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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_국외] 세 얼간이 유라시아 육로 여행(세계에서 가장 긴 기차 여행길) #2

아이콘 하늘바람별이
댓글: 3 개 관리자 댓글
조회: 936
추천: 3
2024-11-27 21:30:51

(세계에서 가장 긴 기차여행 루트)
이전의 여행기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날, 기차를 타려고 도착한 쿤밍역.
엄청난 크기의 기차역인데,
그 안에 사람이 가득합니다.
대합실에 가득찬 사람들로 서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네요.
좌석이 지정되어 있음에도 미리 타려는 사람들로
탑승줄마저 인산인해입니다.
3박 4일을 달리는 슬리핑 기차인데다
한 방에 6명이 함께 머물러야 해서 
가족단위의 승객이 많고,
짐은 각 캐리어 1~2개 이상은 들고 다니기에
기차 탑승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룸에는 각 좌우로 3층 침대가 있는데,
아무리 일찍 예약을 해도,
젊은 남성들은 제일 편한 1층 침대를 
예약하기 힘듭니다.
노약자와 여성을 우선으로 1층에 배정되고,
2층 침대보다는 짐칸이 있는 3층 침대가 
차라리 더 편안합니다.
남녀의 구분이 없기에 그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르는 
중국 분들과의 합방이 시작되었습니다.

3박 4일의 기차고행을 견디고
베이징 기차역에 도착합니다.
베이징에는 서울역의 몇배만한 기차역이
여러개 있으니 예매하거나 탑승시에
주의가 요구됩니다.
베이징에서 며칠 머물 생각이었지만,
다음 기차편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바로 이동을 결정합니다.
헌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베이징에서 모스크바로 항하는 열차가
일주일에 한번정도 있는걸 확인했는데,
하필 그 열차를 놓쳐버린 것이죠.
그 외에 우회노선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열차는 1등석만 남아있었고,
기차편 가격이 비행기보다 훨씬 비쌌죠.
그래서 저는 여러 블로그의 힘을 빌려
정보를 취합하고 새로운 루트를 도전합니다.

베이징 역에서 지역기차를 타고 우란차부로 향합니다.

우란차부는 내몽골 자치구에 있는 도시 입니다.
이 곳에서 환승을 대기하는 동안 밥을 사먹는데,
현금이 부족해서 은행에 들렸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먹어버린 ATM.
이번 여행을 위해서 해외사용가능 카드를 몇개 만들었는데,
사용 가능한 곳이 거의 없어서 애를 먹고 있었죠.
그 와중에 그나마 통용되는 카드가 먹혀버렸습니다.
늦은시간이라 직원도 없고,
바로 인터폰으로 직원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중국어 이외에는 언어가 통하질 않습니다.
잠시 후, 경비로 보이는 남성 한분이 몽둥이(?)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 옵니다.
이 때, '우리 잡혀가는건가?'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잡아가진 않고, 
그냥 나가라고만 하더군요.
그렇게 카드를 잃고 쫓겨난 우리.

잔돈을 모아 근처에서 음식을 사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차에 탑승.

내몽골에서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도시,
'얼롄 하오터'로 향합니다.

얼롄하오터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기온이 영하권이네요.
며칠전 라오스에서 40도에 산책했었는데 말이죠.

암튼 새벽같이 터미널로 향했더니 이미 줄이 깁니다.
무슨 줄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줄을 서 봅니다.
다행히도 그 줄이 우리가 가려는 '자민우드'행 티켓 줄이었죠.
거의 선착순이라 줄을 서서 겨우 티켓을 구합니다.
몽골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하는 보따리상이 많아서
티켓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버스에 타고 국경에 도착합니다.
출입국 심사를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우리 일행은
붙들려서 심사가 길어집니다.
우리가 탔던 버스가 떠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심사 끝나고 가보니 역시나 버스가 떠났더군요.
그래서 망연자실 주저앉아 있는데,
이민국 직원들이 빨리 탑승하라고 합니다.
네, 아무거나 타도 목적지가 같으니 상관없는 거였죠.
그렇게 우리는 몽골에 입국하고 자민우드에 도착합니다.

