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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좀비와 마녀와 눈물 10

올뺌이a
조회: 19
2026-03-18 20:31:21

 

 

하셀은 한숨을 쉬며 몸을 뒤척였다.

 

 

심란한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다. 여관에서 엘론이 보인 행동 때문이었다.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도 않고, 도대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하셀은 아직도 엘론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 엘론은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다.

 

 

가끔 짓궂은 농담을 하긴 했어도, 그런 식으로 화내면서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다. 심지어 메리엘은 우리를 도와준 사람이었다. 하셀의 기억으로 메리엘이 엘론에게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었다.

 

 

피곤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었나?’

 

 

혹시 그 잠깐 사이에 엘론이 메리엘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던 와중, 어렴풋이 어떤 소리가 들렸다.

 

 

비명 같기도 하고,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소리는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흔하게 나는 것이었다. 하셀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 하셀은 이상함을 느꼈다.

 

 

어디서 싸움이라도 났나?’

 

 

하셀은 주섬주섬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았다. 소리는 하셀의 집에서 꽤 떨어진 곳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하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악! 사람 살려!”

 

괴물이다! 도망쳐!”

 

 

느닷없이 펼쳐진 아비규환에 하셀은 사색이 되었다.

 

 

흉측하게 생긴 좀비들이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좀비들은 문과 벽을 살얼음처럼 부수고 들어가 사람들을 붙잡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팔다리를 떼어내고 눈을 파내었다.

 

 

가끔 찾아가는 가게의 주인,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렸던 부부, 하셀 또래의 친구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좀비들의 패악질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하셀의 심장이 쾅쾅 뛰었다. 이 사달이 날 때까지 무방비하게 누워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곧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깨어났다.

 

 

한밤중에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뭔 일이 난 거 같은데... , 이봐! 저기 좀 봐!”

 

뭔데 그래? 잠깐, 저건... 세상에. 언데드, 언데드다!”

 

 

하셀과 똑같은 광경을 본 그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우왕좌왕했다.

 

 

아직 여기까지 못 왔을 때 얼른 도망쳐야지!”

 

마을을 버리고 어디로 가자고?”

 

젠장, 내 부모님이 저쪽에 살고 계시는데...”

 

 

어서 도망쳐야 한다며 불안해하기도 했고, 저곳에 지인이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하셀은 무엇을 할지 결정했다.

 

 

하셀은 급히 집으로 뛰어 들어가서는, 곤히 자던 아버지를 냅다 둘러업었다.

 

 

우억! , 뭐냐?”

 

 

곤히 자다가 봉변을 당한 하셀의 아버지는 당황했다.

 

 

가만히 있어! 지금 밖에 난리가 났으니까!”

 

 

하셀은 바닥의 카펫을 치우고, 지하실의 문을 연 다음,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바닥에 아버지를 내려놓고, 같은 일을 역순으로 반복했다.

 

 

다리가 불편한 하셀의 아버지는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었다. 문을 닫으려는 하셀을 바라보며, 하셀의 아버지는 다급히 외쳤다.

 

 

밖에 난리가 났다면서 넌 어딜 가는 게냐!”

 

난 가볼 데가 있어. 절대 거기서 나오면 안 돼. 알겠지?”

 

하셀, 잠깐만 기다려라! 하셀!”

 

 

하셀은 지하실의 문을 닫고, 카펫을 덮었다. 하셀은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석궁과 화살통을 챙겨 거리로 나섰다.

 

 

형이랑 메리엘 씨를 찾아야 해.’

 

 

좀비들에게 공격받던 지역에는 메리엘이 묵는 여관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하셀보다 강하니, 원래대로라면 그들을 걱정하는 대신 아버지와 함께 피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엘론은 다친 상태고, 메리엘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혹시 모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엘론은 어디 있는지 모르니, 우선 메리엘부터 찾아야 했다.

 

 

하셀은 정신없이 내달렸다. 하셀이 좀비들에게 향하는 것을 발견한 몇 사람이 다급히 하셀을 불렀지만, 하셀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오오오...”

 

아아아...”

 

 

가까이서 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사방이 붉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피 냄새, 끊임없이 몰려오는 살아있는 시체들.

 

 

하셀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온 정신을 기울여야 했다.

 

 

그륵?”

 

!”

 

 

한 좀비가 하셀 쪽을 돌아보았다. 하셀은 급히 몸을 숨기고는, 숨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잠깐 갸우뚱하던 좀비는 곧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하셀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이런 것들이 엘나스에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전조 없이 이렇게 느닷없이 공격받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해결할 것이다. 엘나스에는 장로님들도 계시고, 알케스터, 사냥꾼들, 모험가들도 있다. 좀비 따위에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정도로 엘나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눈앞에 펼처진 광경은 하셀의 바람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셀은 그렇게 되뇌었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하셀은 좀비들의 눈에 띄지 않게 주의하며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은 다른 건물들처럼 문이 부서져 있는 상태였다. 입구에서부터 피가 눈과 섞여 헤집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장판이 된 내부는 하셀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여관 주인이 머무르는 방으로부터 핏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하셀은 그가 부디 무사하기를 빌며 조심스럽게 메리엘을 불러보았다.

