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개인 필력 향상용으로 작성된 습작입니다. "~~~면 더 좋았을텐데"정도의 간단한 소감이나 맞춤법 지적은 환영하지만, 그 외 모든 객관적인 비평과 피드백은 제 멘탈을 위해 조심스레 거절하겠습니다.
또한 소설로 각색되면서 모험가의 이름이 들어간 대사는 모두 '모험가' 혹은 '직책명' 으로 통일되었습니다.
모험가의 직업은 필자의 본캐인 스카우터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다. 볼다이크에서 대륙 각지에서 열리는 카오스게이트들을 억제할 방법을 찾아보고, 탑 80층에서 혼돈의 가디언 들을 상대할 방법을 연구했다. 그와 함께 내 파트너인 드론을 강화시킬 방법도.
‘안돼…. 이건 배터리가 모자라다. 다른 방법을 찾던가, 배터리 효율을 좀 더 올려야 해.’
“저, 현자님. 사제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음?”
한참 연구 중인 날 찾은 건 잡화점의 타이오였다. 타이오는 그 말과 함께 얇은 편지 한 장을 건넸다.
[-모험가님께.
아만사제님이 전달을 부탁드린 급한 서신이 있습니다. 현자의 탑 로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만이?’
직접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 무슨 일일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넘어갔다. 지금 아크라시아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큰 위험이 아니길 바라야 할 정도로.
“고맙다. 타이오. 바로 찾아가야겠군.”
타이오에게 수고비로 조그마한 실링 자루를 건네고 자리를 정리했다. 아만이 직접 찾아오지 않고 서신을 보낼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아마 한동안 볼다이크에 돌아오긴 힘들 것이다.
자리를 정리하고 현자의 탑 로비로 내려가니 한 무리의 사제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 나를 기다렸는지 날 보자마자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모험가님. 오셨군요. 서신을 받으셨습니까?”
“예. 아만사제가 저에게 보낸 서신이 있다고 하셨지요.”
“맞습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새벽의 사제 아르케라 합니다. 여기 아만사제님이 전달을 부탁드린 서신입니다.”
[-모험가님께
지난밤, 기에나의 바다에서 상처 입고 추락한 가디언이 발견되었습니다. 모험가님. 제가 있는 프레테리아로 와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아만]
추락한 가디언이라니. 과연 아만이 직접 오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가디언을 돌보느라 오지 못한거겠지. 가디언이 추락할 정도로 큰일이라…. 대체 무슨 일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서신은 다 읽으셨나요? 저는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급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아만사제님께 회신을 하시겠다면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프레테리아로 가야겠군요.”
“프레테리아로…. 그렇군요.”
서신을 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가겠다고 하자 아르케도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한듯했다.
“아크라시아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식들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일이라…. 큰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부디 무사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아르케가 기도하듯 손을 모아 나에게 축복의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에 고맙다고 답하며 나는 바로 티티보아 항구로 가는 스퀘어홀을 작동했다.
”일찍 왔군. 선장.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항구에서 아스트레이를 관리하던 바라카스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본래 예정보다 훨씬 일찍 오게 되었으니 당연한가.
”예.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출항 준비를 해주십시오.“
”흠. 그러지.“
바라카스는 고맙게도 별말 없이 출항을 준비했다. 출항이 준비되는 동안 선장실로 들어가 해도를 꺼냈다.
프레테리아는 아르데타인의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볼다이크에서 프레테리아로 가는 가장 빠른 항로는 베른남부와 루테란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폭풍우 지대인 프로키온의 장막이 가로막고 있고, 내 배인 아스트레이는 빠르지만 폭풍우에 취약하다. 원래라면 루테란 밑으로 항로를 잡고 조금 돌아가는 것이 맞겠지만…. 장막을 뚫는 것이 불가능 한 건 아니다. 숙련된 선원이 있다면.
”바라카스. 프로키온의 장막을 건너야겠습니다.“
”프로키온의 장막을? 불가능하진 않지만, 배에 무리가 많이 갈 거다.“
”상관없습니다. 배는 나중에 수리하면 되니까요.“
”그렇다면야. 충분하다. 어디로 가는 거지?“
”프레테리아로. 최대한 빨리 가야 합니다. 한시가 급한 일입니다.“
”알겠다. 배가 부서지기 직전까지 빠르게 달려주지.“
바라카스라면 가능하다. 실력은 확실한 남자니까. 대화가 끝나자마자 바라카스가 선원들을 움직였다.
프레테리아까지 최단항로를 설정하고 바로 출항했다.
다만,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볼다이크에서 프레테리아로 향하는 동안, 바다가 지나치게 고요했으니까. 단순히 운이 좋다는 정도가 아니다. 프로키온의 장막조차 큰 이변 없이 잠잠했다. 폭풍전야. 바다가 이렇게 잠잠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지나치게 고요하군….“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바라카스가 동의했다. 물어보니 긴 뱃생활에도 지나치게 드문 일이라고 했다.
가슴속 찝찝함은 뒤로하고, 다행히 별일 없이 프레테리아에 도착했다. 간이 항구 근처에서부터 사제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가디언의 상처…. 심상치 않아 보였지?”
“대체 무슨 일이….”
상처 입고 추락한 가디언이라는 극히 드문 상황에 당황하는 사제들도 있었고.
“아아…. 자리비움이시여….”
