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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 스포주의) 엘가시아 스토리의 기독교적 모티브

로스토크
댓글: 2 개
조회: 4297
추천: 31
2022-08-18 13:26:19
※※ 이 글에는 엘가시아 스토리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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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죄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마라.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 
─ 창세기 2:16-17

라제니스의 죄는 엘가시아 스토리에서 라제니스들의 입을 빌어 꾸준히 강조되는 서사 중 하나이다.

과거, 라제니스는 할족에 맞서 프로키온의 아크를 훔치는 죄를 지었다. 이는 루페온의 노여움을 샀고, 그 결과 라제니스는 날개를 박탈당한 채 천공의 낙원 엘가시아에 유폐되어 "열쇠의 아크"를 지키는 형벌을 받았다. 그나마 천 년에 한 번 거대한 날개를 펼 수 있는 자는 트리시온의 주시자가 되어 세상을 관조해야 했다.

할, 실린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종족 중 하나였던 라제니스는 새장에 갇힌 새가 되었다.

엘가시아 스토리에서 드러난 라제니스의 삶은 그 원죄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보다는, 막연히 속죄를 반복하며 죄의식과 죄책감을 대물림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라제니스는 창조주이자 피해자인 프로키온을, 죄책감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떠올리는 것조차 기피한다. 그와 관련된 장소나 물건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과거 전범국이었던 역사 때문에 독일인이 역사 얘기만 나와도 뇌정지가 오는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대신전에 사람보다 몇 십배는 큰 신상을 만들고, 잃어버린 날개를 돌려 달라 기약 없이 기도하며, 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어른들은 그러한 속죄를 당연하다 가르치고, 아이들은 그러한 속죄가 당연하다 가르침받는다.

라우리엘이 동족을 죽이면서까지 신에 대한 의심을 유도한 것은, 거꾸로 말하자면 신에 대한 라제니스의 맹신이 그만큼 굳건하다는 방증이다.

니나브는 금기의 스펠 중 하나로 "비행"을 언급한다. 죄의 대가로 날개를 잃은 라제니스는, 감히 다시 하늘을 날아 그 형벌을 없던 것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원죄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라면, 라제니스의 원죄는 아크를 훔친 것이다. 그 대가로 인간과 라제니스 모두 멸망할 운명에 처해졌다.


엘가시아 요리 황금 사과 파이의 재료로 쓰이는 황금 사과의 플레이버 텍스트.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게 되며, 기독교에서 선악과는 흔히 사과와 동일시된다.




2. 실낙원

야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있는 에덴이라는 곳에 동산을 마련하시고 당신께서 빚어 만드신 사람을 그리로 데려다가 살게 하셨다.
─ 창세기 2:8

아담과 하와는 신에게 불복한 죄로 낙원(에덴)에서 쫓겨났으나, 라제니스는 낙원(엘가시아)에 유폐되었다.

똑같이 원죄를 저질렀으되 그 결과는 서로 거울에 비춘 듯 정 반대의 형상이다.




3. 천사

날개 달린 인간의 모습을 한 라제니스는 마치 천사를 닮았다. 다만 종족 서사는 타락천사 혹은 성경적 인간에 가깝다.




4. 구원의 가능성

형벌을 끝낼 수 없습니다.
날개를 봉인한 금기가 해제되지 않았습니다.
기도는 흩어져 전해지지 않습니다.
─ 재의 큐브 

라우리엘: 신은 애초부터 우리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라제니스는 속죄 끝에 최고신 루페온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가?

재의 큐브에서 드러난 157번째 가능성의 기록은 놀랍다. 루페온과 이그하람이 맞선 최초의 전쟁에서, 라우리엘은 루페온에게 열쇠의 아크를 바쳤다. 이 때 루페온이 라제니스를 용서하지 않으리란 사실이 밝혀지며, 이러한 사실(금기)을 라우리엘이 발설할 경우 라제니스는 루페온의 징벌(로 의심되는 것)에 의해 전멸한다. 재의 큐브에 입력할 수 있는 무수한 속죄와 용서의 변수는 불가능하다며 묵살된다.

이 현상이 말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도 라제니스에 대한 용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즉, 라제니스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고 종국엔 파멸할 존재였다는 의미이다.




5. 새와 성령

그리고 물에서 올라오신 예수님께서는 곧 하늘이 갈라지며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당신께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이어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 마르코의 복음서 1:10-11

기독교에서, 비둘기는 성령을 상징한다. 신약성서에 예수가 세례받을 때 비둘기 형상의 성령이 나타나 이를 기뻐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문화권에서 새는 신의 사자를 상징하며, 스토리 진행 중 모험가 일행을 도왔던 빛의 새의 정체는 바로 라제니스의 창조주이자 명예의 신인 프로키온이었다.



