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파티 인벤

10추글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자작 소설 평가해주십쇼.

아이콘 엘라인하르트
댓글: 7 개
조회: 1535
추천: 11
2015-08-15 14:20:16

피투성이 곰돌이 씨와 밤거리 산책!


 1.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아, 맞아. 나는 오늘 아침에 본 뉴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요즘 너무 취침 시간이 늦어진 탓일까, 몽롱한 의식으로 걸어가다 보니 방금 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아침에 본 뉴스의 내용은 정신을 차리니 쉽게 기억났다. 연쇄 살인마, 통칭 살인귀의 뉴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한 뉴스를 잘 기억하지 않지만 이 사건은 우리 지역 근처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무섭네, 세상이란.”

 야자가 끝난 뒤 돌아가는 것이기에 하늘은 이미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거리는 그리 적지 않은 가로등이 비추고 있었지만 인적은 드물어 묘하게 섬뜩했다. 왜 밤중에 그런 뉴스를 기억해내선……. 일부러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 내어 생각을 꺼냈다.

 하암, 하고 요란한 소리로 하품을 하고 골목을 돈다. 점점 감길 듯 말 듯 해지는 눈꺼풀 때문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정신을 차렸다. “핫!” 하고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는 막다른길이 있었다. 아차, 길을 잘못 들었나.

 “하, 하아…….”

 아무래도 그냥 길을 잘못 든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기묘한 것이 눈앞에 있었다. 그것을 기묘한 것이라고 부르면 알맞은 것일까? 얼른, 얼른 뒤로 돌아서 걸어가자. 이곳에 있어서 좋을 것은 없다. 온 몸의 신경이 그렇게 울부짖었다.

 “잠, 잠깐……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고……곰돌이?”

 그럼에도 나는 그 목소리에 대답하고 만 것이다. 그래, 기묘한 것이란 이것이다. 이 시간에 곰돌이 인형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정상적인데 예의 인형 옷마저도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피투성이, 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어딘가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일단 바닥 쪽은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응, 눈을 돌린 건 잘 했어. 분명 그것은 저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인형 옷)에게 튀어있는 피의 주인일 것이다. 분명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위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사서 고생할 것도 없다.

 “뭐, 뭐야, 너는.”

 겁먹은 채 뒷걸음질을 치며 나는 물었다. 물론 상대가 “여, 연쇄 살인마입니다.”하고 말할 리는 없겠지만.

 “사……살인귀인 걸까요, 저는.”

 뭘 묻고 있는 거냐! 아니, 진짜로 뭡니까, 당신? 그 연쇄 살인마가 곰돌이 인형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이미 기묘하단 말이다. 그런데 심지어 그 연쇄 살인마가 이런 얼빵이라니?

 “그럼 그 피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건 이 사람의 피에요.”

 “아니, 보여주지 마. 가만히 서있어.”

 “가만히 라니, 어째서 목격자와 살인귀의 위치가 반대인 걸까요…….”

 “그러게, 가 아니라, 너, 살인귀라는 걸 인정했잖아!?”

 “네, 방금은 농담이었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애초에 오밤중에 예고도 없이 등장한 살인귀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 신경도 무엇으로 구성되어있는 건지 의심 될 정도지만 말이다. 애초에 상대가 이런 녀석이라면 나까지 이상해져도 무리가 없다. 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이 녀석은. 

 게다가 곰돌이의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여성인 것 같았다. 꽤 듣기 좋은 미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위험하다. 뭔가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하게 만드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방심하게 만드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똑같은 소리였다.

 ……도망가야 한다. 난 뭘 태연하게 대화 따위를 하고 있는 거냐고. 뒤로 돌아 뛰쳐나가는 것이 상책일 텐데 말이다. 분명 그게 당연한 것인데, 보자마자 뒤돌아서 도망치는 것이 당연했을 터인데, 어째서 발은 움직이지 않는 거냐. 녀석의 모습을 보자마자 내 몸은 왜 이렇게까지 굳어버린 거냐. 식은땀을 흘리면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면서, 공포에 벌벌 떨면서도 어째서 도망칠 생각만은 나지 않는 거냐. 