자민우드에서 혹시나 싶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티켓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불행히도 이 시기에는 없다고 합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예약을 하라고 합니다.
결국 우린 울란바토르까지 가는 슬리핑 기차를 예매하고,
자민우드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곳에서 발견한 한국의 흔적, 카페베네가 보입니다.
신이 나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깔끔한 카페에 점원도 바리스타도 안보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잠시 기다려 봅니다.
한쪽에선 인테리어 마감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 새로 오픈한 카페인가 보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20여분을 앉아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고,
공사하는 직원들도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공사 직원들은 제가 카페 직원쯤 되는줄 알았는지,
나갈때가 되어서야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네, 거의 현지인으로 보였나 봅니다.

매표소는 티켓오피스 2층에 있으며,
몽골 투그릭으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1층에 ATM이 있어서 그 곳에서 투그릭을 뽑을수 있죠.

잠시 뒤 기차가 들어오고,
기차를 타고 우리는 울란바토르로 향합니다.

울란바토르 역,
내리자마자 한기가 피부를 때려옵니다.
영하 10도 이상의 체감온도.
약하지만 눈발까지 날려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편의점 'CU'
냄큼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를 사고 마셔봅니다.
잠시 뒤,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가이드를
만나서 차에 타고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한국에서 유학을 했던 친한파 가이드는 
한국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한국과 몽골의 역사에도
능통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몽골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편안하게 이동하고,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꿈에 그리던 게르(몽골식 텐트) 숙박을 해보게 됩니다.

저녁 식사로는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야크 고기 특식을 배터지게 먹기도 했죠.
낮에 내내 흩날리던 눈발은 그치고,
밤에는 맑은 하늘이 나타납니다.
은하수 촬영으로 유명한 몽골인지라,
카메라를 꺼내들고 언덕으로 향해봅니다.

한줌의 빛도 없는 몽골의 초원에서
영하 십여도가 넘는 추위를 견디고 촬영하는 은하수.
엄청난 고생이지만, 또 다시 없을 여행 경험이기도 합니다.
며칠간 숙박을 제대로 못했기에,
생각보다 따뜻한 게르에서 우리 일행은 모두
잠에 빠져들게 됩니다.

다음날, 
우리는 다시 긴 여정을 시작해 봅니다.
울란바토르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려고 했지만,
기차편도 거의 없었고, 티켓도 매진인 상태였죠.
그래서 다시 여러 정보망을 가동해 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가이드의 도움으로 
몽골 수흐바타르라는 국경도시에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울란바토르 드래곤 버스 터미널에서 
마지막 몽골식 만찬을 하고, 버스에 탑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려 내렸는데,
우리가 탔던 버스를 보니 포천시에서 타던 버스였네요.
어쩐지 뭔가 정겹다 했습니다.


해가 지고 컴컴해지고 나서야 도착한 수흐바타르.
우리가 만나기로 한 지인은 60대에 프리우스를
끌고 나올거라고 합니다.
헌데 버스 정류장에는 60대 기사에 프리우스를
끌고 대기중인 사람만 열명은 있었죠.
너도나도 서로 자기차에 타라고 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대부분 택시 기사분들)

그렇게 잠시 후, 진짜 지인분이 오셨고,
그 차에 타고 우리는 불빛 한점 없는 도로를 지나
어느 마을로 들어갑니다.
마을에 도착하자 기사분이 말없이 내려서
집으로 들어갑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므로 그저 기다릴 뿐이었죠.
서로 불안함에 억지로 웃으며 말합니다.
"야, 우리 어디 이상한데 끌려가는거 아냐? 하하하"
입은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갑니다.
잠시 후 지인분과 함께 다른 일행분이 나옵니다.
앞에 그 두 사람이 타고,
우리는 뒤에 세명이 나란히 타게 됐죠.
그렇게 시작된 고난의 일정.
어둠을 달리고 달려 우리는 국경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불안해하는게 느껴졌는지,
운전하시던 지인분이 지갑을 열어 사진을 보여줍니다.
알고보니 군 장교 출신의 경찰 분.
아마도 전직 군인겸 경찰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죠.

