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여행 3일차에 있었던 곳은 '다카하시시(高梁市)'라는 곳입니다. 오카야마현에 속한, 인구가 3만이 되지 않는 자그마한 도시입니다.
3개 천공의 성 중 하나인 빗추마쓰야마성이 바로 이곳 다카하시시에 있는데, 3일차 이른 아침에 이곳을 들렀다가 성밑의 마을이라 할 수 있는 다카하시시를 둘러봤습니다. 빗추마쓰야마성에 대해서는 이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좋았던 점은 이날 따라 유독 사람이 없었던 건지, 한국말을 하루 종일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성에 있을 때는 중국말이 간간히 들렸는데, 마을로 내려오니 중국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도쿄나 교토,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들은 일본말보다 한국말, 중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여기서는 정말 한적하고 조용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카하시시 시내에서 가장 볼만한 것이라면, 라이큐지(Raikyū-ji, 頼久寺)라는 사찰의 정원입니다. 사찰 자체는 그다지 볼품없는데, 일본 정원 랭킹 중 상위권에 위치한 정원이 있어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모래와 바위, 식물이 있는 이런 류의 정원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물음표가 떠오르겠지만, 정원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가볼만 합니다.
이날 더욱 좋았던 것은, 여기에 머물렀던 2~30분 가량의 시간 동안, 오로지 저 혼자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원을 혼자 독점한 채로 조용히 명상과 멍때림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 그리고 근처 고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응원단의 연습 소리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이시비야초(石火矢町)라는 곳입니다. 뭔가 히스토리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여기를 찾아간 이유는 옛 무사들의 주택 2채가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 잘나가는 영지나 무사들이 아니었던지 주택 자체는 고만고만했습니다. 이시비야초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정원의 적막을 깨뜨렸던, 응원단 복장을 한 여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시비야초를 나와 산책하듯이 다카하시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잘 정비된 작은 개천도 있고, 또 곤야가와 미관지구라고 해서 하천의 짧은 구간에 이름을 붙이고 정비를 해놓은 모습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들른 구라시키 미관지구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래도 산책하는 맛은 있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차도 보고, 또 거의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던 시장 상점가의 골목도 걸어갔습니다.
슬슬 오카야마로 다시 돌아갈까 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것은 웅장한 산성처럼 서 있는 두개의 절이었습니다. 야쿠시인(薬師院), 쇼렌지(松連寺)라는 서로 붙어있는 두 개의 절인데 외관이 멋있어 보여 들어갔습니다. 손바닥 모양의 의자나 벤치가 좀 특이하긴 했는데 관광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현지 거주민들을 위한 사찰로 보입니다. 그나마 지대가 높아 다카하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3일차의 일정을 마무리짓고 숙소가 있는 오카야마로 다시 향했습니다. 볼 것이 많은가 하면 그렇진 않고 추천할만한 곳이라면 빗추마쓰야마성(및 전망대)과 라이큐지 정도입니다. 하지만 소도시 여행을 좋아한다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