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0FniRWMy_9k

하얀 병실의 침상 위의 티 없는 깨끗함이 눈부시도록 빛나는 햇살이 땃땃하게 내리쬔다. 침대 위의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머릿결은 황금빛으로 빛났고, 새하얀 솜털같이 폭신한 날개는 겨울철의 눈보다도 시리게 눈부셨다. 그리고 그 날개의 주인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병원의 회색의 무미건조한 천장이었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자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지면서 휘청거렸다. 어찌어찌해서 몸을 일으키고 보니, 케일은 자신이 더 이상 무거운 갑주가 아닌 가벼운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초봄의 날씨는 재미없는 청록색 반팔 환자복으로 막기에는 약간은 쌀쌀하다.
케일은 자신의 얼굴을 양 손에 파묻고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 동안은 묵묵히 그러고 있다가 양 무릎을 모으고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자신의 황금빛 갑주와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린 심판의 검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선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안도감이 돌았다가 사라졌다.
“흠, 일어났구먼.”
갑작스럽고도 심드렁한 목소리에 케일은 깜짝 놀란 고양이 마냥 잠시 펄쩍 뛰어올랐다가 옆을 보니 잭스와 소라카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몸이 물 머금은 수건 마냥 축 늘어지며 침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곤 쓰러져 버렸다. 케일은 한 쪽 팔을 이마에다가 걸치고는 머리가 어지러운 듯 두 눈마저 감으며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그런 냉담한 케일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인자한 소라카가 걱정스럽지만 안도감이 넘치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행이에요, 케일. 당신이 여기로 실려 왔었을 땐... 정말이지, 끔찍했었어요. 외상이 없었던 것은 알지만... 뭐랄까, 눈이 죽어 버려서 처음에는 겁탈이라도 당한 줄 알았지 뭐에요.”
“그랬군요.”
케일도 그런 소라카의 걱정에는 차마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 무성의하게나마 대답하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돌던 그 때, 잭스가 소라카를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면서 말을 건냈다.
“소라카, 잠시 자리 좀 비워 줄 수 있겠어?”
“안 될 건 없지만...”
“부탁해.”
그런 부탁에 소라카는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케일의 이마에다 입을 맞추고는 따뜻하게, 마치 어머니가 딸을 껴안듯 부드럽게 포옹 하였다.
“몸조심 하세요.”
소라카는 문을 열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 까지 케일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방 안을 나섰고, 방 안에는 잠시 정적이 돌았다. 둘 사이를 감도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못 마땅한 얼굴의 케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용건은 뭐야?”
“뭐, 일단 나도 사람이니깐. 몸은 괜찮냐?”
케일은 자신의 왼쪽 팔에 꽂힌 링거를 보고선 대답했다.
“그럭저럭. 약간 어지러운 것만 빼면 모든 게 괜찮다.”
“검을 휘두를 정도는 되는 것 같고?”
“...아직은.”
“그런가...”
잭스는 말 꼬리를 길게 남기면서 대화 사이에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케일이 그런 잭스에게 다그쳤다.
“그래서 용건이 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몸이 괜찮다면, 마음은?”
“뭐?”
케일의 반문에 잭스는 쓴웃음인 듯 보이는 콧방귀를 뀌고는 말 했다.
“너가 물리적으로 다친 것이 아니면, 내가 괜찮다는 이야기가 어디를 물어보는지 정도는 잘 알잖아.”
“...”
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그러나 잭스가 한숨으로 그 침묵을 깨고는 거기다 말을 이어붙였다.
“너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내가 아는 건 단순히 피상적인 이야기니깐.”
“그래서? 지금 내 과거라도 캐겠다는건가?”
잭스의 질문에 케일의 눈 꼬리와 말투가 사나워진다.
“난 소환사 멍청이가 아니야. 뭐, 원한다면 그냥 말 안 해줘도 되는 거니깐. 허나 하나 묻자.”
“뭔데?”
“과거에 저질렀던 일, 후회하냐?”
“그런 건 없다.”
케일은 단숨에 그렇게 잭스의 질문을 잘라버렸다. 그러나 잭스는 집요하다.
“정말?”
