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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좀비와 마녀와 눈물 16

올뺌이a
조회: 24
2026-09-21 21:09:26

 

 

블레스.”

 

, 들려?”

 

 

성수가 축복을 걸어주었다. 하셀은 소환의 돌을 깨뜨리며 벨을 불렀다.

 

형을 죽인 원흉을 찾았어. 원수를 갚아야 해. 도와줘.”

 

 

소환의 돌은 빛을 내며 사라졌고, 그 힘으로 벨이 소환되었다.

 

 

…….”

 

 

평소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벨은 하셀을 바라보았다. 하셀은 리치를 가리켰다. 벨의 눈에서 살의가 들끓었다.

 

 

피요오오!!”

 

 

날카롭게 포효와 함께 벨은 날아올랐다.

 

 

메리엘은 조용히 말했다.

 

 

하셀, 나한테 리치를 제압할 수 있는 물건이 있어. 내가 리치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게 도와줘.”

 

 

하셀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설산의 마녀 때도 그렇고, 메리엘 씨는 마법사인데도 어째 자꾸 적에게 가까이 붙으려고 하시네요...”

 

 

하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도와드릴게요.”

 

속닥거릴 여유가 있느냐?”

 

 

리치가 스태프를 내밀자, 무수한 망령이 울부짖으며 날아들었다.

 

 

끼이이이!”

아아아아아!”

 

 

귓속을 파고들어 영혼을 긁어대는 듯한 울음소리. 하셀은 눈을 찌푸리며 화살을 쏘았다.

 

 

!

 

 

화살은 망령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갔다. 하셀은 당황했다. 그때 메리엘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 뒤로 와. 고개 내밀지 말고.”

 

 

메리엘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천사여. 당신의 손길이 필요해요.”

 

 

메리엘의 부름에 아름다운 천사가 강림했다. 천사는 강렬한 빛을 흩뿌리며 망령의 무리에게 단 한 번 칼을 휘둘렀다.

 

 

파아앗!

 

 

그와 함께, 기괴한 울음소리가 멎었다. 망령들은 태양을 만난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소멸했다.

 

 

리치가 노성을 터뜨렸다.

 

 

이런... 건방진!”

 

 

메리엘의 머리 위로 마법검이 떠올랐다. 타일러스와 리치가 싸울 때 보았던 마법. 하셀이 소리쳤다.

 

 

위험해요!”

 

 

메리엘은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메리엘이 있던 자리에 마법검이 꽂혔다.

 

 

파바바박!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마법검이 연속해서 떨어졌다. 메리엘은 텔레포트를 사용하며 회피에 집중했다.

 

 

……?”

 

 

세 번째로 텔레포트를 사용한 순간, 착지한 메리엘의 눈앞에는 기다렸다는 듯 마법검이 나타나 있었다.

 

 

너무 단조롭구나. 끝이다.”

 

 

리치도 과거에 마법사였던 만큼, 텔레포트의 거리와 한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리치는 메리엘이 나타날 위치를 정확히 예상해 그곳에 마법을 대기해 놓았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메리엘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얼어버렸다.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돌발상황에 대처할 순발력이 부족했다.

 

 

다행히, 하셀은 그렇지 않았다.

 

 

유니온 포커스!”

 

 

매의 눈을 닮은 붉은색 눈동자가 리치를 응시했다. 순간 리치의 시야가 흐려지며, 마법검의 궤적이 어긋났다. 검은 메리엘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붉은 실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성가시게 구는구나.”

 

 

시야가 회복된 리치는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밝은 빛과 함께, 리치의 저주가 메리엘을 향했다.

 

 

... 하셀? 나 아직 눈 감고 있어?”

 

 

메리엘의 눈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눈이 먼 메리엘은 앞을 더듬다 발이 걸려 넘어졌다.

 

 

메리엘 씨!”

 

어딜 보느냐? 네 걱정이나 하거라.”

 

 

리치의 성서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리치가 성서를 들어 올리자, 전조도 없이 하셀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하셀은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차가운 눈에 뒤덮이다시피 했음에도 불꽃은 꺼질 줄 몰랐다.

 

 

피요오오!”

 

 

그때, 벨이 포효하며 리치에게 날아들었다. 벨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리치를 마구 할퀴었다.

 

 

날짐승 따위가!”

 

 

리치는 불꽃의 대상을 벨로 바꾸었다. 벨은 재빠르게 불꽃을 피하며 공격을 계속했다.

 

 

메리엘은 눈을 잃고, 하셀과 벨은 정신을 잃은 상황. 지켜보던 로베이라가 외쳤다.

 

 

메리엘! 자네 눈은 멀쩡하네.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리치의 저주 때문이야! 만병통치약을 쓰게!”

 

 

퍼뜩 정신을 차린 메리엘은 주머니를 뒤져 알케스터에게 받았던 만병통치약을 마셨다. 그러자 눈에서 흘러내리던 검은 액체가 멎으며 메리엘은 시야를 되찾을 수 있었다.

 

 

, 검이 눈을 베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주변을 둘러보던 메리엘은 화상을 입은 채 쓰려진 하셀을 발견했다. 메리엘은 하셀에게 달려가 힐을 사용했다.

 

 

으으...”

