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온 카제로스 종막에 가면 카제로스가 위 같은 대사를 합니다.
솔직히 대사가 좀 이상합니다. 그냥 악역이라면 "ㅋㅋ 이제 내가 개박살내줌"같은 절망적인 멘트를
쳐야 정상적인 악역인데, 저 대사는 아크라시아 희대의 원수가 치는 대사치곤 뭔가 이상합니다.
근데 이겜저겜 스토리 많이 먹어본 저는 이 대사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던파에 "바칼"이라는 사도입니다.
던파에서 악역이자 사도로 가장 인기가 많고 서사도 많고 역사도 오래된 녀석인데
이 바칼스토리가 좀 골때립니다.
먼저 이 바칼의 포지션은 현재 로아에서 카제로스의 포지션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카제로스처럼 거의 천년가까이 대륙을 침범하고 학살했던 희대의 쌍놈이거든요.
그래서 대륙인들은 바칼을 카제로스처럼 증오하면서 이를 갈고 살게되죠.
근데 여기에는 커다란 반전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던파에는 바칼이라는 사도 말고도 다른 여러명의 사도들이 더 있는데
이들 중 던파 전체스토리의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는 '힐더'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힐더라는 사도는 어디선가 미래에 예언들이 다 적힌 '창조주의 예언서'를 발견한 다음
그 미래대로 세상이 흘러가게 만들려고 뒤에 숨어서 온갖 더러운짓을 다 하고 다니는 인물인데
미래를 내다 본 바칼이 이 힐더의 예언대로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미래를 비틀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를 비틀기 위해서 자신이 악역이 되는것도 감수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배팅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되죠.
자신이 힐더라는 존재를 온전히 감당하기는 버거웠기에, 바칼은 악역을 자처하고 일부러 오랜기간 대륙을 침공해가면서 주인공 무리들에게 힘을 기를 수 있게 시련을 줍니다.
오랜기간 시련에 의해 예리하게 갈린 기술들과 실력들이 결국 자신을 넘어설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해가면서요.
결국 바칼레이드 최종 페이즈에서 주인공을 독대한 바칼은 자신이 왜 지금까지 대륙을 침공했는지에 대해 상남자답게 썰을 풀면서 "사실 진실은 이랬다. 이젠 너희가 나보다 강해졌으니 힐더를 막아라"같은 대사를 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사망하게 됩니다.
근데 바칼이 치는 대사나 흐름이나 분위기가 저 카제로스랑 진짜 매우매우매우매우 유사합니다.
카제로스는 "자, 내게 증명하라. 너희의 의지를!"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바칼도 게임 극 중 내에서 "자, 내게 증명해봐라. 너희의 칼날이 힐더를 꿰뚫을만큼 예리해졌는지를"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 추측인데 카제로스는 아마 바칼처럼 일부러 악역을 자처하고 대륙을 침공했을거란 겁니다.
안타레스 역시 바칼처럼 미래를 보여주는 큐브의 힘을 이용해 미래를 내다봤고(애초에 큐브가 할이 만든거고 그 할을 안타레스가 만든것이니까), 루페온이 설계하고있는 뭔가 거대한 흐름을 눈치챈 그는 루페온의 계획을 비틀기 위해서 그에게 대항했으나 힘이 부족해 패배하고 말았고
결국 악역을 자처하고 대륙을 오랜기간 침범하고 위협하면서 아크라시아와 주인공 무리가 힘을 기르게 만들고, 결국 그 힘이 자신을 넘어설때까지 빌드업을 쌓은거죠.
애초에 진짜 아크라시아를 멸망시킬 생각은 없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카제로스도 원래는 대악마가 아닌 일곱 신 중 하나였으니까요.
미래를 내다봤기에 자신이 이 정도로 몰아세워도 결국 아크라시아는 자신의 소멸로 인해 다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란 것도 알았을테고, 또 동시에 주인공무리를 자신보다 더 강한존재로 만듦으로써 루페온이든 카마인이든 바칼처럼 진짜 흑막의 계획을 틀어버리는것도 동시에 할 수 있게 된거죠.
카제로스가 허구한날 계속 '진실'타령하는것도 그렇고 굉장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사실 이런스토리는 흔합니다. 갓띵작 소리듣는 진격거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런스토리죠.
뭐 스토리적으론 굉장히 뻔하고 흔한 플롯이긴 하지만, 뻔하다고 해서 충격적 반전이 아닌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