“그렇다.”
잭스의 질문에 대답하며, 케일은 잭스를 똑바로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잭스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케일의 왼편에 있는 칸막이용 커튼을 걷었다.
“이래도?”
잭스가 그렇게 케일을 바라보면서 다시 묻는다. 케일은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자를 보고선 말문이 막혀 버렸다.
자신의 저주받은 여동생, 자신이 죽이려고 언제나 뒤를 쫒은, 그리고 결국엔 자신을 소환사의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린 동생이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누워서 산소마스크를 쓰곤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딱 봐도 얼마나 약해졌는지 얼굴은 시체 빛이었고, 그녀의 날개는 케일의 날개와는 다르게 윤기가 빠진 추한 까마귀의 그것처럼 털이 빠져서 더욱 흉하게 변해버렸다. 당장이라도 산소마스크만 벗기면 그대로 골로 가버릴 법한 몰골이었다.
“너...”
“이 방 배정을 누가 했는 줄 아냐?”
“뭐?”
“나야.”
“무슨...!”
“자...”
잭스는 모르가나와 케일의 양 사이에 앉아서는 케일의 검을 집었다. 케일이 그 장면을 보고서 뭐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잭스는 검날 부분을 집더니, 손잡이가 향하도록 케일에게 들이밀었다.
“이제 너에게 맡겨진 거야. 넌 지금 당장 너의 원수이자 동생인 저 녀석의 목을 따 버릴 수 있어. 너는 움직일 수 있고, 저 녀석은 그렇지 못 하니깐.”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케일이 잭스에게 그렇게 호통을 쳤으나, 잭스는 잔잔한 바다같이 응했다.
“왜? 지금은 기회지 않나? 지금 당장 너가 평생 죽이지 못 해서 안달이 났었던 여동생을 당장 이 자리에서 끝내버리고는 저 하찮은 필멸자 소환사들에게서 탈출해, 다시 너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그리고 난 지금 너가 원하는 기회를 만들어 줘 본 것뿐이야.”
“그건...”
“뭐, 너가 죽이면 그 뒤에 있을 후환이 두렵다 하면 내 손을 빌려도 되고.”
잭스는 그렇게 말 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선 모르가나의 목 줄기에 케일의 검을 겨눴다. 잭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대로 모르가나 목에다가 번쩍 들은 케일의 심판의 검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운차게 찍어 내렸다.
“그만 둬!!”
케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선 잭스의 목을 팔로 휘감고는 그대로 넘어졌다. 그러나 잭스 또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케일과 같이 뒤로 자빠졌고, 약간은 소란스러운 소리와 같이 둘은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케일은 황급히 잭스의 손에서 칼을 빼들고는 잭스의 목에다가 겨누며 외쳤다.
“내 동생에게 다시 한 번만 그랬다가는... 아악!”
그러나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몸으로는 무리였던 것일까, 케일은 검의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곤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검을 지팡이 삼아서 일어서려는 찰나, 잭스가 케일의 어깨를 부축해서는 그녀를 침대 위에 앉혔다. 케일은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차서 잭스의 얼굴을 노려보았지만, 잭스의 목소리는 한결 같이 차분했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이러하였다.
“결국 이게 너의 마음인건가.”
“...시끄러.”
케일은 아직도 분하다는 듯 씩씩거리며 잭스를 죽일 듯이 노려다 보았다만, 잭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한 잔 따라서 케일에게 건내주었다.
“자, 마셔. 마음을 진정시켜 줄 거야.”
그러나 케일은 그 찻잔을 받아들고선 물끄러미 잔만 바라보고는 마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케일의 머릿속은 잭스의 비아냥과 조롱으로 가득한 다음 대사를 생각하니 착잡해졌다.
“그 날개 달린 원숭이 같은 자식이 그러던? 너가 피에 굶주린 쌍년이라고?”
잭스의 그런 질문에 케일은 화들짝 놀라서 찻잔을 떨어뜨릴 뻔 했지만, 잭스는 아랑곳 하지 않고는 케일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적어도 아닌 것 같네.”
“하지만...!”
“하지만?”
“난...”