 이게 공포에 몸이 굳어버린다는 그런 건가, 고작 피가 묻은 곰돌이 따위에 나는 벌벌 떨고 있는 걸까. 분명 그 모습은 어딘가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귀여운데 말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마스코트다운 인형 탈의 미소가 더욱 무섭게 느껴진 것이다. 마치 미친 살인귀의 광기 섞인 비웃음처럼 느껴진 것이다.

 “혹시…… 겁먹으신 건가요?”

 “하, 하아…… 그야 소문의 살인마잖아? 너는 말이야.”

 “곰돌이에 겁먹다니, 이상하신 분이네요.”

 “어이, 니 꼴을 보라고. 피투성이잖냐.”

 어이없는 녀석, 그렇게 생각했다. 이 상황에 이런 맥 빠지는 대화를 하고 있다니, 나 역시 어이없는 녀석이다. 하지만 녀석의 말대로다, 나는 겁먹은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은 거짓말이다. 난 피투성이인 녀석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나는 그 속의 존재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고운 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귀여운 곰돌이 인형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해도, 그 내용물은 그저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사람을 살해한 살인귀일 뿐이다.(뉴스에 나오는 그 연쇄 살인마와 동일 인물이라면 말이다.)

 이제 와서 본 거지만 녀석의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아내며 나와 대화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목격자인 나를 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나이프를 휘두를 기미는 없고 오히려 나이프에 묻은 피를 닦아내 칼집으로 보이는 것에 집어넣었다.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니요. 그저 당신을 죽일 맘이 없을 뿐이랍니다.”

 녀석은 우후후, 하고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옆으로 걸어왔다. 나는 도망갈 수 없다. 그저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녀석은 날 죽이려고 하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녀석의 말투에선 그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으음…… 뭔가 기대하고 계신 건가요?”

 “기대 따위 하고 있지 않거든!?”

 “알고 보니 죽임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조라던가?”

 “그 딴 거 마조도 뭐도 아니잖아!”

 “아, 그러면…….”

 곰돌이는 무언가 떠오른 듯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종종걸음으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상체를 뒤로 젖혀 거리를 벌린다. 곰돌이 탈에 가려져 녀석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미소를 짓고 있겠지.

 “잠시, 같이 걸을까요?”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사람을 살해한 살인귀와 밤거리 산책을 하게 된 평범한 남학생, 그게 바로 접니다.


 2.

 

 “밤거리라는 건, 참 조용하네요~.”

 “……심야니까, 12시잖아.”

 “그렇죠. 신호등도 일을 쉬는 시간이 된 거니까요. 그야 사람들도 쉽게 시끄럽게 하진 못하겠죠.”

 그러게 말이다. 신호등도 일을 쉬는 시간에 나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 하고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거닐고 있다. 그것도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것도 살인귀와 함께.

 우웅- 하는 진동음이 들려왔다. 소리의 발원지는 내 주머니 속이었다. 그래, 평범한 고등학생답게 나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제길, 방범 어플 같은 것이라도 깔아두었으면 조금 나았을까? 아니, 이 이상한 곰돌이 자식 상대로는 통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교차점의 신호가 전부 빨간불이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거, 유명한 소설에 나오는 얘기잖아. 수평 신호가 빨간불이 되고 수직 신호가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기 직전의 작은 공백이잖아?”

 “예, 맞아요. 혹시 그 조금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신호가 파란불이 되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넌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 없는데.”

 녀석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였다. 친구와 하는 잡담처럼 그저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 이야기. 녀석은 기지개를 펴며 생각나는 대로 말을 꺼내고 있는 것뿐이었다.

 “저는 본 적이 있어요. 황홀한 모습이었어요. 그 사람은 매우 아름다운 적발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적발이 더욱 붉게 물들어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황홀했어요. 신호등이 붉게 빛나고, 그녀가 붉게 빛나고, 아아, 정말. 사진으로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정신나간 자식. 태연한 태도로 지껄이는 내용은 말 그대로 미친 소리였다.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이, 피가 튀기는 모습이 황홀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사람이 죽는 것에 애정을 갖고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살인귀(殺人鬼)의 자태였다.

 “뭐, 제가 밀었지만요.”

 “살인귀네, 너는.”

 “예에, 저는 살인귀랍니다.”

 쿨하게 인정했다. 아니, 분명 아까도 자신이 살인귀라고 인정을 했지만 말이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살인귀가 돼버린 거야?”