자정에 가까워서 도착한 몽골-러시아 국경.
몽골 국경은 간단하게 통과 합니다.
문제는 러시아 출입국 사무소.
전쟁 중이라서인지 분위기가 삼엄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외부에서 입국 심사가 이뤄집니다.
내 여권을 받은 여군 심사관은 한참을 웃습니다.
사진이랑 내가 다르다며 본인이 맞냐고 몇번을 묻습니다.
'네, 그 사진 7년 전 사진입니다 ㅠ'
그리고 웃으며 뭐라고 계속 말합니다.
들어보니 내 이름을 풀어서 러시아식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 러시아 이름도 생겨버렸죠.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모두 차에서 내리게 하고선 
짐도 모두 내리고 바닥에 짐을 모두 해체합니다.
그 상태에서 우리 일행 셋은 따로 취조실 같은 곳으로
불려 갔습니다.
잠시 후, 젊은 군 장교가 들어와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소개 합니다.
우리는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고 이곳으로 오게된 사정을 설명 합니다.
우리 설명을 들은 군인은 놀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으며 문제 없다고 확인해 줍니다.
심사를 마치고 나와 짐을 다시 싸고 있는데,
하필 내가 가지고 갔던 작은 드론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러 전쟁에서 드론이 활용되면서 
드론을 가지고 입국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덕분에 나는 혼자 또 다시 다른 여군에게 이끌려
또 다른 사무실로 가게 되었죠.
그 곳에서 드론의 종류, 시리얼 넘버, 용도 등을 설명하고
그걸 그 군인은 상부에 보고 합니다.
나는 드론을 버리고 그냥 가겠다고까지 했는데,
다행히도 별 문제 없다며 다시 드론을 돌려주더군요.
그렇게 세시간 넘게 심사를 거쳐서 러시아에 입국하게 됩니다.

국경에서 쉬지 않고 8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 이르쿠츠크.
우리는 울란우데를 거쳐 바이칼 호수를 따라
이르쿠츠크로 향합니다.

(폭설이 내리는 도로)

바이칼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자,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그 눈은 점점 굵어지면서 도로에 쌓이기 시작했죠.
차는 점점 미끌어지고, 시야는 점점 더 좁아져 갔으며,
운전하던 지인분마저 졸음에 취하기 시작했죠.
도중에 쉬어가자고 말을 했지만,
이 분들도 빨리 볼일을 보고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는지, 그냥 가자는 제스쳐를 취하더군요.
그렇게 바이칼 호수 인근의 외딴 도로,
시베리아 벌판의 눈밭 어딘가 쯤에서 
차가 미끄러지며 중앙선을 넘어 버렸죠.
마침 맞은편에 달려오던 대형 트럭이 있었고,
그 순간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그 때 차가 다시 미끄러져 회전하며 도로 바깥으로
튕겨져 날아갔습니다.
한 십여초간 차는 도랑으로 돌진했고,
앞 뒤 범퍼와 지붕위의 짐들은 파손되었고,
차가 왼편으로 쏠리면서 나는 일행들의
무게를 몸으로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팔로 창문을 찍어 창문은 깨져버렸고,
옆구리로 문짝을 휘게 만들었습니다.
대략 갈비뼈가 골절이 되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우리는 길바닥 한복판에 부셔진 차와 함께
한참을 추위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영하 수십도 가까운 체감온도의 눈밭,
러시아 어딘가에 부셔진 차와 부상당한 한국, 몽골인들.
당장 아픈것보다는 여행을 지속하기 
힘든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잠시 후 지나가던 차들이 우릴 돕기 위해 멈춰섰고,
구급차도 달려왔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갔는데, 응급대원(중년 아주머니)께서 물어봅니다.
"이 차를 타고 치료받으러 가면 몇시간 가야하는데,
그 곳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알수 없다."
라는 말이 번역기에 보였습니다.
골절 이상의 부상은 나 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타박상 수준이었기에
나는 진통제만 놔달라고 하고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응급대원은 여러장의 러시아어가 적힌 문서를 꺼냅니다.
대충 번역을 돌려보니 책임소재를 가리는 서명서였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건 온전히 니 책임이다, 뭐 이런 내용인듯 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
과연 여행은 계속 될 수 있을지...

* 이 여행 이야기는 유튜브 
  '신피디럽트립 ShinPD Luvtirp' (@shinpd042)
  에서 영상으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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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영상에 질문 남겨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추가로 영상도 글도 싫으신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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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린건 아니지만 심심하시면 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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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얼간이의 유라시아 육로 횡단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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