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팬픽/자작 챔프 공작소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팬픽] 할로윈 특집 잭스X소나 팬픽: 네 송이의 꽃(2)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2 개
조회: 1125
추천: 6
2016-11-17 02:31:11



***

 “아민, 이제 오…피오라 씨는요?”

 저택으로 돌아온 잭스를 맞아주는 건 앞치마를 두른 레오나였다. 역할을 따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집안일은 대부분 그녀의 몫이었다. 그가 응접실 소파에 앉자마자 그녀는 번개처럼 따뜻한 차를 내왔다. 향이 진한 밀크 티였다. 

 “아침 먹자마자 가버렸다. 요즘 정말 바쁘긴 바쁜가보더구나.”
 “당연하죠, 벌써 가을인데. 이번 성검제(聖劍戰)은 가을에 열리잖아요.”
 “아, 그렇지.” 잭스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엔 여름이었지. 이거 참, 나이를 먹으니 자꾸 깜빡깜빡하는군. 내 기억력도 다 된 모양이야.”
 “늙은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아민.”
 “…….”

 레오나가 얼굴을 조금 찌푸리자 잭스는 밀크 티나 한 모금 마시며 딴청을 피웠다. 그녀는 잭스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걸 대단히 싫어했다. 설령 그게 잭스 본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딴청 피우는 잭스를 가만히 흘겨보던 레오나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뭔가를 잔뜩 담아왔다. 얇게 썬 닭고기에 마찬가지로 얇게 썬 로스트비프, 그 외에도 이것저것 야채가 가득 담긴 트레이였다. 한눈에 봐도 샌드위치 속재료인지라 잭스는 어리둥절한 기분을 담아 레오나를 올려다봤다. 그러나 잭스의 그 의문은 이어진 레오나의 딱 한 마디에 바로 풀렸다. 

 “또 공방으로 내려가셨어요.”
 “끄응.”

 그 한 마디로 모든 정황을 이해한 모양인지, 잭스는 앓는 소리를 내며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냐?”
 “어젯밤부터요.”
 “그나마 다행이군. 한 끼밖에 안 굶었다는 거 아니냐.”
 “아니죠. 어제 거의 아무것도 안 드셨으니까, 적어도 네 끼 정도는 안 드셨어요.”
 “제길, 그러면 그렇지. 어째 요즘은 좀 잠잠하다 했더니만…….”

 레오나가 담담하게 말하자 느긋하던 잭스의 손에 속도가 붙었다. 입으로는 궁시렁거려도 꽤 익숙한 모양인지 그는 용케도 세 개짜리 손가락을 놀려 척척 샌드위치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성인 남자 몇 인분은 될 법한 샌드위치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잭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과자 따위의 후식이나 차 같은 음료까지 챙기더니, 그것을 죄다 커다란 바구니에 싸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레오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툴툴거리시면서도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건 종류별로 다 챙기셨네요?”
 “아무렴 챙겨야지. 무슨 불벼락을 맞으려고?”
 “후후, 그런 점이 아민의 매력이에요. 자, 가세요. 조금만 더 기다리게 했다간 저까지 혼나겠어요.”
 “혼난다니? 뭘 말이냐?”

 잭스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묻자 레오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주방 입구 쪽을 가리켰다. 수정을 통째로 깎아 만든 듯한 고양이 하나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레오나의 얼굴엔 난처한 건지 재밌단 건지 애매한 표정이 걸렸고, 잭스는 얼굴이 와지직 구겨졌다.

 그것은 베사리아의 사역마였다.


***


 “하, 믿을 수가 없네요. 이때쯤이면 오겠다 싶어서 사역마를 보내봤더니, 세상에 음식 다 만들어 놓고 레오나랑 노닥거리느라 안 온 거였어요?”
 “…….”

 참자.

 “어제 저택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보나마나 레오나랑 같이 잤을 거 아니에요? 하룻밤 같이 보냈으면 됐지, 낮까지……. 이거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참자, 잭스는 팔이 저려오는 걸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애초에 이건 다 당신 잘못이라고요. 감당도 못할 거면서 이 여자 저 여자 손만 뻗치기나 하고, 게다가 한 번 품 안에 들어왔다고 푸대접이나 하고! 한 번만 더 이러면 정말 이걸…….”

 꽈아악

 “커헉! 자, 잠깐 베사, 리아…….”

