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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스압] 소드한테 너무 뭐라 안했으면...

진격의헨타이
댓글: 11 개
조회: 3682
추천: 4
2019-10-16 00:34:16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틀딱 유저입니다. 롤은 자주는 못하지만 (한달에 두세번?), 이번 롤드컵에서 한국팀 경기들은 대부분 챙겨보고, LCK 경기도 종종 보았어요.

롤 커뮤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다수의 분들과는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점 너그러이 이해 바랍니다. 하아... 너무 꼰대스러우면 안되는데 ㅜㅠ 여튼!

요즘 이직 걱정에 밤을 새다보니 씨맥 감독 방송도 실시간으로 보았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너무나 마음이 안좋더군요.

많은 분들이 군대 얘기를 하시던데, 저는 약간 다른 경우입니다. 제가 만든 음악밴드 모임이 화목하게 잘 되다가, 시름시름 속에서부터 앓더니 와해되었거든요. 총인원이 20명이 넘어가면서도 왁자지껄하게 잘 만나고 분위기 좋던 모임인데... 제가 고심하다 나중에 데려온 고교 동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멤버들 몇몇을 지목해서 여론 몰이를 시작하더군요. 모두가 잘 지내는 모임을 꿈꾼답시고, 계속 어떻게든 품고 가려던 제가 순진했습니다. 나중에는 파벌이 형성돼서, 대놓고는 아닐지언정 저에 대한 불만까지 뚜렷한 형태로 구체화 되어있더군요. 그렇게 잘 지내고 따르던 아이들이. 충격이었습니다.

하아... 너무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권한/지위가 있는 사람이 다른 멤버 험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휘두르다 보면...
아예 그런 마음이 없던 어린 친구들도, '어... 그런가?' 하면서 안좋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의식이 맞춰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 영향력이 퍼지는게 물에 잉크 떨어트리면 스멀스멀 퍼져나가는거랑 비슷해요.

친한 스님이 그러시더군요. 마음은 조건이 생기면 일어나는 거라고.

소드 선수는 잘못 처신한 것이 맞습니다. 그걸 아니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고등학교 다니다가 프로게이머로 전향한 것이 전부인, 20대 초중반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는 감안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결혼은 생각도 안하며 살았었는데, 괜찮은 직장을 잡고 집을 구해 들어오니, '아... 토끼같은 마누라랑 여기서...?'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퍼뜩 놀랐습니다. 이렇게 쉽게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싶어서... 30대 의 저도 그랬는데, 심지어 선수들은 아직 뇌가 말랑말랑한 때입니다. 그러니까 프로 게이머도 하는거 아닐까 싶구요.

소드 선수는 아마 소위 말하는, 사회적인 감수성이 조금 더 예민한 타입이었을 겁니다.
씨맥 감독도 - 안타깝고 아쉽지만 - 분명 결함이 있다고 봐요. 꿈을 그리고 그 꿈 속에서 산 겁니다.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너무 순수하고 어리숙했죠. 잘못이라고는 차마 못하겠습니다. 똑같이 꿈을 살다가 분통이 터졌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국가가 부패하는 스타일이 몇가지로 나뉘는데, 한국의 경우는 '권력층의 카르텔 형성'이라고 하더군요. 한국 사회가 일그러진 결과로 안타까운 일이 뭔지 아십니까? 큰 정의와 처벌이 바로 서지 않으니, 주변의 자그마한 흠결을 보고서 용납을 못하는 점입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잣대가 이렇게 높은 나라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중앙에 있는 시스템만 바로 잡히면 될 것을, 말단에 있는 개개인에게 일일이 부담을 지우는 구조입니다. IT를 예로 들면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라던가... 우리같은 서민들은 겁나게 피곤하지요. 쇼핑할땐 또 뭔 포인트와 혜택 제도가 그렇게 많은지...

완벽한 사람이 어디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정말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라면 법적인 처벌을 받은 것으로 '죄는 용서하되, 잊지는 않는다'가 되면 되지요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문제지만;).

소드 선수를 굳이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이유들도 있습니다.
첫째는 인터뷰 동영상의 사운드 덮어쓰기와 재녹화. 애초부터 그렇게 조규남 대표 마음에 쏙! 들게 얘기했더라면 이렇게 됐을리가 없어요. 인터뷰 내는 시점에서 그리핀 사측의 태도는 어디 눈치보고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정확하고 뚜렷하게 조규남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느냐 일점돌파였어요. 당연하지요. 어린 선수들 입을 이용해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미친 짓을 하는 중인데요. 다른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 혈안이 된 상태였을 겁니다. 마치 우리가 딸피만 쫓아가듯... 여튼 이 영상관련 문제는 뭔가 스무스하게 흘러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소드 선수의 원래 기질인지, 주장이라는 역할 때문에 몸에 익혀진 습성인지... 이 선수, 뭔가 대표적으로 나서서 '할 때는 하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큰 경기(결승)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가장 분전했던 선수. 얼굴 구긴 팀원한테 '그럴거면 팬들 앞에 나오지 마라'라고 일침을 놓던 선수. 레드벨벳 아이린이 리더 역할의 고충 얘기하니까 갑자기 눈물 흘리던 모습 기억하나요? 위치도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셋째...라고 할까요? 마지막에 씨맥 감독과 설문조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결국 선수들은 전부 암묵적 동의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의 상황을 감안해야 돼요. 그리고 하필 여기서, 저는 중요할 때 나서서 뭐라도 한마디 해야하는 습성이 소드를 움직였다고 봅니다. 그간의 앙금이나 사연들이 말 내용에 영향은 끼쳤겠지만... 뭔가 단순한 악의로 '야 ㅋㅋ 잘됐다! 너 어디한번 X돼봐라' 하는 식으로 던진 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전 치기어린 실수라고 봐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민주주의 얘기하면서 그런 얘기들 있죠?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숙청당할 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내 주위에 나를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하는. 지금 그리핀 선수들 처한 상황이 저는 딱 이거라고 봅니다. 어어어... 하다보니 씨맥 감독은 짤려버리고, 이제와서 보니 자기들이 조규남의 꼭두각시처럼 억지 인터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거에요.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슬픕니다. 너무 비참해요. (사실 씨맥은 자기가 무소불위로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듬직한 감독이나 상사가 외풍을 다 막아주고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으로 가는게 더 좋다고 봅니다. 코치 시절 꼬마처럼.)

이럴 때에 한번 여론이 확 기울어져 버리면, 나중에 가서 진실이 어쨌네 이해가 되네 해도 아무런 의미도 보상도 없습니다. '낙인'이 한번 찍혀버리면, 그 사람의 남은 인생은 앞이 정말 캄캄해집니다. 대중은 기억도 하지 않고 신경도 안써요. 저는 소드가 사람들에게 이런 낙인이 찍힐만큼의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호 감독이 방송 말미에 소드한테 뭐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건, 소드 역시 김대호 감독이 '지켜야 하는' 아이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만 봐서라도 소드를 향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좀 뜬금없지만 저는 설리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너무 통탄스럽더군요. '뭐야... 이게 뭐냐 대체? 왜 이래야 돼?' 싶고...

부디 이번 일이 롤판 자정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씨맥 감독은 발붙일 데 없어서 해외 나가고, 소드는 매장되고, 조규남은 돈벌고 꼬리만 잘라내고... 이딴 엔딩이 되면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험한 말은 못하겠지만...

조규남, 당신이 사람입니까?


Lv6 진격의헨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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