케일의 그런 우물쭈물한 말투에 잭스는 케일의 말을 이어받아서 대답했다.
“넌 단지 잊고 있었을 뿐이다.”
“무엇을?”
“너의 여동생이 처음 널 등졌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지?”
“...”
케일은 대답하지 못 하였다. 그러나 잭스가 그런 케일을 도와서 대신 말을 이야기 지어준다.
“넌 단지 동생이 널 등졌다는 데에 배반한 것이 아니라, 동생의... 그래, 너의 기준에선 ‘탈선’을 바로잡기 위해서 애타게 찾았을 뿐이잖아.
‘내 동생이 그럴 리가 없어. 이 아이는 착한 아이라고.
난 이 아이가 배반자라는 더러운 오명 속에서 죽어가게 놔두지 않아!’
이게 분명히 너의 진심이었을거야. 안 그래?”
그러나 케일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잭스의 설교 아닌 조언은 계속되었다.
“넌 단지 너의 첫 목적을 잊었을 뿐이야. 너의 모든 행동들은 올바르고 정당한 행위에서 시작되었던 거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잊어버렸지. 그리고 그 목적을 추구할 잘못된 방식을 택했을 뿐이고.”
“그래서, 그게 다 나의 불찰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건가?”
케일의 그런 가시돋힌 말에도 불구하고, 케일은 잭스의 가면 아래에서, 그가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잭스는 다시 테이블 위로 가더니, 찻주전자를 들고선 케일의 찻잔에다가 다시 차를 그득 부어버렸다. 케일의 찻잔 위로 차가 흘러넘친다. 케일은 이 모습을 보고선 잭스를 올려다보았지만, 잭스가 그런 케일에게 말 했다.
“뭐든지 과하면 넘치는 법이지.”
잭스의 그 말에 케일은 머릿속으로 뭔가 퍼뜩 깨닫는 바가 있었다. 마치 벼락이 치는 느낌. 잭스는 찻주전자를 내려놓더니 말을 이어갔다.
“난 너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는 정확히 몰라. 그리고 너가 한 일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안다고 해도 내가 너를 판단할 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자식이 보여준 너의 그 때의 모습 또한 예전의 너다.”
“...그렇다고 그게 내 불찰을 씻어주진 않아.”
“그렇다. 그건 온전히 너의 짐이다.”
잭스의 마지막 말에 케일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꾸했다.
“...결국 이 모든 게 내 탓이고, 내가 피에 굶주린 개년이라는 것도 입증된 건가?”
“단지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지.”
“그런다고 무언가가 변하나?”
“너의 마음가짐.”
“그래서 뭔가가 변해?”
“너가 변하게 만들어야지.”
“...난 그 방법을 모른다.”
“낸들 알겠어?”
“그럼 이 대화의 요지는 뭐지?”
“결국 너가 했었던 일들이 덧없음 정도는 알아냈지 않아? 그 정도로도 큰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그런가...”
케일은 그렇게 말을 길게 늘이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의 아름다움이 만개한 밖에서 실로 오래간만에 칙칙하고 딱딱했던 가슴 속 안의 겨울 속으로, 따스한 봄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는 듯 했다.
“그래서, 물을게. 지금은 기분이 어때?”
잭스의 그런 질문에 케일도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허탈하네.”
“원래 그런거야.”
잭스는 그렇게 말 하더니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가면서 외쳤다.
“세상에 거창한 대의 같은 게 어디 있겠냐! 본디 사물에는 아무런 이름도 없고, 대붕을 새장 안에 가둘 수 없듯이, 세상은 이름을 부여하기엔 너무나 고요하고, 또 커다랗구나! 이름에서 의미가 나오고, 의미에서 가치가 나오고 가치에서 권위가 나오니, 이것들이 사람들을 온통 피곤하게 하는구나!”