6. 신의 오른편 자리

하늘에 올라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 사도신경

엘가시아 대신전에는 루페온과 7주신의 신상이 있다.


가장 높은 자리에는 루페온 신상이, 그 아래 (루페온 신상에서 내려다 볼 때) 오른쪽에 프로키온, 알데바란, 크라테르, 아크투르스, 왼편에 기에나, 시리우스, 안타레스(공석)의 신상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중 프로키온이 7주신 중 오른쪽,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에서 신의 오른편 자리란 매우 특별한 표현이다. 「사도신경」에 예수가 성부의 오른편 자리(가장 높고 영광된 자리)에 앉아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리라는 고백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키온의 신상이 루페온의 오른편에 자리한 것은 루페온의 첫 피조물인 프로키온이 그만큼 남다른 신이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크라시아 판테온에서, 프로키온은 루페온 다음가는 신이었을 것이다.




7. 신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 창세기 1:27 

명예의 신 프로키온은 루페온의 첫 피조물이며, 라제니스는 그 프로키온의 창조물로 첫 번째 빛의 아이라 불린다. 실제로 대신전의 프로키온은 루페온 다음 가는 위치에 있어, 아크를 소홀히 관리해 라제니스에게 도난당한 죄로 언어를 잃는 형벌에 처해지기 전까지 그가 일곱 신 중에서도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특기할 만한 점은, 프로키온 신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모습이 날개 달린 인간 ─ 즉, 라제니스를 무척 닮았다는 사실이다. 정황상 프로키온은 자신의 형상을 그대로 본따 라제니스를 창조한 모양이다.




8. 구속(救贖, 남의 죄나 고통을 대신하여 구원하는 일)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 마테오의 복음서 20:28 

스토리 후반부에서, 프로키온은 시간을 되돌려 카양겔의 붕괴를 없던 일로 되돌린다. 이걸 본 카마인의 평가가 특기할 만하다.

"프로키온. 피조물을 위해 주인에게 맞서는 선택을 할 줄이야."

4번을 통해 우리는 라제니스가 영원히 루페온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파멸이 약속된 종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 카마인의 대사를 조합해 해석해보자. 프로키온은 끝까지 용서받지 못하고 파멸할 라제니스의 운명을 바꾸고자, 스스로 자비를 베풀어 라제니스를 구했다. 루페온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또한 카마인은 라우리엘을 스스로 모욕과 오물을 뒤집어 쓴 라제니스라 비아냥대며 그 아비에 그 자식다운 선택이라 비웃었다. 이 아비를 라우리엘의 창조주(기독교에서, 신은 하느님 아버지라고도 많이 지칭되지 않던가?) 프로키온에 대입하면, 프로키온과 라우리엘 모두 라제니스라는 종 전체를 위해 손을 더럽히고 불명예를 자처했다는 말이 된다. 프로키온이 명예의 신임에도 스스로 모욕을 감수했다는 점은 북유럽 신화가 연상되는 아이러니다.

기독교에서는 신이 인간을 자신의 (영적) 형상에 따라 창조했으나, 이 형상은 원죄에 의해 훼손되었고, 예수의 구속으로 이 형상이 회복되었다고 해석한다. 프로키온은 라제니스를 자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했으나, 라제니스는 원죄를 지어 파멸할 운명에 처해졌고, 프로키온의 항명으로 그 운명이 바뀌었다.



<요약>
1. 원죄: 선악과를 먹어 신의 뜻을 거스른 인간 ≒ 아크를 훔쳐 신의 뜻을 거스른 라제니스
2. 낙원: 에덴 ≒ 엘가시아
3. 날개 달린 천사 ≒ 날개 달린 라제니스
4. 죽을 운명의 인간 ≒ 용서받지 못하고 절멸할 운명의 라제니스
5. 비둘기 = 성령 ≒ 빛의 새 = 프로키온
6. 성부의 오른편 자리에 앉은 예수 ≒ 루페온의 오른편 자리에 앉은 프로키온
7. 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 ≒ 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라제니스
8. 예수의 희생 ≒ 프로키온의 희생

엘가시아 스토리를 처음 밀었을 때 "이거 참 기독교적인 서사구나" 싶었습니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물림되는 원죄, 희생, 구원 등 기독교적인 장치나 모티브가 많이 보였거든요.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저는 그냥 이런 게 보였다는 것 정도로만 알아주세요 ㅎㅎ

추신 - 참고로 저는 무교입니다. 그냥 신화나 종교학 같은 걸 좋아할 뿐이에요.

Lv42 로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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