 분명 이런 질문은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살인귀가 살인귀가 되는 이유 따윈 없다. 그렇게 알고 있다. 그저 그들은 인간의 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것이 살인귀라는 존재 자체의 의미인 것이다.

 “이미 알고 계시는 것을 묻는 눈빛이시네요.”

 “……심리학 전공이라도 한 거냐. 어떻게 아는 거야.”

 “저는 이런 저런 사람을 봐왔으니까요. 물론 전부 죽은 사람들이지만요.”

 “네가 죽인 거잖아?”

 “네, 저는 사람들이 죽는 걸 보는 것이 좋으니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오는 것인데, 그에 대해서 사람마다 반응하는 것은 제각각이라니. 사람의 죽음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깃들어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 참 그럴듯한 소리다. 조금 ‘그럴지도’라고 생각해버렸다. 정말 사람의 인생을 살펴보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 뻔했다.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사이코는 어찌 됐든 사이코다. 그런 말에 공감하는 것은 나 자신 역시 사이코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적어도 녀석의 생각이 윤리관을 벗어났고, 사람이 가질만한 생각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것 정도는 생각할 수 있었다.

 “헛소리잖아.”

 “헛소리인 걸까요, 역시.”

 녀석은 우후훗, 하고 웃었다. 


 3.


 밤은 점점 깊어간다. 시간은 벌써 새벽 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는데도 산책은 멈추지 않았다. 한여름임에도 옆에 있는 살인귀의 탓인지, 아니면 새벽이기 때문인지 서늘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그러고 보니, 계속 인적이 없는 거리만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앞을 지나가곤 했다. 혹시 누가 신고라도 넣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간에 피투성이 곰돌이가 지나갔다는 신고를 장난전화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찰이 몇이나 된단 말이다. 만약 있다면 이 녀석의 정체를 알거나, 꽤 망상가거나, 오컬트 취미가 있는 그런 이상한 녀석이겠지.

 “저기 말이야, 대체 이 산책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나는 다리와 발의 통증이 심화 되가는 것을 느끼고 녀석에게 물었다. 녀석은 손가락을 턱에 가져다대는 제스쳐를 취하며 대답을 고민했다. ……아니, 곰 인형 옷을 입고 있으면 손가락 따위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결국 손톱을 가져다대고 있는 자세란 것이다.

 “그런가요. 의미를 원하시는 거군요. 그런 거라면 역시 입막음 때문이 아닐까요?”

 “그거라면 날 죽이면 될 뿐이잖아?”

 “역시 죽임당하면 기뻐하는 마조였군요?”

 “하…….”

 정말 말이 안 통한다. 게다가 마조라면 기쁜 거냐고, 어째서 그런 밝은 목소리를 내는 건데. 뭐, 이것 역시 농담이겠지. 녀석의 말은 결국 대부분 농담일 뿐이었다. 진지한 말 따위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정말 기묘한 녀석.

 “물론 농담이에요.”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당신을 제게 매료시켜서 제 부하로 만들려는 속셈이 아닐까요?”

 “만약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네게 있어서 매료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돼있는 건지 알고 싶어질 것 같다.”

 “당신, 그러면서도 꽤 제게 끌리고 있는 거 아녜요?”

 녀석은 내 팔을 가슴에 묻으며 물어왔다.

 “아니, 아무리 내용물이 여자라고 해도 겉보기엔 피투성이 곰돌이고, 게다가 살인귀고.”

 “그럼 이 탈만이라도 벗을까요?”

 “아니, 벗지 말아줘.”

 ……생각보다 인형 옷이 얇았다. 아니, 날 탓하지 말아달라고. 갑자기 그런 부드러운 것에 닿아버리면 의식해버리는 게 남고생의 숙명이잖아. 솔직히 누구나 그렇잖아?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고?


 4.


 새벽 두 시, 슬슬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대체 언제까지 걷게 할 속셈이냐, 이 녀석은.

 “아, 달이 다 져가네요. 슬슬 더 어두워지겠는데요.”

 “그래봤자 가로등이 있으니까 상관없잖아.”