 

 

메리엘 씨?”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셀은 내부를 둘러보았다.

 

 

사람은 없었다. 이미 도망쳤거나 좀비에게 당한 듯했다. 하셀은 부디 전자이길 바라며 수색을 이어갔다.

 

 

위층으로 올라가려던 때, 계단 위에 있던 한 좀비와 하셀의 눈이 마주쳤다.

 

 

우어어!”

 

으아악!”

 

좀비는 괴성을 지르며 몸을 던졌다. 놀란 하셀은 급히 옆으로 굴렀다.

 

 

좀비는 굉음과 함께 직전까지 하셀이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낡은 나무 바닥이 비명을 지르며 부서졌다. 벌떡 일어난 좀비는 곧장 하셀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하셀은 침착하게 석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웅!

 

 

화살은 좀비의 미간에 명중했지만, 튕겨져 나와 힘없이 떨어졌다. 좀비는 입에서 초록색 안개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크오오오!”

 

으아아... 요즘 만나는 몬스터마다 왜 이렇게 안 죽는 것들밖에 없는 거야!”

 

 

하셀은 그것을 처치하겠다는 생각을 깔끔히 접었다. 대신, 마나를 이용해 화살을 강화했다. 모든 힘을 관통력에 집중한 한발.

 

 

피어싱!”

 

 

화살은 철판을 뚫을 듯한 기세로 날아가, 좀비의 무릎에 꽂혔다. 관절에 화살이 박히자 좀비의 움직임이 잠깐이나마 느려졌다.

 

 

그때를 틈타 하셀은 재빨리 좀비의 시야에서 벗어나 몸을 숨겼다.

 

 

하셀은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이 많은 좀비 하나하나가 전부 이렇게 강한 거야?’

 

 

좀비는 상당히 강했다. 방금 사용한 기술은 이전에 다섯 마리의 페페를 한 번에 꿰뚫은 적도 있었던 기술이지만, 이놈에게는 얕게 꽂히는 것이 전부였다. 어쩌면 예티나 웨어울프보다 강할지도 몰랐다.

 

 

하셀은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대신, 지독한 회의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셀이 보기에 이 상황은 해결을 논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아무리 엘나스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이 상황을 어찌할 수 있을까?

 

 

짙은 공포가 하셀을 옥죄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당했다. 다음은 자신, 그리고 가족들일지도 몰랐다.

 

 

메리엘 씨는 여기에 없어. 형도 여전히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어쩌지?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데리고 도망쳐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하셀의 시선을 끌었다.

 

 

안돼... 제발, 살려주시오... 제발...”

 

 

한 노인이 다리를 붙잡힌 채 좀비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하셀은 그 노인을 알아보았다. 눈 덮인 언덕과 가까운 곳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호흡이 힘들 정도로 심하게 피를 토하고 있었다. 당연히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안간힘을 짜내어 간절히 애원했다.

 

 

제발, 아이만은...”

 

 

하셀은 흠칫 놀라며 노인이 애타게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또 다른 좀비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좀비의 손에는 어린아이가 짐짝처럼 들려 있었다. 울음조차 터뜨리지 않고, 죽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끌려가는 아이. 하셀은 그 아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노인의 손녀였다.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이전에 노인의 가게 근처를 지나갈 때, 노인의 손녀가 웃으며 인사해 주었던 기억.

 

 

가끔 마주치면, 손을 가볍게 흔들어 인사하고 지나쳤던 기억.

 

 

딱히 큰 의미도 없는, 스쳐 지나갔던 사소한 일이었다. 그것 외에는 딱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가족도, 친척도 아닌, 그저 타인일 뿐이었다.

 

 

그런 타인을 위해서 위험한 일에 굳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라면 더더욱. 하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파앙!

 

 

그럼에도, 하셀은 방아쇠를 당겼다. 시위가 풀리며, 응축되어 있던 탄성력과 함께 장전되어 있던 화살이 해방되었다.

 

 

멈춰, 바보야!’

 

 

하셀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스스로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놈조차 당해낼 수 없어서 도망친 주제에, 나서봤자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긴 길 한복판이란 말이야. 시선이 끌리면 도망도 못 쳐!’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하셀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날아간 화살은 아이를 쥐고 있던 좀비의 손아귀에 명중했다.

 

 

방심하고 있던 좀비는 들고 있던 아이를 놓쳤다. 하셀은 다리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하셀은 순간적으로 폭발하듯 움직여, 떨어지는 아이를 낚아챘다.

 

 

아이를 빼앗긴 좀비는 핏발 선 눈으로 하셀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하셀은 뒤를 돌아보고 뛰어오른 뒤, 그 눈을 향해 화살을 한 발 발사했다.

 

 

파박!

 

 

눈에 맞았음에도 좀비는 별 타격을 입지 않은 듯했다. 대신 그 반발력으로 하셀은 공중에서 날아갔고, 좀비들과 떨어진 곳에 착지할 수 있었다.

 

 

그어어어...”

 

오오오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이를 빼앗긴 좀비는 괴성을 토해내며 달려들었고, 하셀은 발견한 다른 좀비들도 사방에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셀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어떡하지?’