 

 

곧 하셀은 정신을 차렸다.

 

그때,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벨이 힘없이 떨어져 뒹굴었다.

 

 

삐이이...”

 

 

재와 연기가 흩날렸다.

 

 

“...감히.”

 

 

분노로 낮게 가라앉은, 리치의 스산한 목소리가 울렸다.

 

 

감히, 하찮은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구나.”

 

 

붉은 보석이 선명하게 빛나고, 성서의 책장이 미친 듯 넘어갔다.

 

좋다. 이제 제대로 놀아주마.”

 

 

리치의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정교하고, 복잡하고,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메리엘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긴장했다.

 

 

저건... 대체...”

 

메리엘 씨, 리치가 뭘 하려는 건가요!”

 

모르겠어. 하지만 보통 마법은 아닌 것 같아. 완성하기 전에 끊어야 해!”

 

이미 늦었다.”

 

 

리치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 이것도 받아보... 크윽...”

 

 

마법진이 일그러지며 리치가 신음을 흘렸다. 붉은 보석이 발작하듯 점멸했다. 큰 마법을 준비하다 생명력을 통제하던 집중이 약해지며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로베이라가 소리쳤다.

 

 

리치의 생명력 통제가 불안정해졌네. 지금이 기회일세!”

 

 

먼저 반응한 것은 하셀이었다. 하셀은 로베이라의 말을 듣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갔다. 리치의 뒤를 잡은 하셀은 석궁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파워 넉백!”

 

 

리치는 생명력의 반발을 억누르느라 대처조차 하지 못했다. 석궁에 직격당한 리치는 미끄러지듯 크게 밀려났다.

 

 

그 방향은 메리엘 쪽이었다. 하셀의 목적을 깨달은 메리엘은 얼음 눈물을 꺼냈다.

 

 

이얍!”

 

 

얼음 눈물을 단단히 쥔 메리엘은, 리치를 향해 텔레포트했다. 그러곤, 심장이 있을 위치에 얼음 눈물을 있는 힘껏 찔러 넣었다.

 

 

……, 어째서?”

 

 

그러나, 로브 너머로 느껴지는 건 단단한 뼈의 감촉뿐이었다. 메리엘은 그제야 깨달았다. 뼈만 남은 리치에게 심장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걸.

 

 

리치의 텅 빈 해골이 메리엘을 응시했다.

 

 

끝인가? 뭔가 잘 안된 모양이군.”

 

 

퍼억!

 

 

꺄악!”

 

 

메리엘은 리치의 스태프에 머리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하셀은 메리엘에게 달려갔다.

 

 

메리엘 씨!”

 

네놈에게는 더 볼일 없다.”

 

 

리치가 딱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기자, 하셀은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사라졌다.

 

 

하셀?”

 

 

메리엘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셀을 어떻게 한 거죠?”

 

죽이지는 않았다. 단지 쫓아냈을 뿐이다. 그렇다고 안심하지는 말거라.”

 

 

리치가 다시 손짓하자, 메리엘의 두 손에 마법검이 박혔다. 메리엘은 비명을 질렀다.

 

 

널 도울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 곱게 죽을 생각 마라. 오늘이 지나기 전에 너는 내게 죽음을 구걸하게 될 것이다.”

 

 

로베이라가 소리쳤다.

 

 

안돼, 멈춰라!”

 

큭큭... 장로. 얌전히 지켜보거라. 어차피 할 수 있는 일도 없지 않나?”

 

크윽...”

 

 

마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로베이라는 나설 수 없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마법이 풀리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다.

 

 

타일러스도 여전히 좀비들에게 발이 묶여 있었다.

 

 

낭패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약화 되었다지만, 리치는 고작 클레릭과 사수 둘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리치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나약한 것들 치고는 제법이었다만. 여기까지구나.”

 

 

메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 아직 끝이 아니야.’

 

 

메리엘은 샤모스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샤모스 씨, 근데 꼭 심장이어야 하나요?’

 

그래.’

 

왜 그런가요?’

 

흐흐... 그냥 그런 줄 알지, 귀찮게 하는군... 뭐 좋다. 설명해 주지.’

 

 

샤모스는 낄낄거리며 설명했다.

 

 

이 마법은 심장을 생명을 다루는 그릇으로 삼는다. , 심장이 리치의 힘의 원천이다. 따라서, 심장에 그 눈물을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거다.’

 

 

샤모스는 심장이 리치의 마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메리엘은 리치에게 심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치에게 심장은 없었다.

 

 

붉은 보석이 심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걸까? 붉은 보석에 얼음 눈물을 찔러야 했나? 리치에게 심장은 없는 걸까? 그렇게까지 마법을 개량할 시간과 능력이 리치에게 있었을까?

 

 

메리엘은 검에 베이고, 구타당하는 와중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혹시, 심장을 따로 숨겨놓은 건 아닐까?

 

 

검토해 볼만한 가정이었다.

 

 

메리엘의 시선이 숲 한구석의 비석에 닿았다. 엘론이 말했던, 리치가 일어난 무덤. 심장이 있다면, 그곳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다.

 

 

메리엘의 발목에 검이 박혔다. 메리엘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확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메리엘은 가슴이 꽉 막히는 듯 답답했다.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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