신에게 기도하는 사제들도 보였다.
아마 아만이 부르지 않았다면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겠지. 지금은 빠르게 아만을 만나는게 우선이었기에 걸음을 재촉했다.
아만과 추락했다는 가디언은 다행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가디언의 큰 몸집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가디언의 외형이 굉장히 낯익었다. 멀리서 보더라도 익숙함이 느껴질 정도로.
큰 뿔과 날개. 하얀 털을 지닌 가디언.
‘알비온…?’
“오셨군요.”
설마 했는데, 정말로 알비온이었다. 경악에 휩싸인 나에게 아만이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만이 쓰러진 알비온을 보며 말을 이었다.
“큰 상처를 입고 프레테리아 앞바다에 추락해 있는 것을 새벽의 사제들이 발견했습니다. 발견했을 때는…. 날개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요.”
“세상에….”
“그럼에도 모험가님을 찾아 바다를 가로질렀다고 하더군요.”
“그걸 어떻게?”
아만이 가디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가? 아니면 알비온이 파푸니카에서 오래 살아서 이제 사람말을 할 수 있나?
“니나브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아.”
니나브가 다녀갔구나. 그제야 이해가 됐다. 니나브는 알비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그분께서는 알비온의 비명을 듣고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다친 알비온을 잠시 살피시고는, 서둘러 모험가님을 찾아달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굳어진 얼굴로 황급히 이곳을 떠나셨습니다.”
아만이 안타깝다는 듯 알비온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이런 상처를 입은 걸까요.”
동감이다. 대체 어쩌다가…. 알비온은 절대 약한 가디언이 아니다. 미친 광대 놈 때문에 알비온이 광기에 잠식되었을 때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리고 파푸니카에서 아르고스를 격퇴했을 때 보았던 그 무용은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었다.
아르고스조차 저렇게 큰 상처를 입히진 못했는데….
“내가 살펴보지.”
“부탁드립니다. 혼탁한 기운에 괴로워하고 있어서 서둘러 정화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손길은 거부하더군요.
아만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알비온을 바라보았다.
“이런 몸으로 도대체 왜 이곳에 추락했는지…. 모험가님이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알비온에게 다가갔다. 알비온의 근처로 다가가자 평소와 다른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부상의 여파가 큰 듯, 날카롭고 거친 숨소리였다. 내가 다가가자 사람의 기척을 느낀 듯 알비온이 낮게 울었다.
“....! ....! ...!!”
“쉬이…. 나다. 알비온.”
조용히 알비온을 달래자 그제서야 나를 알아본 듯 울음소리가 바뀌었다. 비록 알아듣진 못하지만, 알비온이 안심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래. 이제 괜찮다.”
알비온이 안심할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알비온의 숨소리가 조금이나마 안정되는 게 느껴졌다.
알비온을 진정시키고 상처를 살폈다. 깊고 크게 패인 상처.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이 정도라면, 처음 이곳에 추락했을 때는 얼마나 큰 상처였던 걸까. 그리고, 알비온에게 이 정도 상처를 입힌 놈은 대체 무엇일까. 걱정스러운 눈으로 알비온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알비온이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
무슨 일인가하고 알비온을 바라보자 눈이 마주쳤다. 할 말이 있는듯한 분홍빛의 눈동자. 계속 자신의 등을 눈짓하는 것이, 엘가시아로 향했던 그때와 똑같았다. 나를 태우려는 것이다. 저 몸으로도.
“가디언이 진정되었습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몸을 일으킨 알비온을 보자 아만이 화색을 띠었다.
“기운을 차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무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군요.”
아만이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상처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 보았던 상처는, 무언가와 치열하게 싸우다가 입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싸우다가?”
“예. 하지만 날붙이에 의한 것은 아닌, 거대한…. 무언가. 흡사 발톱 같은 것에 찢긴 것 같더군요.”
거대한 무언가…. 알비온정도의 가디언에게 이런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거대한 무언가라면, 그 역시 가디언일 것이다. 그것도 아르고스보다 훨씬 강력한.
“대체 가디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 내 심정이 아만과 똑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잠시 생각하던 아만이 내게 물었다.
“모험가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아까부터 가디언이 모험가님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알비온이 안내하는 곳으로 갈 생각이다.”
“...그렇군요. 모험가님을 기다린 이유가 그거였군요.”
아만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몇 번이나 떼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알비온을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아주 중요한 일이겠지요.”
아만이 고민 끝에 삼킨 말이 무엇인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었다.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도.
“같이 가자.”
“...정말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아만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가, 다시 알비온에게로 향했다. 나를 떠나있을 때 만난 인연. 가디언은 특별하다. 그리고 알비온이 찾아온 것은 나였으니 자신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만은 아르데타인을 떠나 모험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만난 내 동료였고, 단 한 번도 우릴 떠났다고 생각한 적 없었으니까.
“알비온에게는 내가 말하지.”
알비온은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아만을 믿는 것처럼, 알비온도 나를 믿고 있으니까.
“알비온. 아만도 함께 태워줄 수 있겠나?”
다만 조금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긴 했다. 내가 니나브처럼 알비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알비온은 아만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아만은 그런 알비온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가시죠.”
아만이 다짐하듯 말을 더했다.
“이 여정의 끝이 어디든, 모험가님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만과 함께 알비온의 등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