 아무 말 없이 참으려 했건만, 신체의 특정 부위를 꽉 움켜쥐는 그 공격만큼은 아무리 잭스라 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 그가 앓는 소리를 내자 베사리아는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리고선 그런 표정을 숨기려는 듯 이내 그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안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못됐어, 정말.”
 “…미안하오.”

 잭스는 베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시름 놨다. 베사리아가 이렇게 나오면 화가 거의 풀렸다는 뜻이었다. ‘거의’라고 한 이유는 향후 두어 시간 동안 처신을 잘못하면 다시 터질 가능성이 있단 소리라, 잭스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택 뒤편 창고 아래쪽에 적당히 숨겨진 베사리아의 공방에 왔을 땐, 그녀는 역시나라고 할까 나사 빠진 태엽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공방 안은 언제나 그렇듯 끔찍하게 너저분했다. 그 중에서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곳이 딱 세 군데였다. 하나는 마법 연구를 하는 실험대요, 하나는 다용도로 쓰이는 작은 탁자(주로 식사 용도로 쓰였다), 나머지 하나는 피곤하면 잠깐 쉴 수 있는 침대였다. 이상하게도 침대가 혼자 쓰기에는 꽤 컸다. 그게 왜냐하면…뭐 원인을 따지고 보면 전부 잭스가 나빠서였다.

 오자마자 가져온 샌드위치의 절반을 해치우고 물 마법으로 몸을 깨끗이 씻은 베사리아는 ‘이제 육체의 허기를 달랬으니 정신(?)의 허기를 달랠 차래에요’라는 얼토당토않은  소리와 함께 그를 침대 위로 내던졌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내던졌다. 마법까지 써서. 그 뒤는 보는 대로, 잭스는 베사리아가 만족에 만족을 할 때까지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만 했다. 모양새만 보면 억지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았다. 중간부터는 잭스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니까……. 하여간 남자는 이래저래 유혹에 약한 법이었다.

 어쨌든 베사리아의 말대로 육체와 정신의 허기까지 모두 달래고 꼭 안겨서 여운까지 즐겼으니, 이제부터는 잔소리의 시간이라 이 말이었다. 여자관계라면 입도 뻥긋 할 수 없을 정도로 할 말이 없는 잭스인지라 이럴 땐 그저 받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부인들과는 달리 베사리아는 방심하면 안 됐다.

 “정말 미안하긴 한 거예요?”
 “당연하오.”
 “그럼 보석 사줘요.”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요?”

 잭스가 신음 소리를 내며 미간을 문질렀다. 이러니 어떻게 방심을 하겠는가. 조금만 약점을 잡았다 하면 치고 들어오는데. 잭스가 거절하자 베사리아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보석 카탈로그 하나를 그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거기엔 10월의 보석 어쩌구 하는 광고가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지금 한창 질 좋은 원석들이 잔뜩 나올 시기라고요. 이때 안 사두면 언제 사겠어요? 가뜩이나 이번 마법 실험에는 더 많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너무 비싸오. 여기서 제일 싼 거 하나만 해도 대체…….”
 “쪼잔하긴! 돈이야 마음만 먹으면 이 저택을 금화로 채우고도 남는데 뭘 그래요? 피오라나 소나는 말할 것도 없고, 저나 레오나도 재산은 많다고요.”
 “나는 당신들의 돈이나 보고 결혼한 게 아니오, 베사리아.”
 “알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럼 그냥 허락만 해 줘요, 잭스! 제 걸로 살 게요, 진짜로요!”
 “저번에도 그랬다가 사건 한 번 터트린 적 있지 않았소? 안 되오. 그 이후로 보석은 1년에 1개씩만 사기로 했잖소.”
 “으…….”

 베사리아가 품에 매달려 징징거렸지만 잭스는 요지부동이었다. 부인들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알고지낸 만큼 그녀의 낭비벽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베사리아는 다른 부인들을 꼬드겨서 이런 보석 전시회에 간 다음, 그 낭비벽을 못 참고 거기 있던 보석을 죄다 쓸어버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소나나 피오라, 심지어 레오나의 손까지 빌렸다는 것이었다. 