 

 

하셀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자기 실력으로 아이를 구할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쓸데없이 나섰다가 이제는 본인 목숨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냥 가만히 있을걸.’

 

 

내가 죽으면 아버지는 어쩌지? 형이 잘 돌봐드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후회가 밀려왔다.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발을 들인 이상, 이렇게 되는 건 진작 예정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오지 말아야 했다. 메리엘도 어디까지나 남일 뿐인데 너무 오지랖을 부렸다.

 

 

그때, 멀리서 지켜보던 노인과 하셀의 눈이 마주쳤다. 노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셀은 처음에는 그것이 원망이라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까지 빼내기는 힘들었어요. 손녀분을 구하지도 못할 것 같고요.’

 

 

하지만 하셀은 곧 자신이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의 표정은 고통 때문에 일그러졌을 뿐, 그 눈에 담긴 감정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하셀은 그것이 고마움임을 깨달았다.

 

 

순간, 하셀은 왜 자기 실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남의 일에, 자꾸만 나서게 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좀비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졌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아이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셀은 아이를 감싸고 웅크렸다.

 

 

이것 또한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더 아이가 살았으면 했다.

 

 

마지막으로 하셀이 떠올린 것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헤어졌던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눈물 한줄기가 하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지가 뜯겨나간 채로 끌려가던 사람들처럼, 자신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했건만,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셀은 의아해했다. 좀비들이 이렇게 뜸을 들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괜찮나?”

 

 

진중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셀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하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장로님!”

 

고생했네. 지금부터는 내가 해결하겠네. 그러니 안심하게.”

 

 

전사들의 장로, 타일러스가 토막 난 좀비들의 잔해를 딛고 서 있었다.

 

 

-----

 

 

우어어!”

 

끄어억!”

 

 

거대한 대검이 춤을 췄다. 타일러스는 명성에 걸맞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좀비들이 제아무리 강한 맷집을 자랑한다 해도 그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셀은 장로가 실제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하셀의 수준으로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경지였다. 당연히 강할 거라 짐작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가 가는 곳마다 좀비들은 잘게 썰린 고기 조각이 되었다. 좀비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공세가 조금씩 약해졌고, 알케스터가 부상자들을 돌보고 사람들을 통솔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주민들도 정비할 틈을 벌 수 있었다.

 

 

막아라! 막아!”

 

저쪽에서 또 몰려온다! 준비해!”

 

 

하셀은 사람들 사이에서 메리엘과 엘론을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 근처에 있던 알케스터가 타일러스를 불렀다. 하셀은 뜻하지 않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타일러스, 저쪽을 봐주게.”

 

왜 그러십니까?”

 

 

알케스터는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도 눈치챘겠지? 평범한 몬스터들이 아닐세.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어. 아직 그 목적까지는 모르겠네. 방향은 저쪽인 듯하니, 미안하지만 자네가 한 번 가보는 게 좋겠네. 어쩌면 이 소동의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니.”

 

제가 없어도 괜찮겠습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네. 내가 주민들과 함께할 테니.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은 내가 해야지. 수고해 주게.”

 

 

타일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한 번 내쉬었다. 다음 순간, 타일러스는 몰려오는 좀비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주변 좀비들이 폭발하듯 터졌다. 그 잔해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또 다른 좀비들이 타일러스의 칼날에 허물어졌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였다. 타일러스는 길을 막는 좀비들을 해치우며 바람처럼 달렸다.

 

 

하셀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기 있었군.”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좀비에게 끌려가던 그 노인이었다. 치료를 잘 마쳤는지 혈색이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입가의 피도 멎어 있었다.

 

 

좀 괜찮아지셨나 보네요. 손녀분은 어때요?”

 

아직 정신은 차리지 못했지만, 곧 나을 거라고 하더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네.”

 

 

그는 하셀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손녀를 구해주어서 고맙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먼.”

 

구하다니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걸요. 손녀분을 구한 건 타일러스 님이죠.”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하나? 자네가 좀비들 사이를 날아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먼.”

 

?”

 

허허. 어쨌든 고맙네. 그러고 보니, 사람을 찾고 있다고 들었네. 자네 형과 메리엘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지?”

 

, 맞아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아세요?”

 

자네 형은 모르겠고... , 메리엘이라는 사람 말인데,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네. 혹시 외지인인가?”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하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러면 혹시, 그자는 은발에, 여자인가? 직업은 마법사고?”

 

 

하셀은 놀란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맞아요! 메리엘 씨를 아세요?”

 

전에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네. 몇 시간 전에도 봤지. 잠이 오질 않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여마법사가 황급히 달려가더군. 방향은... ... 말해줘도 될지 모르겠지만...”

 

 

노인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이었네.”

 

 

방금 타일러스가 달려간 방향이었다. 좀비들이 몰려오고, 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으며, 어쩌면 이 모든 일의 근원지일지도 모르는 곳.

 

 

메리엘이 저곳에? 왜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하셀은 노인에게 감사를 전하고는, 타일러스가 만들어놓은 공간이 메워지기 전에 서둘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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