끔한 모습 그대로다. 사실은 그 깔끔함이 문제다.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시트의 빳빳함을 유지하고 있는 침실, 미세하게 먼지가 내려앉은 다과들, 뭔가를 마신 흔적이 전혀 없는 컵과 역시 물기가 없는 화장실. 약간 쌀쌀한 날이지만 여전히 작동중지중인 난방기구. 누군가 거주하고 있는 최소한의 흔적조차 없다고 생각되며 방을 청소하러 매일 오전에 찾아오는 고용인도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필트오버의 고급 숙박시설에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우리 베이스와 키보드하고 인터뷰를 했지? 언제 찾아올지 궁금했다. 소나만큼 친절하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나도 꽤 사교적인 몸이니 맘편히 질문해라."

"사교적이...  시라구요?"

"그렇다. 적어도 밴드의 쇳덩이나 삽자루에 비하면 충분히 사교적이다."

 

요원은 인터뷰중인 보컬, 카서스씨가 농담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메마른 미소나마 화답해야하나 고민했지만 카서스씨가 자기 머리를 척추에서 분리하여 해부 표본용 광택제로 닦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음기가 식어버렸다. 그분은 시간이 넉넉하니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너희들. 삽자루가 부탁한 일은 잘 하고 있나?"

"전담팀을 구성하여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만 워낙 오래전 이름이기도 하고 그림자군도의 사(史)료 가 매우 귀한축에 속해서 진행이 더딥니다."

"열심히 하는게 좋을거야. 그 친구, 이쪽 사람치고는 성미가 급해. 기껏해야 백년? 그 이상 늦어지면 홧김에 망령을 풀어놓을지도 몰르니."

 

그리고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는 보컬. 이런 내용이다.  -펜타킬- 의 공연 포스터에는 이쪽 멤버들의 가족이나 자손들은 무료로 VIP석 입장이 가능하다는 광고문구가 써 있다. 어느날인가 모리 가문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얼간이 들이 입장을 요구했고 요릭씨는 확인에 들어갔다. 물론 확인작업을 시작하고 20초 만에 사기행각이 들통났는데 이때 나머지 세명은 망령이라는 망령은 죄다 불러내서 사기꾼들에게 조사를 시키겠다는 요릭씨를 말리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콘서트가 오죽 보고싶었으면 그런 유치한 수 를 썼겠나 싶어서 내가 특별히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었지. 한곡 땡기니까 요릭도 화가 좀 누그러들었어."

"혹시..."

"그래. 진혼곡."

 

요원은 살점없는 유골에도 표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웃는 표정. 밴드 구성원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꽤 재미있었는지 보컬의 화제는 신디사이저 담당, 소나양에게 옮겨갔다. 내용은 짧고 간결하다. 그 여자가 실어증을 앓고 있는것에 감사하라. 특히 소나의 흉부를 흘깃 훔쳐보는 재미에 빠져있거나 대놓고 야한 팬아트를 생산하는 수컷들. 그런 싸구려 관심에 대한 연민섞인 감정을 음악으로'만' 승화시켜서 망정이지 다른 방식으로 표출했다간 진짜 -펜타킬- 맛을 보게 될거라고 덧붙였다.

 

"잡담은 이정도로 하지. 쇳덩이는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편이니 넘어가고. 드럼이야기는 꺼낼 생각도 하지마. 우리도 고민중이니까."

 

 

카서스씨는 룸서비스로 제공되는 술을 한 잔 권했다. 요원이 감사하며 들이키자 두 잔째를 권했고 이번에는 반 만 마셨다.

 

"내가 산 사람 못지않게 죽은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다는걸 참고 하며 들으면 이해가 빠를거야. 술.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자신들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려고 드는 성향이 있지. 그래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죽은 사람들은 산 자들의 인지범위 밖에서 존재하려하고 너희들은 유령이나 시체같은걸 보면 대부분 기절초풍을 하곤 해. 하지만 난 어떤가? 살아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산 자들이 생각하는 완전한 죽음,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곤란한 상태로 이렇게 대담을 하고 있어. 바로 너희들과. 그래서 그런지 세간에서 말하는 삶과 죽음이 사실은 별 차이가 없다.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결론도 마찬가지로 확정했지. 쭉..."

 

카서스씨가 반 정도 남아있는 술잔을 들여다본다. 불투명한 유리컵 저쪽에서 광택나는 해골이 일렁인다.

 

"실제로 너희들, 자칭 산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삶과 죽음의 연속성을 받아들이고 '죽은사람' 을 예우하기도 해. 녹서스나 아이오니아에서 죽은 사람에게 술을 올린다는건 알고 있지?"

 

알고있다. 고 대답한다.