 본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오히려 소나는 감싸주기까지 했다) 잭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때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베사리아는 엉엉 울지, 다른 부인들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 솔직히 잭스는 다른 부인들이 베사리아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좀 과장해서 화는 낸 감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후에는 그 후폭풍을 그대로 감당해야만 했다. 일단 소나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세 명도 그의 의중을 떠보는 데엔 도가 틀대로 튼 위인들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때의 기억은 잭스에게나 베사리아에게나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못했다.
 
 “그러면 저랑 내기해요. 지금 제가 작업하던 거 보여드릴 테니까, 보고 괜찮으면 보석 사는 거 허락해줘요, 네?”
 “그래도 안 되오.”
 “딱 두 개만! 정말 딱 두 개만 살게요. 그리고 당신하고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것마저 없으면 정말 작업을 못 끝내서 그래요. 부탁이에요, 잭스.”

 어지간하게 필요한 모양인지 베사리아는 계속해서 그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잭스는 한동안 말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고집을 꺾기로 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낭비도 안하고 꽤 착실하게 살아왔지 않는가. 그가 결국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자 베사리아가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딱 퉁겼다. 그러자 뭔가 보석으로 만든 꾸러미 같은 것이 휙 하고 날아왔다.

 “실험이라더니, 또 이런 낭비를…….”
 “흥, 두고 봐요.”

 베사리아가 그 보석 꾸러미를 향해 중얼거리자 보석들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선 보석 하나하나에서 은빛 실 같은 것이 휙 하고 나오더니, 공중으로 붕 떠서 커다란 공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잭스에겐 그저 반짝이고 좀 신기한 장식품 이상의 가치가 없었다. 

 “어때요?”
 “예쁘군.”
 “…….”

 잭스의 시큰둥한 반응에 베사리아가 입을 삐죽이더니 작은 화염구를 만들어 그 보석의 공 속에 톡 집어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불꽃이 이지러지듯 희미해지다가 팍 하고 사라지는 게 아닌가. 계획대로 된 모양인지 베사리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실은 지금 제가 던진 화염구, 파괴력이 꽤 강한 거였어요.”
 “어느 정도로 말이오?”
 “글쎄요, 적어도 우리 저택의 오분의 일은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그 작은 게 말이오?” 잭스가 경악하며 되물었다. “그런 위험한 마법을 대체 왜 쓴 거요?”
 “그야 당신 반응이 미적지근하니까 그렇죠! 내가 겨우 이런 일로 실패할 것 같아요?”

 물론 잭스는 베사리아의 마법 실력을 믿었다. 그 전쟁학회의 상임의원 아니던가. 이제는 전(前) 상임의원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마법 실력 하나는 여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는가, 세상에 침대에서 그런 위험한 주문을 쓸 줄이야……. 미간을 꾹꾹 누르는 잭스를 무시하고 베사리아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 실험은 불꽃 봉인에 최적화된 봉인 마법을 짜는 거예요. 아, 이렇게 간단하게 보이지만 이거 정말 힘들었다고요. 저거 그냥 떠 있는 거 아니에요. 하나하나가 전부 기하마법학을 응용한 완벽한 각도로…….”

 불꽃을 봉인한다, 그 말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 잭스였다. 결혼하고 상임의원직을 그만둔 뒤로 베사리아는 이상하게 뭔가를 가두는 실험에만 몰두했다. 그것이 설마……. 잭스는 그가 듣든 말든 재잘거리는 베사리아의 어깨를 끌어안고 조용히 되물었다.

 “베사리아, 혹시 내 푸른 불꽃을 어떻게 해보려는 거요?”
 “…….”

 베사리아는 순간 망가진 태엽 인형처럼 말을 딱 멈췄다. 아무래도 그의 짐작이 옳은 모양이었다. 그는 낮게 한숨을 쉬고선 말을 이었다.

 “누누히 말하지만 이제 그런 짓은 그만…….”
 “계속할 거예요.”
 “베사리아.”
 “나 포기 안 해요, 잭스. 절대로.”

 베사리아의 그 말엔 장난스러움도 경박함도 없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신념이라도 되듯, 그녀는 그 말을 하며 이불 밑에서 그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끌어안은 어깨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 어깨에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죄책감이 얹혀 있는지, 잭스는 알 수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었다. 그때였다.

 우웅

 공중에 떠 있던 보석의 공이 희미하게 떨리는 소리를 내며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변한다기보다는 달궈진 철조각처럼 시뻘겋게 변하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것과, 그가 움직인 건 동시였다.