 녀석의 말을 듣고 하늘을 보니 확실히 상현달과 보름달의 중간쯤 되는 모양을 한 달이 서쪽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슬슬 가로등 없이는 빛 한 점 없는 어둠만이 남는 시간이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 그 곰돌이 인형 옷은 뭐야, 대체.”

 “아, 이거요? 알바하고 받은 건데요?”

 “어딘가의 민폐 부장님이냐, 너는.”

 “예? 이 곰돌이 인형 귀엽지 않아요?”

 “아니, 피투성이인 곰돌이 인형 따위가 귀여울 리 없잖아. B급 호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라고, 그거.”

 “그치만 말이죠. 이거 생각보다 활동하기 편해요. 통풍이 완전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아, 생각해 보니 이 날씨에 인형 옷은 무리다. 지금은 8월 한복판에 있는 한여름의 무더운 날이란 말이다. 아무리 새벽이라곤 해도 인형 옷을 입고 버틸 날씨는 아니다. 설마…… 저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다던가?

 “오, 지금 무슨 생각 했어요? 인형 옷 벗어볼까요?”

 “뭣? 아니, 넌 목격자의 입막음을 하려는 거잖냐. 맨 얼굴을 보여줘서 뭘 하려는 거냐.”

 “보여주고 죽이면 되죠!”

 “그런 말 밝은 목소리로 하지 말라고!”

 “무서워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구만, 넌!”

 “상식의 범주에 들어있는 사람이 살인귀일 리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이런 살인귀 녀석과 산책을 시작한지 벌써 세 시간이 넘어간 것이다. 몰려오는 졸음도 그렇고,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가 되질 않는다. 신경이 이상해진 것 같다. 슬슬 이 녀석과의 대화도 미묘하게 재밌어지는 것이다. ……이상한 생각은 그만두자. 너무 졸려서 그런 것 같다.

 “있잖아요. 이 인형 옷을 입고 사람한테 접근하면 사람은 이벤트인 줄 알고 좋아라 해요! 저는 낮에는 그러고 돌아다니거든요! 그게 얼마나 즐거운지 아시겠어요?”

 철저하게 정신이 이상한 얘기만을 반복하는 녀석이다. 결국 이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연쇄 살인마를, 살인귀를 앞에 두고 꺄꺄 거리며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너무나 웃긴 것이다. 이 살인귀는 자신 앞에 서있는 사람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릴 녀석인데도 말이다.

 “그런 거 이해하고 싶지 않아. 나로서는 섬뜩한 얘기라고, 인형 탈을 쓴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

 이 녀석의 기괴한 모습은 결국 광기에서 발현된 것이다. 그래, 이 녀석이 원한 건 어디까지나 그것이다. 자신이 귀엽다며 호감을 가지고 다가온 것을 단칼에 찔러 죽일 때, 그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너져 가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며 자신을 쳐다보며 피분수를 뿜어내는 사람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이 녀석의 대화가 재밌다니, 헛소리도 한계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는 편이 좋다. 말이란 것은 교묘한 것이다. 분명 뭐라 할 것도 없이 사소하고 지루한 얘기만을 나눴을 뿐인데도 어느새 나는 녀석을 ‘말이 통하는 상대’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이 녀석은 단순한 살인귀다. 녀석의 말은 어디까지나 인간 흉내다.


 5.


 “슬슬 다리도 아파 오니 산책은 그만 하고 싶은데.”

 “그러네요, 어딘가에 앉을까요?”

 “이왕이면 실내가 좋지 않아? 더우니까.”

 “어머, 혹시 단 둘이 있을만한 방으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대담하네요?”

 “내가 건드리려 하면 손도 뻗기 전에 죽을 것 같은데.”

 “에이, 별로 죽일 맘은 없다고 말했잖아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몇 십 명의 사람을 죽이는 녀석이 하는 말인데 믿겠냐.”

 “그도 그럴게 저는 당신을 죽일 기회는 잔뜩 있었다구요? 그런데도 아직 당신의 목은 제대로 붙어있는 걸요.”

 “그나저나,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 졌는걸.”

 “그러게요, 꽤 시끄러운데요.”

 “아, 그래 저 쪽의 모퉁이다. 저기를 돌면 버스 정류장이 있어. 거기라면 앉을 수 있겠네. 반쯤 실내기도 하고.”

 “그건 실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요?”

