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혼돈은 우주론에서 흔히 카오스-코스모스 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로아에 카오스-코스모스 우주론이 사용된게 맞다면 엔트로피 개념이 빠지지 않았을것인데
엔트로피를 대강 여기에 맞게 설명하자면, 모든 계는 무질서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갖는다는 의미로
혼돈을 질서로 정리하는 행위조차도 이를 위해 소모된 에너지로 인해 계 자체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오히려 올라간다. 는 것이다
로아의 세계관에서도 루페온이 질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태초의 빛 아크는 너무 강대한 힘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한 혼돈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아크 자체가 혼돈의 성질을 띄고있다기보다는 질서를 추구하여 사용된 창조의 빛이 역설적으로 혼돈을 초래한다는 의미로 보는것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루페온이 인(?)위적으로 창조한 아크라시아는 어둠의 생명과 페트라니아가 생겨난 원인이 되기도 했으며, 아크라시아 안에서도 탄생과 죽음이라는 혼돈과 질서를 만들어내게된다
즉 대척점의 탄생을 통하여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은 현실의 우주론과는 다른 판타지적 요소이지만 질서의 결과로 무질서도가 오히려 올라간다는 부분은 엔트로피 개념이 반영된게 아닐까 추측한다
엔트로피에 따르면 자연히, 질서가 생겨난 것 그 이상의 혼돈이 발생하기때문에 늘 혼돈의 승리로 끝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만 보면 혼돈이 무조건 유리해보이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단 한가지, 오롯한 질서가 존재한다는걸 작중에서 계속 뿌려주고있는데 그건 바로 정화(완전한 파괴)이다
엔트로피 이론에 따르면, 엔트로피(무질서도)가 가장 높은 순간은 모든것이 어떤 형태로도 합쳐지지 않고 입자 이하의 단위로 분해된 상태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이 분해된 입자들이 어떤 형태로도 합쳐지지 않고 시간마저 멈춘 듯 어떤 입자운동도 없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채 멈춰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장 질서정연한 상태이기도 하다
즉 루페온은 혼돈상태에서 억지로 질서를 세우기보다는 모든것을 무로 되돌릴 만큼의 완벽한 파괴가 진정한 의미의 질서라는것을 어떤 계기로 깨달았다는 것
창조의 힘을 가진 태초의 빛 아크가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한 혼돈을 유발한다고 본다면, 태초의 어둠은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한 질서를 유발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루페온은 가장 온전한 질서인 완전한 파괴를 위해서 결국 태초의 어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을것이다
따라서 아만과 카마인의 “루페온이 혼돈의 힘까지 손에 넣고자 한다” 라는 주장은 루페온이 이그하람의 조각을 탐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혼돈 계에 존재하는 태초의 어둠을 탐낸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 완전한 파괴는 태초의 빛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을 태초의 어둠 그 자체의 권능이라기보다는 차원전쟁때처럼 태초의 빛과 어둠이 공명하면서 발생하는 붕괴현상일 확률이 높고, 주인공은 태초의 빛 아크를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애초부터 이그하람이 태초의 빛을 갈망하는 이유도 계속해서 억지 질서를 만들어 무한한 혼돈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일례로 이그하람이 차원전쟁중 태초의 힘들이 공명하면서 모든 세계가 무로 돌아가려하자 전쟁을 멈췄다는 서술이 있는데, 여기 루페온의 이름은 빠져있으며
오히려 루페온은 그 직후 균열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아크를 사용하는데 아크는 이 균열을 일으킨 장본인에 가까우므로 매우 모순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즉 이그하람은 세계가 무로 되돌아가길 원치않는 입장이고, 루페온은 오히려 세계가 무로 되돌아가길 원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차원전쟁 직전에 의아한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 바로 할이 안타레스를 속여 아크 하나를 강탈했다고하는 그 사건이다
그러나 안타레스의 시간의 불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있어 이를 막지 못할 이유가 없고
할의 유산 관련하여 나오는 내용들이 대체로 억울한 스탠스인것을 토대로 보면 할이 누명을 썼을 확률이 높다
누가 할에게 누명을 씌웠을까?
이 사건으로 인해 단지 언어를 잃었을뿐인 프로키온과는 달리 안타레스는 신계 바깥으로 아예 추방되었는데, 이 안타레스의 추방시점이 꽤 모호하다
분명 할의 반란은 차원전쟁 이전의 사건이지만 차원전쟁 막바지에 7개로 분열된 아크를 일곱 신이 가지고왔다는 서술이 있는것으로 보아 추방형의 집행은 안타레스가 아크를 가지고 온 이후, 균열이 닫히기 직전, 또는 그 이후임이 타당하다
직전이라면 혼돈의 차원에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 이후라면 안타레스는 지금 아크라시아의 인간계에 있을 가능성도 있는데
안타레스가 불꽃의 종주였다는 점, 드래곤의 형상을 하고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카제로스와 에버그레이스는 안타레스의 분체이거나, 그 자체이거나, 그에 따른 대적자로서 탄생했거나 하는 등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시로 카마인의 종족명이 “악마”라고 표기되는것도 안타레스의 창조물인 할과 카제로스의 창조물인 악마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복선인 셈일지도?
어쨌든 카제로스가 안타레스와 어떤 관계가 있다면 루페온과도 어떤 관계가 있는 셈이니
루페온의 진짜 목적을 알게된 이그하람이 루페온의 운신을 방해하기 위해 스스로를 약체화했고, 끝내는 “태초부터 존재한 자들”의 도움을 받아 카제로스에게 일부러 죽어줬거나 카제로스가 이그하람을 죽일 수 밖에 없도록 유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카제로스가 혼돈의 신격인 이그하람을 너무 쉽게 소멸시킨 감이 없지않기때문
즉 안타레스를 이용하기 위해 할에게 누명을 씌운 루페온은 자신의 피조물의 피조물들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자비로 진정한 질서(소멸)를 형벌로 내린 셈이고
루페온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루페온의 계획 때문이라기보다는 이그하람의 부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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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제로스가 이그하람의 조각, 또는 태초부터 존재하는 자 로 추정되는 쿠크세이튼을 살려두고 중용하는 이유도 루페온의 목적을 위해서는 결국 이그하람의 부활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이고
루테란이 결국 카제로스를 제거하지 못하고 봉인하기로 한 이유도 루페온의 의도와 다르게 카제로스의 대적자로 창조된 에버그레이스가 함께 소멸되는것을 우려해서라고도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