 “베사리아!”

 파앙!

 “꺅!”

 등에 퍼져오는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며, 잭스는 얼른 베사리아를 감싼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석의 공이 폭발해 총탄처럼 사방으로 튀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베사리아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는 품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베사리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다행이었다. 다친 곳은 없는 모양이었다.

 “베사리아, 괜찮…….”
 “잭스, 빨리 상처를! 아아, 어떡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베사리아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그의 품을 빠져나오더니 그를 향해 정신없이 치유 주문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워낙 고위급 마법인지라 그의 상처는 순식간에 나아버렸다. 사실 그는 그렇게 크게 다치지 않았다. 보석 조각에 좀 찔리고 약간의 화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베사리아의 봉인 실험이 반쯤만 작동한 모양이었다. 

 ‘하긴 미완성이라고 말했었지, 아마.’ 
 “잭스, 잭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괜찮아요? 아픈 곳 없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녀는 미친 듯이 미안하다고 수십 번은 말하며 치유 주문을 난사하고 있었다. 이미 상처는 다 나았다. 하지만 베사리아는 머리가 새하얗게 된 모양인지 울먹이기까지 했다. 잭스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난 괜찮소.”
 “하지만, 하지만…….”

 베사리아는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떨었다. 평소에는 괜찮은 척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것은 과거의 여러 사건을 거치며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깊은 협곡과도 같은 상처였다. 그 상처를 알고 치유할 수 있는 건 잭스 뿐이었다. 

 하지만 잭스는 그걸 치유할 방법을 몰랐다. 정말 몰랐다. 그는 빌어먹을 심리 치유사가 아니라 일개 용병에 불과했다. 그는 그녀가 이럴 때마다 보듬어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몰랐다.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평화로운 일상 밑에 자리 잡은 아물지 않는 상처. 안다. 그라고 왜 모르겠는가. 덮어주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란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덮고 싶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서 도망치는게 무슨 죄란 말인가.

 잭스는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했다.

 “흠,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는 일부러 과장되게 말하며 베사리아를 끌어안았다. “확인을 해봐야겠어, 움직여도 좋은지 아닌지 말이야.”
 “꺅, 잭스! 읍…….”

 베사리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잭스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내리눌렀다. 그녀는 깜짝 놀라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 손엔 힘이 없었다. 잠시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낮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정적에 연약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마침내 둘의 얼굴이 떨어졌을 때 베사리아의 얼굴은 달군 석탄처럼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떻소, 움직여도 괜찮겠소?”
 “그게, 잘…….”
 “그래? 그럼 다시.”
 “잠깐만요.”

 허리를 숙이려는 잭스를 베사리아가 부드러운 손길로 제지했다. 그녀의 표정은 묘했다. 슬픈 건지, 부끄럽다는 건지 아니면 기쁘다는 건지 모를 복잡한 표정이었다.

 “또 이렇게 얼버무리려고나 하고.”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글쎄, 지금 상황에서 이게 최선 같아서 말이지.” 잭스는 그녀의 손을 최대한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 “내가 또 분위기를 잘못 잡았나?”
 “10점 만점에 3점 드릴게요. 보세요, 방 풍경을. 아무리 나라도 이런 데서 당신에게 안기고 싶지는 않다고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방 풍경은 폭탄 맞은 것처럼 박살이 나있었다. 천장은 그을려 있었고, 파편이 튀어 실험대건 책장이건 엉망이었다. 이걸 또 어떻게 치워야 하나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잭스의 뇌리를 스멀스멀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찰나 베사리아가 속삭였다. 

 “하지만 상냥함은 10점 만점에 100점이네요. 당신의 그런 점이 정말 좋아요. 서툴러도 노력하는 점이요. 그러니까 분위기 떨어지는 건 봐 줄게요.”
 “그거 참 관대하시군.”
 “그럼요, 당신 쪽에서 유혹하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요. 후후.”

 잭스는 반쯤 투덜거림을 섞어 말한 것이였지만 베사리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되받아쳤다. 이제 더 이상 입에서 나오는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연인은 한 번 더 입을 맞추고선 자신들만의 언어로 서로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마치 방금 전 드러났던 상처를 덮으려는 것처럼, 격렬하게. 


















-----------

이거 할로윈 특집이라고 한 거 내려야 하나..3편으로 이어집니다

Lv74 강철안개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LoL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