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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41화

아이콘 강철안개
조회: 1559
2020-02-21 12:55:16


#. 잭스
 아련하게,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분명 전쟁터의 소리였다.
 
 아마도 이 소리만큼은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 그는 생각했다. 이건 저주였다. 돈을 위해, 때로는 이득을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여 왔던 그에 대한 저주였다. 눈을 돌려서도 안 되고 피해서도 안 되는 그런 과거의 잔재, 텅 빈 황야.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였다.

 황야에서, 그는 전쟁의 한복판에 서있었다.

 춥다.

 함성과 고함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날붙이를 꽂아 넣기 전의 기합과 죽음을 앞둔 자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피칠갑을 한 누군가가 시체의 산을 쌓고 있었다. 어떤 사람에겐 핏빛 수의를 걸친 영웅의 모습으로, 어떤 사람에겐 사람의 피를 뽑아 마시는 악마의 모습으로.

 …춥다.

 파랗게 타오르는 불이 있었다. 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가 아이만이라도 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헛된 수고였다. 전쟁터의 죽음은 평등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사라졌다. 일상이었다. 증오스러울 정도로 혐오스러운, 평범한 일상이었다.

 …너무나도 춥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끌어안았다. 황야는, 분명 춥지 않았다. 오히려 끓어오르고 있었다. 모든 생명을 태울 듯한 태양이 작열했고 시체에서 쏟아져 내리는 내장에선 벌써부터 구역질나는 악취가 풍겼다. 기분 나쁜 열기가 끈적한 기름처럼 전신에 달라붙고 있었다. 하지만 추웠다. 춥고, 추워서…….

 두려웠다.

 순간 세상이 타올랐다. 새파란 불꽃이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전쟁터의 병사들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죽은 자들이 모두 파랗게 타올라 괴성을 질렀다. 그들은 그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너무 연약해서, 그에게 닿자마자 재가 되어 스러져버렸다. 그래도 그들은 그에게 덤벼들었다. 이 증오스런 놈의 살갗에 조그마한 생채기라도 내보겠다고, 온갖 분노와 저주를 담아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견뎠다. 견뎌야만 했다.

 피할 수 없었다.
 피해서는 안 됐다.

 깎여나갔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깎여나갔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무너질 수 없었다. 수많은 전쟁터에서 남의 목숨을 빼앗아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살아남기 위해 죽였고 신념을 위해 죽였다. 그래, 그것은 참을 수 있었다. 참아야 했다. 하지만 이 추위만큼은, 이 두려운 추위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움직였다. 무의식적으로, 발길 가는 대로 움직였다. 온기가 필요했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라라라라…….

 어디선가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 소리는, 들린다고 하기보다는 무언가의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가 자각하기도 전에 이미 그는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뭐든 상관없었다. 이 추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단 한순간만이라도 이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다면 그는 좋다고 생각했다. 

 노래는 점점 더 강렬하게 들려왔다. 그 노래에선 살랑거리는 바람과 지저귀는 새의 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청명한 하늘과 아스라이 햇살이 내려앉는 나무가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것은 분명, 그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그가 가질 수 없는, 가진 적도 없는 그런 풍경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온기에 대한 갈망이 갈증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그 온기에 다가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쾅!

 무언가에 부딪혀 그는 검불처럼 나동그라졌다. 그의 앞에 은으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었다. 옅은 물빛의 보석과 아침햇살 같은 황금 실로 장식된 그 다리는 화려하면서도 단아했다. 그는 넋을 잃고 그 다리를 쳐다봤다. 

 그것은 이 황야에 걸쳐 있는 것이 죄송스러울 만큼, 이 황야가 자신이 지금까지 봐온 풍경이라는 것이 미안할 만큼 아름답고…그리고 이질적이었다. 생명 없는 황야에 놓인 값비싼 보석만큼이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다리를 건너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 이 다리 너머로 그가 그토록 마라마지 않던 온기가 있었다. 한 줌이라도, 손톱만큼이라도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거부당했다.

 쾅!

 그는 다시 나가떨어졌다. 또다시 거부당한 것이었다. 뭔가 울컥 치솟아 올랐다. 짜증이, 분노가 더러운 폐수처럼 불컥불컥 솟아올랐다. 동시에 절망이 그를 덮쳤다. 

 나는 안 되는 것인가.
 나는 구원 받을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이것도 바라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나는, 이것마저도 바랄 수 없는 것인가?

 왜 나는.
 왜, 나만…….

 분노가 방향을 알 수 없는 증오가 되고, 증오가 절망과 뒤섞여 그의 마음을 태웠다. 그는 이빨을 부서져라 악물었다. 구원받을 수 없다면, 가질 수 없다면 억지로라도 가지리라. 억지로라도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리라. 그게 뭐라도 상관없다, 뭐라도! 무기를 들어 올리며 그는 증오를 담아 다리를, 그 너머를 노려봤다. 이번에는 튕겨나 오지 않을 것이었다. 저 다리를 부수고, 안개를 찢고, 그 너머로 가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때, 갑자기 안개가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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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ㅓㅓ..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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