잭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복도를 매웠다. 케일은 마지막에 한 잭스의 말을 듣고 잭스가 미친 것인가, 라는 말을 중얼 거리다가 케일은 시선을 자신의 여동생에게 옮겼다. 그녀의 눈에 순간 눈물이 핑하고 돈다. 케일은 잠시 입을 가리고 흐느끼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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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nXWM_dZdZec
"두껍고 어두운 구름이 켜켜히 쌓여 있다... 그 사이로 혼돈의 벼락이 내리치며 보기만 해도 어지럽고 토악질이 나오는 악몽의 빛이 소용돌이친다... 높고 뾰족한 첨탑들은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 분홍색으로 덧칠 되어 있으며, 개 중에는 검은 색의 첨탑들도 있다... 각각 첨탑의 아래에서 피와 해골을 바치며, 무지갯빛 화염이 춤을 추고, 짐승과 인간의 사체가 부패해 가며 그 속에서 구더기가 슬며 악성 병균들이 스멀스멀 퍼지고, 포로와 죄수들을 고문하며 그 비명소리를 즐거워해 마지않는데다, 머리에 쇠바퀴 문양을 한 신도들이 그들의 신을 부르며 오열하는도다...
악몽의 빛의 소용돌이 속에선, 혼돈의 요람이 잉태하고 있다... 그 요람 안엔 인간이 아닌 것들이 균열 속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지상 위로 태어나는도다... 흉측하고 꿈틀거리는 미지의 도가니 속 안에는 다른 우주에서 온 악마들이 이 세계를 향해서 진군할 채비를 마쳤도다...
피에서 태어난 악마들이 뿔나팔을 불며 황동으로 만든 군기 아래에 모여 거대한 군대가, 불타는 도끼와 채찍을 들은 거대한 악마가 작은 악마들의 등짝에 채찍질 하며 순수한 분노와 폭력을 위해서 진군한다...
질병과 부패함에서 태어난 악마들은 고삐 풀린 채로 당당한 군가와 수천 개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그들의 행군을 알린다... 그들은 검은 파리 때의 가호를 받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을 앓고 있는 거대하고 뚱뚱한 괴물의 고름이 가득한 썩은 피부 아래에선, 작은 똥 덩이 같은 악마들이 재잘대며 튀어나오며, 그의 썩어가는 내장에서 나오는 고름 즙을 빨아먹으며 모든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쾌락에 목마른 창부들과 짐승들은 절망하는 자들의 비명소리에 기뻐하고 흥분하여 그 절정을 만끽하며 울부짖으며, 사향 냄새가 역한, 불길하고 매혹적인 자웅동체의 혓바닥은 두 갈래로 나뉜,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보석들로 치장한 속이 비치는 비단옷을 입고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누구보다도 빨리 남의 비참함으로 부터 절정을 느끼려는 요염하고 추잡한 악마들이 음란하고 저열한 기쁨을 즐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분홍빛의 짜리몽땅한 악마들과 늘 변화하는 이해 불가능한 악마들이 그들의 주인의 목적 없는 사고가 만들어낸 무의미한 계획의 장기 말이 된 지도 모르고는 재잘거리며 지옥의 불길을 내뱉는다... 그들의 입에서는 어지러운 총천연색의 만화경 같은 화염으로 모든 걸 변화 시키며, 그 위의 실체 없는 변화의 군주들이 주인의 시나리오를 실현키 위해서 강력한 마법을 우아하게 구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욱 심연에 있는 대장간 안에서, 전쟁을 위한 기계들이 지옥의 화염으로 단련되어 만들어지고 있도다... 그들의 대장간 안에서 나오는 것들은 전부 순수하게 파괴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그 강철의 육신 안에는 불멸의 악마들이 들어가 사납게 날뛴다...
피의 신의 짐승들은 입에서 불을 뿜으며 피 웅덩이 속에서도 새 희생자의 영혼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변화의 신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어들은 칠성장어 같은 이빨로 희생자의 영혼을 물어뜯고는 고음을 내뿜으며, 부패의 군주의 자비로 부터 태어난 거대한 민달팽이 같은 괴물은 바늘과도 같은 이빨과 갈퀴발톱을 내세우며 언제나 새로운 ‘친구’를 찾아 나선 뒤 영혼을 빠져나갈 때 까지 촉수로 끌어안고, 악몽에서 태어난 쾌락을 갈구하는 왕자의 짐승들은 우아한 말처럼 지옥의 무한한 평원을 질주하며 그들의 주인을 재우는 자장가를 부르지만, 그것을 듣는 자는 장기와 머리가 터지면서 죽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망라한, 어둠의 신 네 명이 만들어 낸 혼돈의 끔찍한 성채가, 옛 녹서스의 해골성에 들어서 있도다... 그리고 그 첨탑은 혼돈의 신들의 선택을 받은 최고의 전사들이 지키고 있으며, 그 위에는 악마와 하나가 된 옛 챔피언이 그가 모시는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치밀한 전략과 교활한 속임수를 짜 내려가고 있도다...