 어두워지니 슬슬 이제 길의 구별도 잘 안 간다. 이 길이나 저 길이나 그리 다른 길처럼 보이지 않으며 모퉁이라고 해봤자 가로등에 비치는 일부만이 보일 뿐이다. 항상 다니던 길이 아니라면 꽤 쉽게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게 심야의 밤거리다. 특히 이런 아무것도 없는 거리라면 더욱 그렇다.

 슬슬 집에 돌아가야겠지. 다리도 아프고, 도망칠 거라면 다리가 멀쩡할 때 도망치는 것이 좋았을 텐데, 이 쯤 되니 뛰기도 참 애매하다. 그래도 체력이 고갈된 것은 아니다. 분명 지금 상태에서도 평범한 여성과의 싸움이라면 당연히 지지 않는다. 체격차이부터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있잖아, 슬슬 다리도 후들거려오네.”

 “네에, 저도 꽤 앉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모퉁이를 돌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거죠?”

 “아아, 그래. 막차는 끊긴 시각이지만 말이야.”

 “그야 달도 져버렸으니까요.”

 “보름달이었다면 아직 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점점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시간에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라,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다. 꽤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모퉁이를 돌며 그 소란스러움에 미소를 지었다.

 체격 차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싸움 기술은 무엇일까. 리치가 긴 발차기? 체중을 실은 스트레이트? 둘 다 나쁘지 않지.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 알맞은 것은 다른 기술이다.

 “에?”

 그런 소리를 내며, 그 곰돌이 인형은 퍽, 하고 밀려나갔다. 내 앞에 서있는 상대에게 나는 온 몸을 사용해 부딪친 것이다. 그래, 미식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태클이다. 하지만 내 상대는 미식축구 선수가 아니다. 게다가 여자이며, 다리도 꽤 풀린 상태이다. 그리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려 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내 체중을 실은 몸통박치기는 녀석의 등에 제대로 꽂혀 곰돌이 인형을 꽤 먼 곳까지 밀어냈다.

 “뭐, 뭐냐 저건!”

 그리고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퉁이의 앞에는 또 다른 모퉁이가 있었다. 그 골목에서는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키가 작고 인형 탈 때문에 시야가 좁은 녀석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 그래, 이곳은 그 곳이다. 결국 모든 것의 원점이 되었던 곳. 내 일주의 마지막 장소, 즉 원점.

 “저 녀석, 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데요!?”

 상식적으로, 아들이 새벽에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는데 걱정을 안 할 가족은 없다. 게다가 나의 모토는 언제나 칼퇴근. 이렇게 늦게까지 연락도 없이 들어올 리가 없는 사람인 거다. 분명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를 했겠지. 경찰은 믿을 게 안 된다고 말하지만, 역시 민중을 지키는 경찰이 맞긴 한 것이다. 분명 수색을 시작했겠지. 그리고 찾아냈을 것이다. 곰돌이 인형이 뒤처리조차 하지 않고 버려둔 그 시체를 말이다. 

 “됐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전력을 다해 뛰었다. 여기서 부터라면 우리 집을 찾아갈 수 있다. 네 시간 만에 나는 녀석의 구속에서 풀려난 것이다. 다리를 헛디딜 뻔 하며, 다리를 가끔 한 번씩 절며 달린다. 녀석은 그 시체를 조사하던 경찰과 마주친 것이다. 게다가 피를 뒤집어 쓴 채, 당연히 유력한 용의자다. 나머지는 경찰에 맡기고 도망가는 것이다. 

 녀석은 그저 살인귀다. 녀석의 말 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것은 광기였고, 녀석의 인형 탈 속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은 광소였다. 녀석은 오로지 사람의 피만을 갈구하는 살인귀다. 녀석이 정녕 그 사람의 인생을 죽음으로서 관찰하는 사이코든, 그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사이코든, 그저 녀석은 정신이 나간 살인귀일 뿐이다.

 녀석은 아마 추격 끝에 잡혀서 심문을 받겠지. 그 정도로 정신 상태가 이상한 녀석이라면 금방 범인인 것이 들통 날 것이다. 그래, 연쇄 살인 사건은 이것으로 종료다. 공포에 떨며 도망가지도 못 했던 평범한 남학생의 태클 하나로 종료되는 것이다. 기괴한 피투성이 곰돌이 씨와의 밤거리 일주는 이걸로 끝이다. 나는 일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정말~ 갑자기 밀치시면 어떡해요. 넘어질 뻔 했잖아요.”

