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트
우리는 아베스타였다. 사이카 아래 카제로스에게 복수하자는 맹세와 혼돈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 절제의 신념을 가지며 살아갔다. 어느 날, 나는 보았다. 사이카가 잠시 가면을 벗은 모습을, 그 얼굴은 분명 혼돈에 잠식된 것과 비슷했고 마치 악마가 되다 만듯한 진행이 멈춰버린 어중간한 얼굴이었다. 분명하진 않지만 그는 혼돈의 힘을 제어하고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시간이 흘러 사이카와 우리는 끝끝내 서로 다른 절제의 신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혼돈의 조각에 내제되어 있는 악마의 힘을 왜 다스리지 못한단 말인가? 오랜 세월동안 절제를 통해 강한 정신력을 밑바탕으로 그 악마의 힘마저도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고 괴물이 되지 않는 선까지 절제할 수 있다 믿었다.
사슬전쟁 이후 세이크리아는 우릴 보고 악마라며 무자비하게 핍박하고 학살했다. 그 광기를 피하고자 스스로 아무도 살지 않는 저주받은 땅에 왔건만 죽여도 시원치 않을 세이크리아 놈들과 손을 잡고 이 땅에 들어서게 하였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고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쳤쳤다. 이제부터 그들은 동족이 아니다. 우리는 아베스타를 벗어나 아마트라 불리게 될 것이다.
우리 아마트는 페이튼을 벗어나 카제로스가 봉인된 쿠르잔으로 향했다. 악마의 힘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고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반인종족으로 만든 장본인, 카제로스가 부활한다면 우리 아마트가 복수를 할 것이다. 이것이 아마트의 신념이자 맹세다.
아마트의 분열
같은 신념과 맹세로 뭉친 우리는 페이튼보다 더 혹독한 환경과 화산에 봉인된 카제로스의 영향까지 극복하며 살아갔다. 쿠르잔 일대의 지역을 넓혀 아마트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악마의 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절제하며 힘을 다스리는 우수한 전사들이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세력이 커지며 강해졌다. 서로가 안타레스 화산을 응시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아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영원할 것 같던 아마트에 분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데런의 수가 늘어나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늘어났고 악마의 힘을 왜곡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극단적인 데런들이 생겨났다. 사이카에게 신념의 차이로 반항했던 우리의 모습이 비춰졌고 그의 심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런던 어느날 데런이 데런을 잡아먹는 최초의 식인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을 계기로 아마트는 분열했다. 사이카의 신념이 옳았던 걸까...
아사르와 비누스
세트는 아마트를 나와 비누스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그녀를 따르는 무리들이 비누스의 일원이 되었다.
비누스는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동족을 포식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게 자행했으며 반기를 든 자들은 모두 식량이 되었다. 그들은 카제로스의 복수도 잊었다. 악마의 힘을 절제하지 않고 선을 넘어 본능만 남아버린 괴물이 되었고 데런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니 차라리 카제로스를 따라 악마의 구성원이 되는 쪽을 선택했다.
아마트가 쌓아 놓은 모든 것이 파국으로 끝나려는 순간, 영웅 헤누트가 나타나 광기에 물든 비누스로부터 많은 동족을 구했고 끈질긴 습격에도 헤누트는 우리가 망명하여 처음으로 정착해 터를 잡은 곳, 구원이란 뜻으로 만든 도시 엘네아드를 지켜냈다.
아마트의 신념과 맹세를 이어나간 생존자들은 엘네아드를 비누스로부터 지키며 살아왔고 아마트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사르라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였던 아마트에서 지금은 아사르와 비누스로 분열되어 서로의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쿠르잔에 살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