 

"녹서스는 전통적으로 시체를 대량생산하는 지역이고 아이오니아는 예법이 엄격해. 문화적 공통점이 거의 없는 두 지역이지만 모두 죽은자들이 산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인정하는거지. 아마 녹서스놈들은 생산해놓은 시체에 깃들어있던 원래 존재. 영혼이나 응축된 감정같은게 자신들에게 복수할까 두려워서 술로 달래려는 속셈일테고, 아이오니아놈들은... 연장자들을 공경하는 척이라도 하는 놈들이니 먼저 태어나서 먼저죽은 놈들을 예우하려는 컨셉을 잡았다고 봐야할테지. 이 모든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일반적 통념보다 모호하고, 상호 영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 아닐까? 죽음이 정말 삶의 끝이고 영원한 단절이라면 술을 공양할 이유도 없겠지. 저런. 좀 무서운가 본데. 확실히 내가 많은 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그들의 삶을 죽음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주고 있긴 하지만 자네는 살아 있어야 인터뷰 기록을 남길테니 이자리에서 한곡 뽑진 않을거야. 걱정말게. 지금은 그냥 죽음에 대한 나의 견해가 발로란의 보편적인 견해와 상응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게."

 

대담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왜 술인가? 죽은자들에게 공양하는 물건이 하필 술인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문제가 남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이유는 나보다 더 확실하게 죽음을 안내하는 존재에게 여쭤보면 알수 있지. 시간. 시간만은 우리 모두가 거스를 수 없는 개념이거든. 자기가 영원불멸이라고 믿는 소환사의 협곡 산 모기에게는 미안하지만 영원은 누구도, 누구에게도 입증할 수 없는 것. 그걸 입증하려면 또 다른 영원불멸이 필요하니까. 룬 테라 자체도 언젠간 사라질텐데 자신이 영원불멸이면 그게 뭐? 대순가? 아무튼 시간만은 아주 오랜세월이 걸리더라도 착실하게 죽음을 저축하는데 술은 약간 다르더라고. 술의 죽음? 술이 죽는다? 어감이 이상하지? 왜 그럴까? 우리모두 술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거든."

 

요원은 이 말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술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죽지 않는다. 다만 숙성될 뿐.

 

"알아들은 모양이구만.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상징물. 나는 술의 의미를 그렇게 찾았고 산 사람이 죽은사람에게 건네는 술의 의미도 비슷하게 생각해. -우리는 서로를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젠가 다다를 세계엔 죽음이 있으니 그 경계가 없는 술을 공양합니다.- 이런거 아니겠어?"

 

"아주 독특한 견해로군요."

 

"그리고 술장사를 하는 너희들에겐 미안한 소리를 좀 하자면... 산 사람끼리 마시는 술에는 의미가 하나 더 있어. 술을 마시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얼굴이 벌개지지? 그건 생체리듬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대사의 촉진이 이루어지느라 그런걸거야. 너희들은 드물게 술을 적당히 마시고 건강한 육신을 보전하는 사람들을 홍보자료로 이용하고 있던데. 좀 뻔뻔하단 생각 안해봤나? 하긴. 너흰 장사를 해야하니 이해는 한다. 알콜에 대한 인체의 여러가지 거부반응과 간 경화 같은것 때문에 수명이 단축된다는것도 알고 있지만 굳이 떠들 필요야 없지. 애시당초 산 사람들이 술을 적당히 마시는 법이 있나?"

 

그렇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을 못하는 요원.

 

"즐겁게, 신나게,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고 신속하게 죽음을 맞으러 간다. 이거야 말로 삶이니 죽음이니 하는 불필요한 경계를 초월해서 영속함을 얻는 방법이지. 그래서 나도 너희들의 음주문화를 적극 지지한다. 술 마시다 죽으면 기분도 좋잖아. 이정도면 대충 술에대한 나의 견해는 모두 피력했으니 더 물어볼것 없으면 인터뷰를 마치자고. 발성 연습 할 시간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요원은 자신이 카서스씨가 권하는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그 상징성이 두려워졌다. 카서스씨는 삶 다음 단계의 자신을 위하여 술을 권하였고 자신은 별 생각없이 그 술을 넙죽 받아마셨다. 두 잔. 아이오니아에서 제례에 올리는 잔 수 만큼. 웃어넘기기엔 섬뜩하고 두려워하기엔 이미 늦은 카서스식 농담. 농담. 농담 같은 인터뷰. 농담같은... 삶. 결국 이 요원도 정서적으로 힘든 인터뷰를 마친 다른 요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해온 길을 따라갔다. 유급휴가. 그리고 한동안 술을 끊기로 했다.

 

 

 

 

=진담=

 

Rising Spell Force(끓어오르는 주문의 힘)

 

 

"좋아하는 술이요? 헤, 헤로이니아 코르카이니무스요."

 

(탐험가 이즈리얼. 좋아하는 술이 뭐냐는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Lv70 뇜희아님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LoL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