 “……하?”

 전력질주를 하고 난 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전봇대에 기대 숨을 몰아쉬던 내 앞에, 그녀는 나타났다.

 “당신은 재밌는 사람이에요.”

 만약 지금 시간이 새벽이 아니라 해가 져가는 초저녁의 시간대였다면 더욱 붉게 빛나고 더욱 아름답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 적색의 머리카락은 가볍게 불어오는 여름의 새벽바람에 조금씩 흩날렸다. 땀 하나 흐르지 않고 있는 백색의 피부는 마치 고운 진주 같이 부드러워 보였다.

 “그리 재밌는 사람은 아니야.”

 결국 그녀와 나의 대화는 또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여름의 아침은 빠르다. 곧 해가 떠오른다. 나는 계속 살인귀와 길을 거닐었다. 결국 우리가 하던 것은 일주가 아니라 산책이었다. 나와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야.”

 “그야,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죽이고 싶지 않은 건지 설명하란 소리야.”

 “살인귀에게 사람을 살해하는 이유는 없어요. 그러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이유도 딱히 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진짜,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사이코 살인귀구만.”

 이 산책은 어디로 이어질까. 내가 돌아가는 곳은 어디인가. ……아무래도 멀쩡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 산책은 내 의사로 끝낼 수 없었던 것이다. 수 십 명이 넘는 사람을 살해한 살인귀는 그야말로 귀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남고생의 간단한 기지로 체포되는 귀신 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 산책이 내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면 계속 걷는다고 나쁠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아, 그래, 변명은 하지 말자. 나는 그 너무나도 깨끗한 비정상에 매료됐다. 나 역시 꽤나 비정상이었다는 거겠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몸을 정지시킨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분명 그것은 전율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나는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색으로도 물들어있지 않은 그저 텅 빈 존재였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의 깨끗한 비정상이, 붉은 색으로 물든 그녀의 모습이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발길을 멈췄다. 그 광기는 너무나도 쉽게 스며들어온 것이다. 

 “너는 살인귀다.”

 비정상적인 녀석과의 대화는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래, 난 그 특이한 느낌에 매료된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그 기분에 나는 금방 매료된 것이다. 마치 치면 안 되는 장난에 손을 대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로 있고자 했다. 17년을 쌓아온 나의 인격을 버리지 않고자 했다. 그녀를 경찰에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꿰뚫어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봐온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살인귀와 대우했을 때의 반응을 봐온 사람으로서 말이다. 내 반응이 통상과는 달랐기에 그녀는 죽이지 않았다.

 “당신은 그 살인귀에게 매료된 일탈 남학생이에요.”

 “결국 나나 너나 정신이 나가 있는 녀석이란 거겠지.”

 “예? 저는 정상인데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아쉽게도 농담이에요.”

 결국 나의 태클에는 망설임이 섞여있었다는 거겠지. 이 전율이 일 정도로 특이하고, 또 매력적인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런 산책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섞여들었다는 거겠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내가 계속 상상하고 있었던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는 그녀가 있었다. 그저 순수한 살인귀만이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살인귀가 아니야. 그저 평범한 남학생이라고.”

 “으음…… 살인귀의 파트너를 평범한 남학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나는 파트너인 거냐.”

 “예, 그래요, 왓슨.”

 “살인귀의 파트너에게 명탐정의 조수 같은 별명을 붙이지 말라고.”

 나는 결국 동경하고 있었던 거겠지. 평범하지 않은, 화려한 색채로 물든 세상을. ……그것이 붉은 색으로 물든 세계이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 그럼 산책할까요?”

 “그래, 좀 더 이야기를 하자.”

 해가 떠올라도 피투성이 곰돌이 씨와 나의 밤거리 산책은 끝나지 않는다. 나란히 선채로 목적지도 없이 걸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지 않은 산책이었다.


 ---

 살인귀와의 산책이라는 것을 주제로 삼아 쓴 글입니다. 평가해주십쇼! 신랄한 지적도 좋습니다!

Lv48 엘라인하르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견적
  • 게임
  • IT
  • 유머
  •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