곧... 혼돈의 군세가 대륙을 뒤덮을 것이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거기서 벌어지는 수백만 명의 학살이, 저 모든 것들을 이곳으로 불러일으킬지어다..."
상임위원 맨드레이크의 천리안을 통한 예언이 끝나자, 베사리아를 비롯한 다른 모든 소환사들은 음울함에 젖었다. 이미 악마들은 이곳으로 건너 올 준비를 끝내었다. 전쟁은 오히려 녹서스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녹서스는 어떻게 해서든 진군할 것이고, 파괴할 것이다. 설령 저항한다 하더라도, 녹서스의 목적인 ‘대량학살’은 달성되는 것이다. 이미 녹서스는 그 악마들을 이곳으로 불러 올 수만 있다면 자신의 피건, 타인의 피건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었다.
“...녹서스의 현재 상태는?”
“데마시아에게 선전포고를 하였고, 데미시아 또한 그에 응했습니다.”
“시간정지 마법을 고려해 볼까요?”
베사리아의 그런 제안에 소환사들은 전부 수군거렸다만, 맨드레이크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 했다.
“지금이야 말로 그런 것을 했다간, 저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셈일 뿐이에요. 대규모 마법은 저 악마들을 우리의 세계로 대량으로 불러 들여오는 문을 열어주는 것일 뿐 입니다.”
베사리아는 맨드레이크의 그 음울한 결론을 듣고선 나직히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이, 잭스 그 자가 원했던 대로, 이 세계를 구할 원정대를 모집해야겠군요.”
“이제야 알아들었냐.”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환한 빛을 등에 업고 누군가가 회의장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왔다. 소환사들이 그를 향해 뭐라고 말할 참이었지만, 베사리아가 손을 들어서 말렸다.
“잭스. 이제 당신이 필요합니다.”
“이제서야?”
잭스의 그런 반문에 베사리아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침묵하였고, 잭스는 그런 베사리아를 바라보며 당당히 말 하였다.
“뭐, 그럼 이렇게 하지. 너네들이 원하는 정보-고대의 다르킨 같은-것들은 전부 제공해주겠어. 단, 그 원정대의 참가 인원을 고르는 것은 나야. 그리고 움직일 권한도 나에게 있고. 알아듣나?”
“...잘 알겠습니다.”
나쁜 거래가 아니었는 듯, 드디어 양 측이 만족할 만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맨드레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잭스에게 물었다.
“가만, 아트록스는 어떻게 할 건가? 자네의 목표는 아트록스의 제거 아닌가?”
“그 날개 달린 원숭이는 반드시 스웨인 앞에 나타나게 되어 있어. 두고 보라고.”
“...그런가. 알겠네. 그럼 자네를 믿지.”
“고맙군.”
잭스가 다시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 베사리아가 되물었다.
“어딜 가시는거죠, 잭스?”
그러자 잭스가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결의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원정대 모으러.
그리고 내 진짜 무기 좀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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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이 가득한 성녀와 악마 작가 입니다. 너무 늦어버렸군요. 다른 이유가 있었다기 보단 귀찮았어요. 죄송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화의 어떤 악마들이 소개 되었는지도 귀찮아서 안 할 생각이라 더더욱 죄송합니다.
P.S-항상 잭스에게 이얼쿵푸 브금을 넣어보고 싶었어요. 왜 다들 잭스의 전용브금으로 이얼쿵푸를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아, 인벤의 앞날은 어둡다!
P.S.2-부득이 하게 브금을 두 개로 나눠서 들으셔야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에 카오스의 악마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시다면 덧글로 달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